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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립 108주년 특집] 의료정책을 엿장수 마음대로?···꾸준한 조사·연구 필요
[창립 108주년 특집] 의료정책을 엿장수 마음대로?···꾸준한 조사·연구 필요
  • 의사신문
  • 승인 2023.12.11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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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수의료 위기’ 의대 정원 증원이 해답인가? ②
의료수가가 적정한지 등 사전적 검토와 연구가 선행되어야
정부가 여론의 힘으로 밀어 부치면 의료계도 투쟁밖에 없어
의사 수의 증가는 급격한 의료비 증가 동반...모두 국민 부담

의과대학 정원을 대폭 늘려야 한다고 입 있는 자들은 모두 한마디씩 하고 있다. 근거가 뭔데? 하고 물으면 이구동성 의사수가 OECD 평균에 못 미친다는 것이다. 그럼 의료 수가는 그 평균을 윗도는가? 환자가 전문의를 만나는데 걸리는 시간도 남의 나라보다 오래 걸리고, 일인당 진료 횟수는 가뭄에 콩나듯이고, 사는 곳과 진료를 볼 수 있는 장소가 수십킬로씩 떨어져 있는가? 주민이 몇 안 되는 오지 마을도 병원과 거리가 멀다고 전문의를 배치해야 하는가? 이런 의사 수, 의과대학 정원에 대한 논란이 30년을 넘어가고 있는데 아직도 근거는 애매모호하다.

OECD 평균에 못 미치는 의사를 가지고, 어떻게 전세계 최고 수준의 진료 횟수를 만들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 이 불가사의한 의문에 대한 대답은 의사가 부족하지 않거나, 의사들이 너무 많은 시간 일을 하는 것 중 하나일 것이다.

지금 당장 모든 의사는 주 5일, 40시간 이상 근무하면 안 된다는 법을 시행하면, 내일 아침부터 아비규환이 될 것이다. 그런 황당한 짓이 가능하기나 할까마는, 지금의 MZ세대가 의료의 주류를 이루는 20년 후에는 법으로 정하지 않아도 지금처럼 자기 몸을 갈아 넣어 의료 현장을 지키려는 의사는 사라질 것이다.

이런 것이 예상되니 의사수가 늘어나야 하고, 연령에 따른 인구 분포가 변하니 그에 맞는 의사 수급 계획을 세워야 하지 않을까?그러려면 현재 우리의 의료수가가 적정한지, 의료 이용 행태가 적정한지, 의학 교육에 들어가는 비용을 모두 개인이 부담하는 상황에서 국가가 규제만 강화하는 것이 정당한지, 의사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 의료비의 대폭적 상승은 없을지 등등의 사전적 검토와 연구가 선행되어야지 어느 날 대통령이 언급하고 의지를 보이면 모두 그리로 뛰는 나라가 정상적인 기능을 가진 나라라고 할 수 있겠는가?의과대학 수와 정원 문제가 일어난 지 벌써 30년이 넘어가고 있다고 앞에서 언급했다. 그런데 정부도 의료계도 이에 대한 정확한 조사를 한 적이 없고, 연구도 없다. 정부는 오만가지 무상 복지정책으로 돈 나눠주기에 급급하면서도 이런 조사는 시행하지 않는 이유가 궁금하다. 2000년 의약분업 파업이 심각하던 시기에 느닷없이 보건의료기본법이란 것이 생겼는데, 이 법안에는 5년마다 한번씩 보건의료발전 5개년 계획을 세워야 하고, 이를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에서 논의한다고 되어있는데, 제1회 보정심이 열린 것이 2018년 6월19일, ‘문재인 케어’에 저항하던 최대집 의협 집행부가 들어선 이후이다. 그 후로도 오랫동안 발전계획은 없었다. 그러니까 우리나라의 의료에 대한 미래 발전 계획은 이전에도 없었고, 지금도 없고, 미래에도 없을 것이 예상되고, 그저 여론의 힘으로 의료계를 밀어 부칠 것이다. 정부의 방침이 이렇다면 의료계의 대응 방식도 저항, 투쟁 이런 것 밖엔 선택의 여지가 없는데, 문제는 의료계는 다양한 이익 집단이 존재해서 힘을 모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니 결론은 하나다. 의대정원 확대 확정, 다만 누구에게 나누어 주는 것만 문제일 뿐이다. 이제 각 대학이 할 일은 자기 대학에 정원이 배정되도록 힘쓰는 일뿐이다. 

의료계가 지속적으로 이런 구조를 이어간다면, 그저 정부의 정책에 끌러가면서, 안된다고 발버둥치는 척하며 자기 이익만 챙기는 것 밖에는 살아날 길이 없다. 동료에게 침을 뱉아 얻어낼 이익이 국민건강 향상이라는 망상에 사로 잡힌 인간들이 의료계의 대표 지식인으로 날뛰고 있고, 정부는 보건의료 발전 계획을 세울 의지가 없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의료계가 먼저 나서서 자기 집단만의 이익을 내려놓고 중론을 모아야 할 시기이다. 너무 늦었지만 말이다.

과거 이웃 나라 일본도 의사 수를 늘려야 한다고 생각했고, 실제로 의사 수를 늘렸다. 지금은 의사를 줄여야 한다고 한다. 당시 급격한 고령사회로 진입하면서 미래에 그 고령인구를 담당할 의사가 부족하다는 판단을 했다.  2006년으로 기억된다. 우리와 같은 상황이었다. 의사수를 늘려야 하는 이유도 비슷했다. 그런데 왜 지금은 줄이겠다고 할까? 의사 수의 증가는 의료비의 급격한 증가를 동반하다. 그 의료비는 국가의 세금으로 감당하겠다고 해도 세금은 누가 내는가? 모든 것이 국민의 부담이다. 의료수가를 철두철미하게 통제하는 우리나라라고 의료비 상승을 막을 수 있다고 자신하는가? 그렇게 확실한 믿음이 있다면 왜 정부는 의과대학생 증원에 앞서 앞으로 일어날 재정문제에 대한 계획은 없는가? 교육의 질을 훼손하지 않고 의사를 양성하려면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는데 그것에 관한 언급이 없다. 국립대학을 육성하겠다는데 무슨 돈을 얼마나 투자할 지에 대한 계획이 없다. 그건 대국민 사기극이다.

아마도 그때는 자기들이 정권을 잡지 않고 있을 확신이 있는 것은 아닐까? 정부의 공무원들은 모두 현재의 자리에서 다른 부서로 옮겨 갔을 터이니까. 이런 식의 의료정책은 국가의 미래를 망친다. 꾸준한 조사와 연구를 바탕으로 의료정책이 세워져야 마땅한데, 자기들 입맛에 맞는 놈을 골라 그 입만 나불거리게 하고, 그것을 따라가고 있으니 우리의 미래는 암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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