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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부인과醫 "개호비(간호, 간병비용) 증가로 10억 이상 소송 비일비재···국가가 나서야"
산부인과醫 "개호비(간호, 간병비용) 증가로 10억 이상 소송 비일비재···국가가 나서야"
  • 조준경 기자
  • 승인 2023.10.16 09: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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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연 회장 "의료행위 사고는 환자 도우려다 발생한 것이라 가해 사건 아니야"
이기철 부회장 "분만 24시간도 걸리는데 쌍꺼풀 수술보다 낮은 수가 말 되나"

대한산부인과의사회(회장 김재연) 2023년 추계학술대회가 15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가운데 불가항력적 분만사고에 대한 정부 보상금 인상 필요성이 제기됐다.

김재연 회장은 “최근 들어 분만사고 소송에서 손해배상 금액이 과거에 비해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지고 있는 원인으로 최저임금 상승과 기대여명 증가로 인한 개호비 상승이 있다”며 “2010년대 들어선 개호비로만 10억이 넘고 있다. 앞으로 2030년대가 되면 총 배상액이 20억이 되는 판결도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누가 산부인과에서 분만을 할 수 있겠는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의료분쟁조정법을 통해 무과실 분만 사고에 대해선 정부가 산모에게 보상을 하도록 하고 있지만, 사고 결과로 들어가는 막대한 개호비용(간호, 간병비용)을 감안하면 3000만원이라는 금액은 턱 없이 부족하다는게 의료계의 입장이다.

김 회장은 “무과실 분만사고 보상 제도를 현실적으로 인상하고 유과실 판결 금액이라 할지라도 의료행위는 다른 사건들과 다르게 가해를 하려다 결과가 발생한 게 아니고 산모를 도와주려다 발생한 것으로 공공의료의 영역으로 보아야 하며 판결 금액의 80%를 국가가 책임지는 획기적인 저 출산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국정감사에서 최재형 국민의힘 의원이 불가항력 분만사고 보상금을 현행 3000만원이 최근 법원의 판결금액에 비해 너무 적어 상향해야 한다면서 일본처럼 최소 3억은 돼야 한다고 한 바 있다.

김 회장은 “정부의 파격적인 분만 사고에 대한 대책 마련이 없다면 산부인과 전공의는 사라지고 산부인과 의사들의 분만 기피 현상은 더욱 가속화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올해 7월 합계 출산율은 0.7명으로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지난달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7월 인구동향'에 따르면 지난 7월 출생아 수는 1만 9102명이었다. 지난해 4분기(0.7명)와 같은 수치로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9년 이후 역대 최저이다.  출생아 수는 지난 4월 1만 8484명으로 처음으로 2만명 선이 무너진 뒤 5월은 1만 8988명, 6월은 1만 615명, 7월은 1만 9102명으로 4개월 연속 2만명을 밑돌고 있다.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받은 '분만 청구 없는 전체 요양기관 현황'에 따르면 올해 7월까지 분만 청구가 없는 산부인과 의원 비율은 82%가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산부인과는 저출산, 저수가, 분만 관련 의료분쟁의 천문학적인 배상 증가로 신음하고 있다. 최근 법원이 뇌성마비 신생아의 분만을 담당한 의사에게 12억 배상 판결을 내린 충격으로 내년도 전공의 지원은 더욱 감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 전조 증상이 산부인과 전공의 임용대비 중도 포기율이 2017년 15%에서 올해 8월말 기준 17%로 늘어난 상황이다.

저수가 개선에 대한 요구도 나왔다. 이기철 부회장은 “쌍꺼풀 수술하는데 30분이 소요된다. 분만 하나를 이뤄내려면 24시간을 병원에 머물러야 한다. 분만 수가가 쌍꺼풀 수술보다 못한 것은 말이 안된다”라고 했다.

산부인과의사회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23년도 분만 진료비는 75만 8927원이고 의원급은 77만 2409원이다.

이 부회장은 “이제 산부인과도 보험에 목매달 수밖에 없다. 보험 수가를 개선하든지 새로운 보험 수가를 만들어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 올해 산부인과의사회는 보험 항목 중에 골반 수지 검사가 신설될 것을 기대하고 있다”며 정부와 심평원의 전향적인 태도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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