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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개협 "의료 인프라 파괴하는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폐기해야"
대개협 "의료 인프라 파괴하는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폐기해야"
  • 조준경 기자
  • 승인 2023.12.07 09:4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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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진 위험성, 의사 기소율 증가 및 환자 피해 발생 우려
상업 플랫폼에 의료계 종속되고 국민 선택권도 제한돼

대한개원의협의회(회장 김동석)가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폐기 기자회견을 지난 6일 오후 서울 이촌동 대한의사협회 회관에서 개최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6월1일부터 재진 환자에 한 해 시범사업 형태 시행된 비대면 진료를 오는 12월15일부터 초진도 가능하게끔 확대한다고 밝혔다. 또 비대면 진료의 예외 허용지역에 응급의료 취약지를 추가하고 휴일과 야간 시간대에는 진료 이력에 관계없이 비대면 진료를 허용하는 것이 이번 발표의 골자이다. 의료계는 이러한 정책이 의료 인프라를 파괴할 것이라며 비대면 시범사업 폐기를 촉구했다.

김동석 대개협 회장은 “의료 패러다임을 바꾸는 정책임에도 의료계와 합의가 없는 일방적 확대 발표에 분노한다”며 “환자의 진료는 문진만으로 가능한 것이 아니다. 시진, 촉진, 타진 등 기본적인 진료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 대면 진료로 피할 수 있는 오진의 위험성이 증가될 것이며, 그 피해는 환자에게 돌아갈 것이다. 법적 책임은 의료진에게 전가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같은 김 회장의 우려는 수치적으로도 근거가 있다. 검찰청 자료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19년까지 업무상 과실치사상으로 검찰에 입건 송치된 의사는 연 평균 752.4명이다. 같은 기간 40만명 중 56명에 불과한 일본과 10배 이상 차이가 났다. 우리나라 의사의 업무상과실치사상죄 기소율은 일본(26.2%)보다 높은 44.6%에 달한다. 한국 의사 1인당 연평균 기소율은 일본 대비 265배, 영국 대비 895배에 달한다. 향후 비대면 진료 확대로 인해 의료사고로 인한 의사 기소가 높아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진료는 비대면이지만 약은 약국에서 받아야 하는 것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김 회장은 “이해할 수 없다”며 “(비대면 진료가) 환자의 편의성을 위한 것이라면 약을 받기 위해 약국에 갈 필요 없이 의사가 약을 주는 선택분업을 시행하면 해결될 일”이라고 지적했다.

김 회장은 “건보 재정이 흔들린다며 적정 수가조차 제대로 못주는 현실에서, 중간유통업자 격인 플랫폼을 만들어 환자와 의사 사이에 개입시키는 시스템은 매우 위험하다. 비용 증가와 의료체계 혼란이 야기될 것이다. 잘못된 정책으로 국민의 생명권 위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판단이 되면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참여 거부를 선언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좌측부터 김동석 대개협 회장, 박근태 내과의사회 회장>

박근태 대한내과의사회 회장은 대개협 입장문을 통해 “세상 어디에도 안전한 비대면 진료는 없으며, 소중한 건강과 생명을 불완전한 진료에 맡길 수 없다”고 강조했다.

박 회장은 “코로나19 위기단계 하향으로 인해 비대면 진료 수요가 급감했음에도 이러한 정책을 강행한다면, 의료계를 포함한 국민들은 산업계의 강한 요구가 있었을 것이라는 합리적 의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번 발표에 비대면 진료 예외적 허용 대상인 의료취약지역에 전국 98개 시군구를 포함시킨 것을 지적한 것이다. 이는 기초자치단체의 40%에 육박하는 수이다.

박 회장은 “정부는 비대면 진료의 여부를 의료진이 의학적 판단을 거쳐 결정하고 대면 진료를 요구할 수 있으며 이는 의료법상 진료 거부에 해당되지 않음을 지침에 명시했다고 했지만, 일선 의료현장에선 환자의 불만과 민원제기에 대한 어려움이 있다. 또 법적 명시 없는 지침은 단지 하나의 문구일 뿐이니 비대면 진료에 있어서 진료 거부권을 법적으로 반드시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각과 의사회의 성토도 이어졌다.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은 “인터넷 포털에 ‘비대면 사망’이라는 키워드로 뉴스 검색만 해도 많은 국민들이 사망한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제가 알고 있는 비대면 진료 소아 사망자만 3명이다. 소아의 경우, 증상이 모호해서 진단이 상당히 어렵다. 증상이 급격히 진행돼 사망에 이르는 시간도 짧다. ‘장중첩증’이나 ‘급성충수돌기염’은 초음파를 해야만 진단할 수 있다. 복지부는 이 같은 질환을 어떻게 비대면 진료할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김재연 대한산부인과의사회장은 “비대면 진료 확대는 어플리케이션 개발 회사를 위한 제도라고 밖에 볼 수 없다. 또 현장에서 제도를 운용한다면 의사가 매일 당직을 서면서 근무해야 하는 시스템이다. 의원급 의료기관을 위한 제도가 아니라 중소형 병원에서 당직을 서는 의사들을 위한 것”이라며 의료전달체계 붕괴를 우려했다.

김동욱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장은 지난 5일부터 7일까지 진행된 대회원 설문조사(전체 425명참여)를 공개하며 93%(396명) 이상의 의사들이 비대면 진료에 반대한다는 점을 알렸다. 복지부 발표 방식에 찬성한다는 의견은 3.05%(13명)에 불과했다. 기타 인원(16명, 3.76%) 역시 특정 검사 진행이 가능해야 한다는 조건을 내세움으로써 사실상 반대로 분류됐다.

김 회장은 “그렇다면 소수의 의료기관이 참여하게 되면 결국은 그곳이 비대면 전문 기관이 되고 이런 곳은 진료 거부를 거의 못하고 진행을 하게 된다. 따라서 거부하지 않고 비대면 진료를 많이 보는 의원은 플랫폼 내에서도 노출도를 더 높여주기 때문에 상업적으로 구조화 될 것”이라고 예견했다.

김 회장은 “더군다나 초기 원격 진료의 허용을 통해서 원격 진료 플랫폼이 결국 환자의 진료 기관 결정에 결정적인 영향력을 갖게 될 것이다. 이는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시스템에 의료계 전체가 종속되는 것과 플랫폼에 대한 비용이 증가되는 것을 의미한다. 더 나아가서는 국민의 의료에 대한 자기 결정권마저 축소하는 심각한 실책”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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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 2023-12-07 11:26:26
1인당 기소율 895배 같은 자료는 누가 봐도 극도로 과장된 자료다. 우리나라는 검사의 기소가 있을 경우 무죄 선고 확률이 3%도 되지 않는 나라다. 즉, 영국 의사 1명이 기소될 때 한국에서는 895명이 기소된다는 해석을 해보자면, 유죄판결은 880명 정도가 난다는 것이고 그런 식이라면 우리나라 의사가 죄다 전과자가 되었거나 반대로 영국이 의사한테 무슨 살인면허라도 줘서 아무도 기소되지 않아야 한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