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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 인력난 빠진 소아청소년과, '악화일로' 우려 
전공의 인력난 빠진 소아청소년과, '악화일로' 우려 
  • 홍미현 기자
  • 승인 2023.10.20 14: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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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 김지홍 이사장, 기자간담회서 토로
낮은 지원율→ 인력 부족→ 진료 축소···'악순환'
"의대 정원·의사 증원, 앞뒤 바뀐 정책수가 개선 등 선행돼야"

턱없이 낮은 수가는 물론, 환자 보호자들로부터 각종 소송 위협까지 겹치면서 매년 전공의 모집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아청소년과의 상황이 더욱 악화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현재 수련병원 70% 이상이 진료를 축소했을 뿐만 아니라, 수련병원의 30%는 내년에 전공의 없이 소청과 진료를 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 김지홍 이사장은 지난 19일 그랜드 워커힐 서울 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를 통해 소아청소년과의 어려운 상황에 대해 이 같이 토로했다. 

김지홍 이사장은 “젊은 의사들이 소아청소년과를 전공할 수 있도록 정부가 제대로 된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며 “2025년을 고비로 소청과 전공의 인력난이 더욱 심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지난 8월 수련 실태조사를 진행한 결과 내년에 전공의 4년차가 120명이 졸업을 앞두고 있고, 전공의 수련기간이 4년에서 3년으로 변경되면서 2025년에는 3, 4년차 전공의 100명이 함께 졸업하면 전공의 인력 부족 현상이 심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학회에 따르면, 과거 소아청소년과 전공의는 1년차부터 4년차까지 모두 800여명 규모였다. 그러나 전공의 수련과정이 4년에서 3년으로 바뀌면서 전공의가 600명으로 줄어들게 됐다. 

게다가 최근 5년간 전국의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지원율이 75%가량 떨어지면서 현재 연차별 전공의는 50명으로, 전국 150여명에 불과한 실정이다.

과거 800여명이 하던 업무를 150여명이 하는 상황에 놓인 셈이다. 

김 이사장은 “현재는 교수와 전문의들이 나서서 전공의들의 공백까지 메우며 겨우 버티고 있지만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며 “전문의 배출이 되지 않으면 소아청소년과는 더욱 어려워지는 만큼, 정부는 전문의 배출을 위한 수가 정상화 및 근본적인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전체 수련병원의 70%가 소아청소년과 진료와 병동 운영을 축소했으며, 이들 중 30%는 진료량을 50% 이하로 줄인 상태”라며 “내년 전공의 인력이 충원되지 않을 경우 진료량을 더 줄이겠다는 곳도 30%에 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런 상황이라면 앞으로 최소한의 인력으로 최소한의 중환자만 보는 진료체계가 될 수밖에 없는데도, 정부가 아직까지 발빠르게 대응을 해주지 못하고 있다”며 “내년에는 전공의가 대폭 줄어들어 전국 수련병원 30% 정도는 주간 병동 운영이 어려워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특히 김 이사장은 “소아청소년과가 점점 악화되고 있다는 것이 수치상으로 나오고 있다”며 “3차 의료기관 및 상급종합병원의 진료 시스템이 전문의로 유지가 돼야 최소한 소아 중환자들을 잘 케어할 수 있는 시스템을 유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학회는 의대 정원 확대와 관련해서도 “직접적인 효과는 없을 것”이라는 비관적인 입장을 내놨다. 

김 이사장은 정부가 내놓은 의대 정원 확대 및 의사 대규모 증원 방침에 대해 ‘앞뒤가 바뀐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의대 정원을 늘리더라도 이들이 의사로 활동하려면 10년 후”라며 “의료 불균형 문제는 점점 나빠지고 있고 당장 해결해야 할 과제인데, 의대 정원 증원만 해놓고 기다리라고 하면 과연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선 필수의료와 비필수의료 간의 수가 조정을 제대로 해서 균형을 맞춰놓은 다음 인력을 늘려야 필수의료로 인력이 유입되는 효과를 볼 수 있다”며 “인력만 늘려놓으면 이 인력이 어디로 갈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대규모 증원을 한다는 것은 앞뒤가 바뀐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김한석 기획이사도 “필수의료가 붕괴됐다. 필수의료를 어떻게 가지고 갈지에 대한 정책이 먼저 나와야 한다”며 “단순히 의사 수를 늘린다고 해서 이들이 필수의료를 선택할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학회는 정부의 '소아의료체계 개선대책' 후속조치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미흡한 부분도 언급했다. 

김 이사장은 “의사 인력을 증원했을 때 이에 대한 교육시스템도 해결되지 않았다”며 “의대 증원을 발표하기에 앞서 인력을 양성하는데 필요한 교수 인력과 교육 과정 등의 계획을 세우고, 몇 명을 증원할 것인지를 논의해야 하는데 무작정 숫자만 발표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소아청소년과의 경우 정부가 내놓은 인력 증원 대안이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당장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진단했다. 

나영호 회장도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지원율이 낮은 것은 ‘미래 보장’이 안되고 수가가 낮으며 인구의 감소는 물론 의료 행위에 대한 법적 보호가 부족하기 때문”이라며 “이런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의대 정원을 늘려도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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