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法 "'집도의 변경' 서면 통지 안했다고 의사 자격정지는 위법"
法 "'집도의 변경' 서면 통지 안했다고 의사 자격정지는 위법"
  • 홍미현 기자
  • 승인 2023.11.06 14: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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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 처분 취소
"환자 상태 위급해 집도의 변경···'비도덕적 진료행위' 아냐"

의료 현장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채 단지 '집도의 변경 사실을 환자나 보호자에게 서면으로 알리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보건복지부가 의사면허 자격정지 처분을 내린 것은 위법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부(재판장 강동혁 부장판사)는 영상의학과 진료교수인 A씨가 "의사면허 자격정지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복지부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복지부는 '비도덕적 의료행위를 했다'는 이유로 2021년 12월 A씨에게 1개월간 의사면허 자격정지 처분을 내렸다.

간내 담관암 말기 환자 B씨에게 PTBD(경피경간담도배액술)을 시행할 때 당초 시술 동의서에는 A씨가 집도의로 기록돼 있었지만, B씨나 보호자에게 서면으로 알리지 않은 채 실제 시술은 다른 의사 C씨가 했다는 이유였다. PTBD는 수술할 수 없는 악성 담도 폐쇄, 간담도의 담석 등으로 인한 담즙 자연 배액에 문제가 있어 체내외로 배액관을 삽입해 일시적으로 담도를 형성해 담즙을 배액하는 시술을 말한다. 

의료법은 수술 등에 대한 동의서 내용 중 집도의 등이 바뀐 경우에는 바뀐 이유와 내용을 환자에게 서면으로 알리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이를 위반하면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게 된다. 

그러자 A씨는 복지부의 처분은 위법해 취소돼야 한다며 소송을 냈다. 

재판 과정에서 A씨는 의료법 위반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시술 동의서를 받은 전공의가 사전에 '집도의가 바뀔 수 있다'는 부분을 설명했을 뿐만 아니라, C씨가 시술을 해야 할 긴급한 사유가 있었다"며 비도덕적 의료행위는 아니라고 주장했다.

법원은 A씨의 손을 들어줬다.

당초 시술은 A씨가 당직 근무 중 하기로 돼 있었지만, B씨가 패혈증 증상을 보이자 위급하다고 판단한 B씨의 주치의가 영상의학과에 신속한 시술을 요청했고, 이 때문에 A씨보다 먼저 근무 중이었던 C씨가 대신 시술을 할 수밖에 없었다는 이유다.

심지어 C씨는 A씨보다 연차가 높은 전문의로, 시술 경험도 더 많았다.

재판부는 "집도의가 변경될 수 있다는 점을 환자 등이 사전에 예견할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환자의 건강과 치료적 이익을 위한 주치의의 판단으로 집도의가 불가피하게 변경됐던 것일 뿐, A씨의 개인적인 사정에 의해 집도의가 변경된 것은 아니었다"고 밝혔다.

이어 "집도의로 변경된 C씨는 A씨보다 고연차로, 시술을 집도하는데 충분한 경험과 능력을 갖추고 있었다"며 "서면으로 알리지 않은 채 집도의가 변경됐다고 해서 환자의 안전이나 치료적 이익이 저해된 사정을 찾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특히 "영상의학과 소속 교수 근무 일정에 따라 집도의가 정해졌던 것일 뿐, 환자 등의 요청으로 A씨가 집도의로 정해졌던 것도 아니다"라며 "집도의 변경에 따라 환자의 자기결정권이 훼손됐다고 평가하기도 어렵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A씨가 집도의 변경에 대해 서면으로 알리지 않은 사실은 있으나, A씨가 사회통념상 의사가 지녀야 할 도덕성과 직업윤리를 심하게 훼손해 국민의 신뢰를 실추하는 '비도덕적 진료행위'를 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복지부의 처분은 위법해 취소돼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 판결은 복지부가 항소하지 않아 A씨 승소로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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