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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립 108주년 특집] 권위와 존경의 상실 시대-의대증원은 해답이 아니다
[창립 108주년 특집] 권위와 존경의 상실 시대-의대증원은 해답이 아니다
  • 의사신문
  • 승인 2023.12.11 10:33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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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수의료 위기’ 의대 정원 증원이 해답인가? ⑥
의료 정책이 정치적으로 결정된다는 것에 두려움마저 느껴져
젊은 의사·의대생들은 환자 위해 밤새는 노동 감당할 준비 안돼
힘들지만 충분한 보상과 보람 느낄 수 있는 세심한 정책과 배려 필요

‘필수의료’와 ‘지방의료’ 안정화가 최근 의료인력정책의 화두이다. 의대정원 확대는 정치권에서도 드물게 여야의 의견이 일치하는 이슈인 듯하다. 
 
최근 일사천리로 진행되는 의대정원 확대 계획과 언론 보도를 보면서 허탈함을 느낀다. 또한 보건복지부가 주최한 의료인력 간담회에 수차례 참여하면서 세심한 준비가 필요한 의료 정책이 정치적으로 결정된다는 것에 두려움마저도 느껴진다. 
 
의료정책 담당자들은 의대 정원을 확대하면 속칭 ‘인기과’에 지원하여 떨어진 젊은 의사들이 필수의료 분야로 유입이 될 것이라고 기대하는 듯하고, 지방대학병원의 수련전공의 인원 배정을 늘리면 지방에 의사들이 남아서 지방의료가 안정화될 것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한다.
 
의사 천 명을 증원하면 생명을 다루는 필수의료에 젊은 의사들의 지원이 늘어날 것인가? 현재 환경에서는 불가능하다. 현재 수도권에서 조차도 필수의료과 전공의는 매년 지원 미달이며, 지방대학병원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지원할 인턴들의 절대적인 숫자가 부족해서가 아니다. 수련 과정을 밟고 싶어하지 않는 의대생들이 늘어나고 있고, 인턴 과정만 수료하고 개원가로 취직하는 경우도 너무나 많다. 또한 한 지역 내에서 인턴들이 SNS 등으로 교류하면서 환자 수가 적고 수련 과정이 편한 병원에 지원하여 정원을 채우고, 중환을 많이 보는 병원은 지원자가 전무한 경우도 존재한다. 즉 의사가 부족해서가 아니다. 
 
젊은 의사들은 필수의료 분야에서 일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그 이유를 수년 간 수련교육부장으로 근무하면서 젊은 의사들과 이야기하고 느낀 점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첫째, 젊은 의사들은 힘든 분야에서 일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과거에도 그랬고 현재도 그렇다. 지금은 이런 현상이 더 강화되었다. 최근 젊은 의사들은 상위 1%이내에 드는 수재들이면서 모두 귀하게 자라 왔다. 공부하느라 집안 청소나 설거지조차 해 본 적이 없는 학생들이 많다. 필수의료는 죽음을 앞둔 환자들을 살리기 위해 기도나 위장 내로 튜브를 넣고 심폐소생술을 하면서 환자 옆에서 혈액과 분비물을 닦아주어야 하는 고된 노동이다. 하지만 지금의 젊은 의사 및 의대생들은 환자를 위해 밤새는 노동을 감당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올해 필수 의료과에 일하던 수련의가 3월 1일자로 입사해서 불과 사흘 만에 사직한 경우가 있었다. 중환자 주치의를 시작하면서 느끼는 충격이 컸던 것 같았다. 이런 일이 여러 병원에서 발생하고 있으며, 매년 사직하는 수련의 및 전공의들이 적지 않다. 이제 우리는 ‘신세대 전공의’들을 이해해야 한다. 전공의 특별법은 신세대 전공의들의 생각을 바꾸는데 가장 큰 기여를 하였다고 본다. 전공의 특별법 이전에는 환자들을 위해서 밤을 새거나 퇴근시간 이후에도 남아서 환자를 돌보는 것에 거부감이 없었다. 이제는 법에 따라 수련 계측을 하기 때문에 환자의 상태가 좋지 않아도 당직 의사에게 인계를 하고 퇴근을 하는 것이 어색하지 않다. 환자가 좋지 않아 콜을 하면 당직을 찾으라는 차가운 답변을 간호사들이 들어도 할 수 없다. 전공의 특별법이 있기 때문이다. 이제 의사에게 헌신과 봉사를 강조할 수 없는 시대가 되었다. 전공의 때는 법을 지키고 전문의가 되면 근무 시간의 제한없이 헌신하라고 강요할 수 없는 것이다. 
 
둘째, 필수의료 분야의 평균 수입이 비필수분야 보다 낮다. 국민들은 의료계가 감당하고 있는 저수가 구조를 이해하지 못한다. 의사들의 희생으로 누리고 있는 의료 복지는 그들의 권리가 되어버렸다. 한국 의사들은 OECD 국가중 가장 많은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의사 수가 부족해도, 저수가 환경에서 한국 의사들의 과도한 노동으로 의료공백이 발생하지 않았다. 정부는 의사들에게 비급여 시장을 열어주면서 저수가를 보전해 주려는 시도를 하였다. 
 
그 결과, 비급여 의료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전공의들은 미용이나 비급여가 풍부한 분과들을 선호한다. 주객이 전도되었다. 히포크라테스 선서, 희생 그리고 봉사 정신으로 필수의료로 유도하는 것은 효과가 없다. 필수의료의 수가를 올려주는 정부의 노력은 바람직한 방향이지만, 그 인상 폭이 너무나 미미하다. 비급여를 통해 수입을 보존하고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개원의들보다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수입이 적은 한 문제는 해결될 수 없다.
 
셋째, 수입이 적어도 ‘워라벨’을 추구하는 신세대들에게는 필수의료가 삶에서 선호할 수 있는 대상이 될 수 없다. 비단 금전적인 문제만은 아니다. 4억을 준다고 해도 필수의료 인력을 구하지 못한다는 지방 병원의 뉴스를 보면 이해할 것이다. 모두가 편하게 지내면서 수도권에서 살고 싶어 한다. 중환을 세심히 돌봐야 하는 고된 삶을 선호하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 옛날에는 내외산소 의사들에게는 자부심이 있었고 그들을 동료 의사들도 존중해주는 분위기가 있었다. 지금은 성적이 좋은 학생이 필수과에 지원하는 경우가 많지 않다. 몸이 편하고 수입이 좋은 과들을 먼저 지원하고, 그 다음이 수련이 힘들지 않은 과들이며 마지막이 필수의료이다. 뜻이 있는 일부 우수학생들이 필수진료를 지원하는 경우가 드물게 있어 그런 인재들은 정말 소중하다고 느낀다. 이런 기조가 의대정원이 늘어난다고 바뀔 리가 없다. 
 
넷째, 수도권 쏠림 현상도 의대정원 증원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생활환경이 좋은 수도권에서 근무하고 싶어하는 현상을 막을 방법이 없다. 지방으로 가고 싶어도 가족을 생각할 때 쉽게 결정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아내나 자녀들을 설득하는 것이 가장 어렵다. 지방의대 정원이나 수련전공의 정원을 늘리면 지방에 의사가 많아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착각이다. 지방에 근무하는 전공의 수가 일부 늘어날 수는 있으나, 수련을 마치면 서울로 향하는 현상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나의 고향 친구들은 가족이 암에 걸리면 대부분 서울의 큰 병원에서 진료를 받기 위해서 도움을 구하는 전화를 한다. 환자들마저 서울로 향하려는 마음은 같다. 환자나 의사나 모두 수도권을 바라보고 있는데 정원을 늘린다고 지방 필수 의료가 살아날 것인가? 
 
의학전문대학원 제도를 만들 때의 취지는 타 영역의 전공자가 의학을 전공한 후 의과학자가 되고, 이를 통해 의학발전을 도모하는 것이었으나 결국 개원을 더 선호하는 현상을 막지 못하였다. 지금 의학전문대학원은 거의 소멸되었다. 준비 없는 의대증원 또한 이러한 전철을 밟을 것은 자명하다. 
 
마지막으로 의사들의 권위가 사라지고 존중받지 못한다면 필수의료의 회복은 불가능하다. 필수의료는 항상 환자들의 죽음을 동반할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환자의 죽음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함에도 불구하고 불가피한 사망이 일어날 수 있다. 그러나 의사들은 법률의 잣대 앞에 죄인으로 취급받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런 환경에서 필수의료로 지원할 의사는 없다. 가장 심각한 현상은 필수의료에 종사하고 있는 의사들의 좌절감과 우울감이 학생들에게 전염되고 있다는 것이며, 언론에서 반복하여 공개하는 잘못된 판례들은 이러한 현상을 더욱 부채질한다. 의사에 대한 권위와 존중의 상실시대에 의대증원은 절대 답이 될 수 없다. 
 
힘들고 어렵고 소송이 많은 필수의료의 회복과 지방의료 안정은 의대 정원의 확대가 아니라 젊은 의사들이 지원하고 싶도록 환경이 조성되어야 하며, 힘들지만 충분한 보상과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세심한 정책 수립과 배려에서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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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 2024-02-16 10:23:40
제목부터가 문제인데 ㅋㅋㅋ. 권위와 존경이 아니라 명예와 존중이지.

ㅇㅇ 2023-12-11 23:45:34
이런 소리를 하니깐 권위와 존경이 사라지는거다... 권위와 존경이 사라진걸 의사 본인을 돌아봐야지 ㅋㅋㅋ
이걸 거꾸로 돌려서 권위와 존경이 없어서 팔수의료를 안한다는 소리를 하네 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