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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쓰는 2024년 신년시
다시 쓰는 2024년 신년시
  • 의사신문
  • 승인 2024.01.09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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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시 : 홍지헌(2011년 ‘문학청춘’으로 등단, 강서 연세이비인후과의원장)

햇볕 좋은 창가에서 히야신스를 키우던 시절 
희망의 신년시를 쓴 적이 있습니다.
히야신스가 정수리를 열고 초록색 싹을 틔울 때 
무슨 색 꽃잎이 들어있는지 궁금해 하던 시절의 일입니다.
아이들이 애벌레처럼 고물거리다가 번데기처럼 잠들 때 
어떤 나비 날개가 들어있는 지 궁금해 하던 시절의 일입니다.

유난히 추워진 요즈음 
창밖의 겨울나무를 보며 이제는 믿음의 신년시를 씁니다.
겨울나무들은 모두 사람의 모습으로 
시대의 표정을 지으며 묵묵히 서있습니다.
그 가는 가지 끝에 꽃눈과 잎눈을 간직하고 찬바람을 견디다가 
끝내 꽃을 피우고 마침내 열매도 맺을 결심을 한 채 서있습니다.
  
환자의 안색을 살피며, 기도를 하며, 하늘을 보며 
우리는 모두 기다리는 사람들입니다. 
기다리다가 기다리다가 나무가 된 사람들입니다. 
버릴 수 없는 희망을 가지 끝에 간직하고 봄을 기다리는 나무들입니다. 
끝내 꽃을 피워야하는 나무들입니다. 
기다리다가 기다리다가 마침내 열매도 맺어야 하는 나무들입니다.


(詩作노트)
겨울나무를 보며 시작하는 새해이지만 머지않아 나무들은 활짝 꽃을 피울 것을 믿습니다. 푸른 잎새로 시원한 그늘도 만들 것을 믿습니다. 마침내 붉은 열매도 맺을 것입니다. 우리는 모두 오래 기다려본 기다림의 달인들이 아닌가요. 새해에도 건강하셔서 오래 기다릴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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