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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국회, ‘필수의료사고 법적 부담 완화’ 논의 본격화 나서
정부·국회, ‘필수의료사고 법적 부담 완화’ 논의 본격화 나서
  • 박예지 기자
  • 승인 2023.11.30 15: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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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최재형 의원, 30일 서울시醫 후원으로 정책세미나 개최
박명하 회장 “한국 필수의료 붕괴 직전···긍정적 해결 실마리 기대”
최재형 의원 “진정한 의료강국 되려면 의료진·환자 모두 보호해야”

필수의료 의료진의 의료사고 법적부담 완화 방안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현재의 필수의료 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의료진이 민형사상 책임에서 자유로운 진료 환경을 구축하는 것이 가장 우선이라는 것에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 모습이다.

국민의힘 최재형 의원은 30일 밑줄포럼 주관, 서울특별시의사회 후원으로 ‘의료사고 책임 감면과 필수의료 확대를 위한 세미나’를 열고 의료계, 법조계 전문가들과 함께 올바른 정책 방향성을 논했다.

지난 2일에는 보건복지부와 대한의사협회가 ‘의료분쟁 제도개선 협의체’ 첫 회의를 진행했고, 오는 12월 6일 열리는 제20차 의료현안협의체 회의에서도 의료사고 법적부담 완화 방안이 주로 논의될 예정이다.

(왼쪽부터) 최재형 국회의원, 박명하 서울시의사회장, 조전혁 밑줄포럼 공동대표.

지난달 의료인 면허취소 사유를 중범죄로 한정하는 의료법 개정안을 발의하는 등 합리적인 의료법 체계 조성에 힘쓰고 있는 최 의원은 개회사를 통해 “우리나라 의료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인 반면 의료분쟁 해결에 대해서는 제대로 된 국가적 시스템이 없다. 선진국에서는 국가가 적극적으로 나서 의료분쟁을 해결한다”라며 “진정한 의료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의료인들이 의료행위에 집중할 수 있도록 민형사적 책임을 덜어주는 동시에 환자를 보호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라고 의료사고특례법 제정 필요성을 강조했다.

박명하 서울시의사회장은 축사를 통해 “한국 필수의료는 붕괴 직전”이라고 위기의식을 상기시키며 “이 위기 극복을 위해 정부는 의사 수를 대거 확대해야 한다고 하고 있어 서울시의사회를 비롯한 의료계의 우려가 깊다. 이가운데 올바른 방향으로의 정책 논의 자리를 마련해주신 최재형 의원께 서울시의사회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이어 “작금의 현실을 반영하는 오늘 자리는 무겁고 어려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올바른 길로 나아가기 위해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라며 “의료계, 법조계 전문가들이 모여 토의하는만큼 필수의료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긍정적 해결 실마리가 나오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조전혁 밑줄포럼 공동대표(전 국회의원, 경제학 박사)는 환영사를 통해 “우리나라 의료는 시장실패 상태다. 시장실패란 잘못된 보상체계로 인해 재화 및 서비스 공급이 부족해지거나 넘치는 상태를 말한다”라며 “의료는 공익성이 큰 사적 재화다. 의료에 대해 시장 위주로 접근하되 공익성에 대해서는 적절한 보상체계가 있어야 하는 이유”라고 의료진 보호 장치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국가가 의료분쟁에서 큰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 일본 등 해외 선진국에서는 정부가 적극적인 분쟁 해결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미국과 일본은 의료배상책임보험제도를 운영해 환자에게 신속하게 보상하는 동시에 의료인의 배상금 부담을 완화하고 있다. 영국은 NHSLA(국가보건서비스소송국)을 설립해 의료과오 소송에 따른 보상 처리를 국가가 대부분 담당하고 있다.

박형욱 단국의대 교수는 “필수의료 보호는 형사책임과 민사책임 두 영역이 모두 고려돼야 한다. 또한 환자 보호와 의사 보호가 균형을 이뤄야 한다. 의사는 진료를 거부할 권리가 없기 때문에 그에 따르는 법적 책임에 대해서는 보호장치가 있어야 한다”라며 “그러나 의료진의 의료사고 법적부담 완화 움직임에 의료소비자 단체가 크게 반발하고 있다. 민사손해배상을 위해 형사소송을 이용하는 행태에 대해 문제의식이 없으며, 법원과 검찰도 점점 더 이를 조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진료거부 금지, 요양기관 강제지정제, 강제수가, 강제심사로 운영되는 우리나라에서는 건강보험 의료에서 국가의 의료배상 책임을 강화하고, 형사처벌을 완화해 환자와 의료진을 도시에 보호하는 것은 합리적인 정책”이라며 “필수의료 의사가 현장을 떠나고 있음에도 정부는 그저 생색내는 정책을 과장광고하는 데에 몰두하고 있다. 근본적이고 혁신적인 전환이 없으면 필수의료 위기는 더 악화될 것이 분명하다”고 우려했다.

윤용선 바른의료연구소장은 “외국에 비해 한국에서는 의료사고에 대한 형사기소 및 형사상 유죄판결 비율이 매우 높다. 의료행위를 바라보는 검찰이나 사법부의 시각이 국제적 기준과 거리가 상당하다”라며 “필수의료 영역에서 발행하는 분쟁은 공무의 영역으로 판단해 국가가 전적으로 책임지는 ‘필수의료 배상 국가책임제’, 의료인의 고의 중과실이 아닌 경우에는 수사 및 기소 단계에서부터 형사처벌을 염두에 두지 않는 의료분쟁 처리 원칙을 도입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현두륜 법무법인 세승 변호사(법학박사)는 “필수의료 분야에서 의료인의 민형사상 책임을 제한할 필요성에 적극 동의한다”라며 “그러나 형사책임을 감면하거나 친고죄를 도입하자는 주장은 극복해야 할 문제가 많고 입법에도 어려움이 있다. 그 대안으로는 반의사불벌죄 확대, 별도의 양형기준 마련, 의료과실과 인과관계에 대한 엄격한 판단 등 형사재판 실무에서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본다”라고 발언했다.

그러면서 “과실책임주의를 채택한 현행법 하에서는 의료사고 손해배상책임만 완화하자는 주장 역시 반대 의견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라며 “그 대안으로 건보공단의 구상권 제한, 불가항력적 의료사고 보상 확대, 의약품 부작용피해구제사업의 개선 등을 제안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필수의료분야에 종사하는 의료인을 ‘공무수탁사인(공권력 행사 가능한 개인)’으로 설정해 국가가 우선적으로 책임을 지고, 의료인은 고의 또는 중과실이 있는 경우에만 책임을 지도록 하는 방안을 장기적으로 검토할 필요도 있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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