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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립 108주년 특집] 늘어난 의대생, 감당할 준비는? 수련환경 개선해야
[창립 108주년 특집] 늘어난 의대생, 감당할 준비는? 수련환경 개선해야
  • 의사신문
  • 승인 2023.12.1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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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수의료 위기' 의대 정원 증원이 해답인가?⑧
차의학전문대학원 본과 3학년 오예지

의대생 정원 확대 이야기가 나오면서 실습 중 교수님들께 많이 듣는 질문은 “자네들은 의대정원 확대를 어떻게 생각하나?”이다. 대부분의 의사들이 의대정원 확대를 반대하지 않을까 생각하던 중 “전국 의대 3분의 2 이상 ‘정원 확대’ 요구” 라는 기사를 보았다.

‘의대 정원 확대’는 모든 정부마다 꾸준히 나왔던 이야기이다. 그러나 최근 필수의료 붕괴가 대두되며 구체화에 힘이 실리고 있는 상황으로 보인다.

의대 정원 확대에 현재 의대생들이 영향을 받는 가장 중요한 부분은 ‘앞으로 어떤 전공을 선택할지’에 대한 것이다. 실제로 기존에 내·외·산·소처럼 일반적인 과목을 고려했던 학생들도 의대 정원 확대 이야기가 나온 이후, 상대적으로 희소성이 보장되는 과목으로 눈을 돌리는 경우도 늘고 있다. 필수의료과의 수가와 처우가 개선되지 않은 채 해당 분과 인원만 늘리는 것은 의대생의 눈에 경쟁이라는 악조건을 추가하는 상황으로 비춰지는 것이다.

의대생 증원으로 필수의료과 전문의의 절대적인 숫자는 늘어날 수 있겠지만, 인기과와 비인기과 간의 양극화 문제는 더욱 심화될 것이다. 또한 최근 피부미용을 선택하는 일반의가 늘어나는 추세를 볼 때, 증원된 의대생의 파이가 정책 취지와 달리 피부미용 일반의로 이탈되지 않으리라는 보장도 없다.

이와 같은 이탈을 방지하기 위해 정부는 지난 7월부터 의료계 및 전문가 그룹이 참여하는 ‘전공의 수련 체계 개편 TF’를 꾸려 ‘1년 인턴’을 없애고 ‘2년 임상수련의’ 제도를 도입하고자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임상수련의 제도는 2년 수련을 이수한 사람에게만 개원을 허가하는 것이 골자다. 정부는 TF가 논의한 내용을 바탕으로 이르면 2025년부터 새로운 수련 체계를 적용할 방침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추가인력 확충이 없는 수련 과정 개편은 현재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병원 내 추가인력 보충이 없이는 수련의 질이 개선되지 않을 것이고, 결국 임상수련의가 단순히 값싼 노동력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의대생들의 필수의료과 지원율이 높지 않고, 이러한 점들이 필수의료의 공백을 만든다는 점에서 이 문제는 반드시 해결되어야 한다. 필수의료가 무너진 것은 복합적인 여러 요인이 있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의사 수를 늘리는 것 외에 선행되어야 할 과제들이 있다.

가장 중요한 건 힘들어도 자부심을 느끼며 일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다. 인턴 및 의대생들이 필수의료를 선택하기 위해서는 법적 리스크 완화, 수가 보상, 전공의 근무 환경 개선 등 다양한 유인책이 필요하다. 신경외과 의사가 척추 디스크만 진료하려 하고, 산부인과 의사가 분만하는 산과를 기피하며, 소아과 의사가 피부미용으로 전향하는 이유는 낮은 의료수가에 비해 소송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지난 9월 16일 보건복지부가 주최하고 국민건강보험이 주관한 예비 의료인을 위한 ‘세상을 살리는 의료’ 콘서트에 참여했다. 이날 박민수 제2차관은 필수의료과의 활성화를 위해 정책이 해결할 수 있는 일은 크게 사법문제, 근무량 문제, 보상(수가)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의료인 사법 리스크 문제의 경우 비단 의사 개인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우선 한 번 재판이 이루어지면 최소 1년 반은 결과를 기다려야 한다. 그 사이에 발생하는 피해는 의사뿐만 아니라 환자에게도 갈 수 밖에 없다. 이러한 현상은 특히 의료인력이 부족한 필수의료과에서 더 두드러진다. 박민수 차관은 필수의료 현실에 맞추어 과실치사가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근무량 문제의 경우 병원에서 전문의와 간호사 채용을 늘릴 수 있도록 정부에서 보조를 해주어야 하며, 열악한 근무환경 속에서도 필수의료의 현장을 지키는 의료인의 정의감에 부합하는 보상이 돌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처 갖추지 못한 장치들을 만들어갈 필요가 있음을 강조했다.

의대생들의 자유로운 질의 응답시간을 통해서도 짚고 넘어가야 할 중요한 의견이 나왔다. 의료인의 어려움을 국민들이 아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이다. 박민수 차관은 이 또한 의료인과 정부가 함께 해결해 나가야하는 중요한 문제라고 답했다.

의대생 증원은 환경과 인식 개선이 선행된 후, ‘risk and benefit’을 잘 고려해 결정되어야 한다. 필수의료 공백을 채우기 위한 의대생 증원이 무조건 나쁜 방법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생각해 보았을 때 증원된 의대생들을 수용할 수 있는 수련 환경이 준비되었는가를 생각해 보아야 한다. 이론교육 환경과 실습 환경은 별개의 이야기이다.

대학병원은 수련의 목적도 있지만 일차적으로 환자를 치료하는 곳이다. 학생들을 증원하기 전, 환자들과 의료인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되 양질의 실습교육이 제공되는 병원 환경을 구축하는 것은 필수다. 여기에는 추가 인력채용 및 시설 증축을 위한 많은 재정이 필요할 것이다. 이러한 재정을 어디서 충당할 것인지 역시 고려되어야 할 사항이다.

만약 이러한 환경이 준비됐다고 가정했을 때 고려해야 할 또다른 문제는 ‘뽑아 놓은 학생들이 과연 필수의료과를 지원할 것인가?’이다. 의대생 증원이 필수의료과 지원율 상승으로 이어진다고 볼 수는 없다. 따라서 가장 우선적으로 필수의료과 지원율이 낮은 원인이 해결되어야 하는 것이다.

정부와 의료계는 필수의료과 지원율이 낮은 원인을 해결하는데 드는 시간적, 경제적 비용과 의대생 증원에 드는 시간적, 경제적 비용을 비교해 더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을 통해 필수의료공백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이다.

예비 의료인으로서 필수의료공백의 근본적 문제점이 개선되어 환자들은 회복에만, 의사들은 진료에만 전념할 수 있는 날이 속히 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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