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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초고령화 시대, 서울특별시 건강은 안녕하십니까? 
[기고] 초고령화 시대, 서울특별시 건강은 안녕하십니까? 
  • 의사신문
  • 승인 2023.12.06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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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호 중랑구의사회장

숨막혔던 감염병 위기를 넘기고 맞이하는 평화로운 시간. 하지만 의료 시스템을 정비하고 경제도 살려야 하는 순간이다. 초고령사회의 돌봄의 문제도 그렇고 시민 건강권의 성장 또한 의료 시스템의 개혁을 미룰 수 없을듯하다. 그 중에서도 만성질환관리와 재택의료는 기존의 의료시스템의 문제를 보완하기 위한 핵심 분야다. 주민들이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일차의료의 활성화를 통해 예방과 건강증진을 이루고 치료 중심의 거대병원 고비용구조를 보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상 초유의 지역사회 감염을 겪었던 만큼 지역사회와 지자체의 노력이 또한 절대적으로 중요한 부분이기도 하다.

하지만 정부의 일방적인 정책은 지역사회 의료현장과의 소통 부족과 부서간 칸막이 행정에 막혀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그 와중에 의대정원을 늘리고 거대 병원을 위한 정책만 만들려하고 있다. 의료를 양적으로 팽창시키면 필수의료 인력난이 해소되고 부족지역까지 분배가 이루어질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기존의 수도권 쏠림을 해결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문제를 심화시키고 국민의 의료비 부담만 가중시킬 가능성이 높다. 더구나 인구절벽과 생산인구의 감소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초고령화 시대의 의료적 위기는 국가의 존망의 위기가 될수도 있다.  

서울이 대한민국 최고의 의료 밀집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코로나 감염병 위기 앞에서 의료시스템 붕괴를 걱정하고 모든 것을 멈추어야 했다는 사실은 현재의 의료시스템이 갖고 있는 문제의 본질을 보여준다. 최대의 병원들이 몰려있음에도 감염병실을 확보하지 못해 지방까지 떠돌아야 했고, 사각지대는 끝없이 위기를 유발했지만 동네 의원이나 동네 병원과의 공조는 부족했다. 하지만 정부는 민관협력을 위해서 노력하지 않고 의료기관을 지배하려고만 한다.  의료는 기본적으로 공공성을 갖고 있으며 잘못된 의료환경이 이를 어렵게 하는 것뿐이다.  

질병은 천재지변처럼 예측이 어려우며 신속한 대응과 모두의 협력이 중요하지만 관료주의 체계하에서는 전문가의 역량을 다하기가 어렵다. 의료기관의 과밀은 경쟁과 경영란을 유발하고 저수가 필수의료를 기피하게 만든다. 국민들이 유달리 서울을 선호하는 습성이 있고 수도권에 의료기관들이 가장 많이 밀집되어 있음에도 건강 사각지대는 좀처럼 해결되지 않고 있다. 돌봐줄 이 없는 독거노인과 1인 가구, 과도한 경쟁과 관계망의 단절로 인해 자립을 포기할 수 밖에 없는 생활보호 대상자들의 건강문제는 지역사회가 주도적으로 나서지 않고서는 해결하기 어렵다. 사각지대의 환자를 재택의료 참여 기관에 연계할 수 있는 관계망을 구축하고 현장 의견을 수렴하는 것은 지자체가 나서지 않으면 안되는 일이다. 

지자체와 지역사회는 막연한 정부에 대한 의존을 벗어나 지역상황에 맞는 만성질환과 돌봄의료에 대한 대책을 수립하여야 한다. 지역사회를 중심으로 하는 전문가와의 민관협력과 다양한 의견이 반영될 수 있는 새로운 거버넌스를 구축하여야 한다. 특히 서울특별시는 사각지대 해소와 새로운 시대에 필요한 보건의료 거버넌스 구축을 위해 모범을 보여야 한다. 

건강 문제는 소비자와 수요자 관계를 넘어서는 일상의 문제이다. 건강은 인간의 행복을 위한 필수조건일 뿐만 아니라 사회 발전을 위한 동력이기도 하다. 시민의 사회적 곤란은 건강의 문제로 귀결되기 때문에 의료와 건강의 문제에 대해서는 사회 구성원 모두의 협력이 필요하다. 정부는 일방적인 정책을 중단하고 국가의 재정적 한계에 대해 솔직한 고백과 함께 진정성 있는 민관협력에 나서야 한다. 시민사회 또한 의료쇼핑으로 인한 의료 자원 낭비를 줄이고 스스로의 건강을 증진할 수 있도록 동참하여야 한다. 효과적인 건강자원의 활용과 사각지대를 최소화 하고 질병을 예방하고 건강을 증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점에서 지역사회 민관협력 거버넌스의 역할은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저출산-초고령 사회의 의료적 상황은 자연 재해 보다 심각한 문제이며 구체적인 대책 마련을 위해서 전문가와의 협력과 시민사회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건강이 최우선의 가치가 되는 시점 그리고 국가의 성장을 위해 시민의 건강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점을 맞이하여 살던 곳에서 노후를 보낼수 있도록 하는 지역사회의 적극적인 변화가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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