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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당일 동의서 작성 충분한 시간 아니야"···그럼 응급수술은?
법원 "당일 동의서 작성 충분한 시간 아니야"···그럼 응급수술은?
  • 조준경 기자
  • 승인 2023.12.08 11: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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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거상술 후 탈모 온 환자, '설명의무 위반' 고소해 1심 승소
성형외과醫 "판례 악용되면 모든 의료인 법정서 이길 수 없어"
"외래환자 당일 수술 많은데 '충분한 시간' 기준이 있었나?"

법원이 ‘수술 당일 동의서 작성에 충분한 시간을 주지 않았다’라며 성형외과 의사를 설명의무 위반으로 유죄판결한 것과 관련해, 대한성형외과의사회(이하 의사회, 회장 이익준)가 7일 “이번 판결의 논리가 악용되면 의료인은 모든 의료 소송에서 패소할 수밖에 없는 기형적인 법률적 지위에 놓이게 될 것”이라고 유감을 표명했다. 

의사회는 성명에서 사법기관의 판단을 존중한다면서도 “이번 사건에서 재판부가 수술 당일에 수술동의서를 작성하면서 해당 수술의 부작용을 설명한 것이 환자가 숙고할 충분한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는 이유로 담당 의사에게 배상하라고 판결한 것에 대해서는 유감”이라고 밝혔다.

이 사건은 2020년 6월 성형외과 전문의 A씨에게 B씨가 자가연골을 이용한 코 부위 재수술과 내시경적 이마거상술을 받고 탈모 등의 부작용이 생기며 불거졌다. A씨는 B씨에게 이후 지방이식수술과 주사 치료를 진행했다. 부작용이 지속되자 B씨는 부작용에 대한 설명을 듣지 못했다며 손해 배상을 제기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지난 3월 설명의무를 다 하지 않았다며 A씨에게 300만원의 위자료와 지연 이자를 B씨에게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A씨가 ‘수술 당일’ 부작용을 설명한 것이 ‘수술을 행할 때까지 적절한 시간적 여유를 두고 이 점을 설명하거나 환자가 부작용을 인지하고 숙고를 거쳐 수술을 결정했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는 것이다.

의료행위와 관련된 설명의무에 관한 법률적인 내용과 그간의 판결에는 환자에게 부작용을 포함한 수술 내용에 대해 적절히 설명했는가에 대한 부분이 항상 중요하게 고려됐다. 그러나 설명의 시점을 명시적으로 언급하는 경우는 없었다.

의사회는 “수술 당일에 설명하는 것이 수술을 결정하기에 충분한 시점이 아니라고 판단한 이번 판결은 기존에 법률에 따라 관행적으로 진행돼 오던 의료 현장의 의료인과 의료소비자들에게 혼란을 줄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의사회는 “재판부가 환자에게 발생한 부작용과 그에 따른 후유증은 수술로 인해 발생 가능한 범위라 의료과실이 없다고 봤으나, 수술에 관한 설명 시점을 문제 삼아 환자에게 배상하라고 했다. 환자들이 주관적인 불만족이 생길 때마다 이 판례를 악용해 소송을 건다면 의료인은 모든 소송에서 패소할 수밖에 없는 기형적인 법률적 지위에 놓이게 된다”고 우려했다.

황규석 서울시의사회 총무·법제부회장은 “외래 환자가 방문 당일 진행하는 수술도 많고, 수술동의서는 미리 작성할 수 없으며, 부작용 설명에 대한 동의 역시 수술 당일에 이루어지는 것이 지금까지의 관행이고 현실"이라며 “의료가 가진 특수성에 대해 사법부가 모든 것을 판단하려고 하는 것은 굉장히 위험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요즘은 인터넷이 발달돼서 환자들이 자신이 받으려는 수술의 부작용을 의사보다 더 자세히 알아보고 온다. 이번 판결은 환자 주장을 들어주려는 작위적인 판결”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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