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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의료계 10대 뉴스] 초진까지 허용된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시행···의료계 혼란
[2023 의료계 10대 뉴스] 초진까지 허용된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시행···의료계 혼란
  • 배준열 기자
  • 승인 2023.12.27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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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성·유효성 미검증 불구 정부 강행에 의료계 우려

정부가 코로나19로 인해 한시적으로 허용했던 비대면 진료를 제도화하겠다고 나서 결국 2023년에는 전국 규모의 시범사업을 시행해 보건의료계의 핵심 이슈로 떠올랐다.

비대면 진료는 여야 모두 오랫동안 추진해 온 정책이지만 의사들은 큰 우려를 나타내며 반대 입장을 고수해 왔다. 다만 지난 2020년 유행하기 시작한 코로나19로 인해 불가피하게 비대면 진료가 실시되면서 이러한 기류에 다소 변화가 생겨 지난 2022년 4월 24일 대한의사협회 제74차 정기대의원 총회에서는 '의료사고 및 책임, 적정 수가 보장, 1차 의료기관 중심, 회원의 권리 보장'을 대원칙으로 '의협 주도로 비대면 진료에 대한 연구 및 시범사업'을 검토하고 회무를 추진할 수 있도록 집행부에 비대면 진료 사안을 위임토록 의결했다.

하지만 여전히 반대의 목소리는 높다. 문진·시진·타진·촉진 등을 통해 환자의 용태를 듣고 관찰하여 병상 및 병명을 규명 판단하는 대면 진료와 달리 비대면 진료는 안전성과 유효성이 검증되지 않아 대면 진료를 결코 대체할 수 없고 특히 우리나라는 전 세계 최고의 의료 접근성을 갖고 있어 비대면 진료를 무리하게 추진할 이유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러한 의료계의 우려가 반영돼 보건복지부가 지난 6월부터 시행했던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은 ‘제한적 초진 허용’, ‘재진 중심’ 이라는 대전제가 주어졌다.

그럼에도 시범사업 시행 이후 의료계의 우려는 현실로 나타났다.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이 시행된 지 넉 달째를 맞았던 지난 10월 국정감사를 맞아 서영석 더불어민주당 의원(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이 대한의사협회, 대한약사회와 함께 실시한 ‘비대면 진료에 대한 긴급 설문조사(의사 69명, 약사 427명)’에 따르면, 현재 시행 중인 비대면진료 시범사업이 비대면 진료 제도 도입 본래의 목적에 부합한다고 답변한 비율이 의사는 19%, 약사는 8%에 불과했다.

본래 목적과 현 시범사업이 왜 부합하지 않는지에 대해 의사들은 ‘보건의료의 안전성보다 편리성 추구’ 65%, ‘대상환자와 대상질환 범위가 부적절’ 58%라고 답했다. 약사들은 ‘민간플랫폼의 사적 이익을 우선하는 보건의료의 영리화’ 71%, ‘고위험 비급여 의약품의 오남용 처방’ 69%, ‘보건의료의 안전성보다 편리성 추구’ 61%, ‘민간플랫폼 폐해 및 복지부의 관리·감독 부재’ 56%를 주요 이유로 꼽았다.

그러나 이러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약 5개월 동안 시범사업을 운영한 복지부는 비대면 진료의 시행 범위를 더욱 확대한 개편안을 강행하고 나서 보건의료계는 큰 혼란에 빠졌다.

확대 개편안의 주요 골자는 초·재진 구분 자체를 하지 않고 6개월 이내 진료 기록이 있는 의료기관이라면 급성·만성 질환을 구분하지 않고 비대면 진료를 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또 오후 6시 이후부터 오전 9시까지는 별다른 제한 없이 비대면 초진을 받을 수 있게 규제를 완화하면서 사상 최초로 24시간 비대면 진료까지 허용하게 됐다. 

의료계는 비대면 진료의 안전성과 유효성이 아직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복지부가 이러한 고려없이 전문가들의 의견조차 수렴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허용 대상을 대폭 확대한 것에 대해 강한 우려와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급기야 대한산부인과의사회가 26개 전문과 가운데 처음으로 정부의 비대면 진료 확대 강행에 반발해 새로운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공식 선언하고 나서는 등 의료계의 반발 기류는 지금도 확산되고 있다. 

정부의 일방적인 확대 추진으로 인해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을 놓고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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