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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의대정원확대 반대, 확인된 의료계 민심(民心)
[사설] 의대정원확대 반대, 확인된 의료계 민심(民心)
  • 의사신문
  • 승인 2023.11.1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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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특별시의사회가 최근 정부·정치권에서 일방적으로 거론하고 있는 의과대학 정원확대와 관련하여 서울시의사회 회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시행했다. 

총 7972명의 회원이 설문에 참여했다. 일주일 남짓한 짧은 조사 기간임에도 인턴·레지던트·봉직의·개원의·교수 등 모든 직역 회원이 조사에 참여했다. 참여 회원의 77%가 의대정원확대 자체를 반대했다. 전공의는 반대 91.9%로 거의 대부분 반대했다. 젊은 의사 회원일수록 반대 여론이 높았다. 또한 의대정원확대 반대가 확고한 의료계 민심임을 재확인했다. 

의대정원확대를 반대하는 이유에 대해 대부분(95%)이 ‘의대정원확대는 필수 의료의 해결책이 아닌 점’을 꼽았다. ‘의사 과잉 공급으로 인한 의료비 증가 및 국민건강 피해’(56%) ‘이공계 학생 이탈로 인한 과학·산업계 위축에 대한 우려’(48%) 의견이 뒤를 이었다.

박명하 서울시의사회 회장은 “대부분의 의사들이 이번 포퓰리즘 정책에 반대한다는 것을 실감했다. 특히 젊은 의사들의 반대가 상당하다. 회원들의 뜻을 받아들여 현안을 올바르게 풀어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보건사회연구원(보사연)의 2022년 보건의료인력 실태조사를 보면, 지난 10년 간 한국의 인구 천 명 당 임상의사 수 연평균 증가율은 3.1%로 OECD 평균 1.2% 보다 대단히 높다. 국토면적 대비 의사 밀도도 다른 OECD 국가들보다 높다. 반면에 GDP 대비 국민의료비의 비중은 OECD 평균보다 낮다. 적은 비용으로 효율적인 결과를 얻고 있으며, 해마다 3천명씩 의사가 늘고 있어 조만간 인력 과잉 상태에 접어들게 된다. 

보건의료 인력의 적정 수급을 위해서는 직종별 면밀한 수급 구조를 판단하고 이를 토대로 중장기 로드맵을 구축해야 하나, 현재는 정치적 판단에 의해 급조된 정책으로 좌지우지 되고 있다. 미국, 유럽 등 해외 선진국과 마찬가지로 보건의료인력에 대한 정교한 추계 모형이 필요하다. 인구 변화, 경제 성장률 등 외생 변수를 반영하여, 지속 가능한 보건의료체계 구축을 위해 사회적, 재정적으로 감당 가능한 적정보건의료 인력 수준을 검토해야 한다. 

지난 2000년 의약분업을 강행하면서 정책 재평가를 약속했지만 23년 동안 실행되지 않았다. 정부건강보험 국고지원금 20%도 수십 년 간 납입된 적이 없다. 2017년 의사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케어를 강행했던 것을 생각하면 정부 정책을 믿을 수 없다는 것이 의료계의 중론이다. 

의사 수를 늘리는 방안으로는 의료기관 종별, 지역별 의사 불균형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 보사연 보건의료인력 실태조사 보고서 결론이다. 필수의료, 지역의료는 필수의료분야 의료인들의 의료 행위에 대한 적정가치를 부여해야 해결될 수 있다. 

의사든 간호사든 증원만 한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간호사의 절반이 장롱면허라는 사실이 증명한다. 문제의 핵심을 해결하는 정책들을 제시하고 정원확대를 논의해야 한다. 서울시의사회 설문조사 결과를 통해 많은 의사 회원들, 특히 젊은 의사들이 의대정원확대가 대한민국 의료의 해답이 아니라는 견해를 밝혔다. 정부는 9.4 의정합의를 이행하고, 의대정원 문제는 의정협의체에서 원점부터 논의되어야 한다. 

정부와 정치권의 포퓰리즘 행보는 오히려 젊은 의사들에게 필수의료를 절대 선택하지 말라는 역신호를 줄 수 있다. 의료 행위료를 현실화하고 지역 의료기관에 대한 가산을 위해서는 정부 재정이 필요하다. 

의대정원증원보다 필수의료 분야를 등지고 떠난 의사들이 의료현장으로 되돌아오게 하는 방법이 선제적으로 필요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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