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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과醫, 독감치료제 배상판결에 "의료분쟁특례법 조속히 제정해야"
내과醫, 독감치료제 배상판결에 "의료분쟁특례법 조속히 제정해야"
  • 조준경 기자
  • 승인 2023.11.02 17:4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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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법-사법-행정 3부가 파상공세로 필수의료 고사시키는 형국"
"비고의 의료과실 처벌 난무하는데 의사 수 늘린다고 해결되나"

최근 독감 진단을 받고 항바이러스제 주사치료를 받은 후 귀가한 청소년이 아파트에서 투신해 하반신 마비가 된 사건에 대해 법원이 의사와 병원 측에 거액의 배상 판결을 내린 것과 내과의사회가(이하 의사회, 회장 박근태) 강력하게 비판하며 ‘의료분쟁특례법’을 조속히 제정하라고 2일 밝혔다.

의사회는 해당 판결이 현 정부의 핵심국정과제이면서 국민의 건강권 수호와 밀접한 연관이 있는 필수의료 기반 강화를 뒤흔들었다며, 질병 자체의 동반증상으로 인한 것인지, 약제의 이상 반응으로 나타난 현상인지 인과관계가 뚜렷하지 않은 상황에서 환자와 가족들이 제기한 의사의 설명 의무 위반을 법원이 인정했다고 지적했다.

환자의 자기 결정권 행사를 보장하기 위해 주치의가 의료행위의 내용과 방법에 대해 설명을 할 의무가 있는 것은 맞다. 그러나 설명 의무의 범위가 명확히 규정된 바 없고 이전 대법원 판례에 비추어보더라도 의료행위의 모든 과정을 대상으로 하지는 않고 있다.

의사회는 “오감을 이용한 진찰로 시작되는 진료는 환자 개개인의 생물학적 특성, 의사-환자의 관계 및 사회경제학적 요인 등이 복잡하게 얽혀있고 의사는 전문적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최적의 진단 및 치료 방법을 결정한다”면서 “동일한 진단명에 같은 치료를 하는데 있어서도 치료 경과가 다르듯이 투약을 포함한 모든 의료행위의 결과는 예측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최근 의료사고와 관련한 일련의 판결이 의료인에게 모든 법적 책임을 전가하는 경향이 있고 이번 판결도 의료의 전문성, 특수성, 불확실성을 전면부인하는 처사”라며 “이와는 다르게 작년 말 위법적 의료행위를 하면서 환자의 암 진단을 놓친 한의사에게는 면죄부를 씌워주며 초음파 사용을 합법화한 법원의 판단기준은 과연 무엇인가?”라고 반문했다.

의사회는 정부의 의대정원 확대 움직임도 비판했다. 비고의적 의료과실에 대한 처벌이 난무한 상황에서 의사 수만 늘린다고 필수의료 기피 현상이 사라지지 않을 것이란 지적했다. ‘의료분쟁특례법’ 제정을 통한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선행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의사회는 “최근 본회 학술대회에 참석한 일본임상내과의사회 회장은 우리나라 의사가 악의적인 의료사고가 아닌 경우에도 형사처벌을 받는다는데 놀라움을 금치 못했고 의료의 전문성과 특수성을 인정하고 존중해주는 일본의 사회 분위기를 전했다”며 “소아·분만, 중증·응급 분야뿐만 아니라 일차 의료의 중심축인 내과의 경우에도 내시경 전처치, 검사와 관련된 의료사고에 대해 이번보다 더 가혹한 판결이 났었다. 통제 위주의 정책과 법적 처벌은 진료행위의 전 과정에 있어서 의료진의 방어 진료를 조장하여 결국 국민의 건강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예견했다.

이어 “경증질환 및 만성질환에 대한 진료, 건강검진, 예방접종 분야도 정부가 연일 발표하고 있는 다른 분야의 기반강화책만큼의 적극적인 관심과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며 “더불어 코로나 예방접종으로 인한 부작용이 있을 때 국가배상제도를 도입했던 것처럼 필수의료 분야의 의료배상보험 가입을 지원해주고 의료분쟁조정, 중재에 있어서 전문가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된 결정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사회는 “보여주기식 정책을 남발하는 행정부, 면허박탈법과 같은 악법으로 의료계를 옥죄는 입법부, 의료인을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며 판결을 일삼는 사법부의 파상공세로 필수의료는 고사하고 있다”며 “필수의료를 살리기 위한 가장 중요한 전제조건은 그 분야에 몸담고 있는 의료인이 소신 진료를 할 수 있게 법적으로 보장하고 의사 결정 과정의 전문성을 존중해줘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필수의료의 중대한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 무엇보다 ‘의료분쟁 특례법’을 조속히 제정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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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수리눈 2023-11-03 08:44:32
삼가 이 나라 의료의 고사에 조의를 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