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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아무도 경험해보지 못한 시대 
[기고] 아무도 경험해보지 못한 시대 
  • 의사신문
  • 승인 2023.11.28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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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호 중랑구의사회장

동네 경로당 방문 건강관리사업에 참여한 지 어느새 6개월이 되었다. 동네의사가 의료기관 밖에서 어르신들의 생활을 점검하고 건강과 질병 관리를 교육하는 일정이다.

수 십 명의 어르신들께서 반겨주시는데 만성질환을 갖고 계시지만 정기적으로 진료를 받고 건강도 관리하시면서 모임을 즐기고 계신 듯하다. 환자 어르신의 일상에서 이루어지는 건강에 대한 담소는 또 다른 깨달음을 준다.

평균 수명이 조선시대까지는 40대를 넘기 어려웠지만 현재는 85세를 넘어서고 있다. 한반도의 역사상 지금처럼 풍요롭고 건강한 시대는 없었다. 사회와 경제의 급속한 성장과 의과학의 발전 덕분이 아닐까 한다.

이제는 늘어난 수명만큼 건강을 누리고 유지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기다. 건강관리는 병원 치료 이상으로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습관과 환경의 문제를 위해서는 지역사회에 폭넓은 보건의료적 관계망이 구축되어야 한다. 

하지만 돌봄과 필수의료의 위기는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의료 수요의 폭발적 증가를 감당할 수 있는 시스템의 효율성이다. 그러나 기존의 정책은 대형병원 중심의 고비용 구조이다. 지역사회에서 환자의 일상에서 이루어지는 일차의료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지만 저수가에 관치 통제까지 더해지는 상황에서는 능동적인 역할을 하기가 어렵다.

우리 주변에는 건강을 위협하는 비상식적이고 비과학인 행태가 아직도 많다. 제도만 만들면 세상이 바뀌는 줄로 아는 관료주의적 사고 방식도 위험하다. 관료 중심의 체계로는 시민 사회의 다양한 요구를 수용하기에 한계가 있다. 시스템의 위기가 국가의 수명을 단축시키지만 정치권과 관료들은 시스템에 안주하려고만 한다. 거대한 의료시스템을 만들고 의료비를 부담이 갈수록 늘어가는 상황에서 일차의료가 계속 흔들린다면 만성질환의 위기는 감당하기 어렵다. 

국민건강은 국가발전의 원동력이며, 국민건강의 위기는 국가의 위기이기도 하다. 과학의 힘으로 실사구시의 사회를 구현할 때가 되었다. 일차의료의 혁신과 자강을 통해 국민건강을 바로 세우고 국가를 새롭게 하여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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