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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나라에 의사가 없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된 의료정책이 없다.”
[기고] “나라에 의사가 없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된 의료정책이 없다.”
  • 의사신문
  • 승인 2023.10.24 09:1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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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연 서울특별시의사회 부회장

최근 주요 언론에서 ‘의대 정원 확대’라는 화두를 던져 의료계 뿐 아니라 사회적으로 많은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더욱이, ‘응급실 뺑뺑이’, ‘지역 의료 불균형’, ‘수도권 원정 진료’라는 자극적인 용어를 사용하며 ‘의대 증원’의 당위성을 설파하고 있다. 

이러한 이슈에 있어서, 다음과 같은 의료 정책적 문제에 대하여 이야기하고자 한다. 

1. 필수의료의 몰락

우리나라 의료의 일부에서는 무한 경쟁에 내몰리고 있을 만큼 대한민국 의사는 넘쳐난다. 
외국에서는 진료실에서 의사를 한번 만나기 위해 수 일 내지는 수 개 월이 넘는 대기 시간과 엄청난 비용을 지불해야 하지만, 이 나라에서는 거의 모든 과의 전문의를 한 끼 식사값 정도로 실시간으로 만날 수 있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하는 사실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의료계는 수 년 전부터 외과, 소아청소년과, 산부인과 등 필수 의료의 몰락을 경고해 왔다. 필수 의료를 전공한 의사들도 정말 애정을 갖고, 의사로서의 역할을 하고 싶어 한다. 그런데, 턱없이 낮은 수가와 선의의 의료행위에 따른 사고에 대하여 고소, 고발 및 구속 등의 사법적 판결 아래, 자신이 전공한 전문 진료를 포기하고, 무한 경쟁하는 비급여 의료시장으로 내몰리고 있다. 

의사 수를 늘리는 것을 이야기하기 전에, 필수의료에 대한 수가 인상 등 재정적, 정책적 지원과 최선을 다한 의료행위에 대한 법적인 보호 조치를 먼저 얘기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근본적인 해결이 없이는 의사 인력을 매년 1만 명씩 더 뽑는다 해도 필수 의료의 몰락을 막지 못할 것이다.


2. 지역의료 체계의 붕괴

의사와 환자 모두 수도권으로 몰려들고 있다. 중한 병에 걸릴수록 서울의 Big 5 병원에서 진료 받으려는 통에, 지역 의료기관들은 텅텅 비어간다. 수도권 대학병원들은 분원 설립을 통해 병상을 늘려가고, 지역의 의료 인력과 환자는 계속해서 수도권으로 유입되어, 지역의 의료 자원 및 역량은 저하될 수밖에 없으며, 따라서 의료 인력과 환자는 더욱 수도권으로 집중되는 악순환을 겪고 있다. 

지역의료를 살리기 위해서는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하면서 의료공급자인 의사들만 탓하고 쥐어짜기 전에, 지금과 같이 허울만 있는 의료전달체계가 아닌, 권역을 설정해 실효성이 있는 의뢰 체계를 시행하고, 충분한 추가 재정을 투입하여 지역 의료에 대한 수가 보상을 하는 등, 정부의 확실한 의지가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매년 3천 여 명의 신규의사가 배출되고 있다. 반면 2020년을 기점으로 인구 수는 줄고 있다. 저 출산과 인구고령화가 가속화가 되고 있는 현 시점에서, 필수 의료인력 부족과 지역 의료인력 부족의 해결책이라는 명목으로 단순히 의대 신설을 통한 의사 수 늘리기 정책은, 메마른 농촌의 논밭에 물을 조달하기 위해 상류의 큰 댐에 물을 퍼붓기만 하는 정책과 무엇이 다를 것인가? 

시골의 작은 논밭까지 효과적으로 물이 닿을 수 있게 하기 위해서는, 막힌 물길을 뚫어주고 수로를 정비하는 등 세심한 관리를 통한 효율적인 배분이 필요할 것이다. 의사 인력정책 또한, 정치인들의 지역 민심 잡기용으로서의 근시안적인 의대 신설이나 의대 정원 확대가 아닌, 백년 앞을 내다보는 보다 철저하고 섬세한 의료 정책 마련과 실행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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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관 2024-01-04 22:21:47
맞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