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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의료계 10대 뉴스] ‘분만사고 국가책임법’ 도입, ‘의료사고처리특례’ 논의 물꼬
[2023 의료계 10대 뉴스] ‘분만사고 국가책임법’ 도입, ‘의료사고처리특례’ 논의 물꼬
  • 박예지 기자
  • 승인 2023.12.27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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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0만원 한도’ 실효성 낮지만 필수의료 정책 상징성 높아
醫-政, ‘필수의료 법적책임 완화 방안’ 다채널 협의 진행 중

불가항력 분만 의료사고 보상금을 전액 국가가 부담하도록 하는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이하 분만사고국가책임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지난 5월 25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 이달 14일부터 시행됐다.

이 법의 골자는 의료인이 충분한 주의의무를 다했음에도 발생한 분만 의료사고에 대해 정부가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을 통해 최대 3000만원 한도 내에서 보상금을 전액 지급하는 것이다. 이전까지는 보상금을 국가가 70%, 분만의료기관에서 30%를 부담해왔다.

이 제도에 대해서는 의료인들과 의료기관의 산부인과 기피를 심화시킨다는 비판이 제기되어 왔다. 막을 수 없는 의료사고에 대한 보상 책임을 의료기관이 분담하도록 강제하는 것은 사회보장 기본 취지와 과실 책임 원칙에 어긋난다는 원론적인 지적도 있었다.

이에 불가항력 분만 의료사고 보장 재원의 분담 관련 규정을 삭제해 보상금 지급 책임을 전부 국가가 지도록 한 것이다.

의료계는 환영했다. 대한의사협회는 “분만사고국가책임법은 의료분쟁조정법 제정 취지에 부합하고, 산부인과 인프라 붕괴 및 산부인과 전문의 감소 추세를 막을 수 있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논평을 통해 밝혔으며, 직선제대한산부인과의사회도 “의료기관 30% 보상 제도는 산부인과를 대표 기피 과목으로 만들어버린 요인 중 하나였다. 이번 법 개정으로 붕괴된 분만 인프라에 첫 인공호흡기를 달았다”고 환영 성명을 발표했다.

그러나 3000만원이라는 국가보상액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문제점은 여전하다. 최근 분만 의료사고 소송 판결 금액이 10억원대를 넘어서고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지난 8월 수원지방법원 평택지원 제1민사부는 뇌성마비 신생아 분만을 담당한 의사에게 12억원 배상 판결을 내렸다. 임신부가 태동이 약하다고 말했지만 의사가 바로 진료하지 않고 상태 관찰을 소홀히 한 점이 태아 장애 발생에 있어 직접적 책임이 있다고 본 것이다.

이에 산과계는 국가보상액 한도 인상과 재판부의 합리적인 판결을 촉구했다. 직선제산부인과의사회는 “선의의 의료행위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예상치 못한 결과로 인해 받게 되는 가혹한 처벌과 천문학적인 거액의 보상 판결은 분만 인프라를 더욱 열악하게 만들 것”이라며 “분만사고 판결 경향을 감안해 보상금 상한을 10억원으로 대폭 상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한산부인과학회도 “분만에서는 환자가 원치 않던 나쁜 결과가 일정 비율로 발생하는 것을 피할 수 없다”라며 국가보상 액수가 3000만원으로 적어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대폭 증액이 필요하다”라고 촉구했다.

보상금액의 실효성에 대해서는 다소 비판이 있지만 분만사고국가책임법은 ‘필수의료 사고처리 특례법’ 도입의 희망이 보이는 지점으로 평가받고 있다. 필수의료 사고처리 특례법은 환자 승낙과 의학적 판단 하에 실시한 필수의료행위에 대해서는 의사에 대한 공소권을 인정하지 않음으로써 형사책임을 면제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의협은 “분만사고국가책임법을 효시로 삼아 필수의료에 대한 정부와 국회의 육성 및 지원과 함께 의료사고처리특례법안도 하루속히 제정해주기를 희망한다”라고 촉구했다.

분만사고국가책임법을 발의한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은 지난 7월 불가항력 의료사고에 대한 국가 책임 범위를 소아의료까지 확대하는 내용의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이같은 요구에 보건복지부는 지난 11월 28일 분만 의료사고 보상 한도액을 높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며, 불가항력적 의료사고 국가 보상 제도를 소아청소년과로 확대하는 방안 또한 고려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아울러 지난 2일 발족한 의료분쟁 제도개선 협의체, 6일 열린 의료현안협의체를 통해서도 의료진의 민형사상 책임 경감 방안이 논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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