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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법조·보험업계 아우르는 감정(鑑定)체계 만들어서 상호 신뢰성 갖자"
"의료·법조·보험업계 아우르는 감정(鑑定)체계 만들어서 상호 신뢰성 갖자"
  • 조준경 기자
  • 승인 2023.10.16 09: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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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대한외과의사회 심포지엄서 의료행위 형사처벌 문제 다뤄
김해영 변호사 "판사들 의사 감정 불신 경향과 의료 몰이해 있어"

최근 장폐색 환자를 진료한 의사가 법정구속되는 사태가 발생하자 의료계는 충격에 휩싸였다. 대한외과의사회(회장 이세라)는 의사를 형사 처벌 하는 것에 대한 문제를 분석하기 위해 14일 법률 심포지엄을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 서울시의사회관에서 개최했다.

심포지엄 참석 연자들은 의료인들 자신이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어휘에서 법률적인 무게를 모르는 경우가 많은 것이 형사 처벌의 빌미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 의료행위의 특수성에 대한 우리나라 법조계의 몰이해를 향한 비판도 나왔다. 현재의 의료감정체계의 미흡함을 보완하기 위해 별도의 의료·보험 자문기구 설립 필요성도 제안됐다.

이선일 대한외과학회 의료심사의원회 간사는 주제발표에서 의료감정시 의료인들이 고려해야할 점에 대해서 설명했다. 이 간사는 의료감정은 잘못을 찾아내는 것이 아니라 'Peer Review(동료검사) 개념'을 지켜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의료라는 행위가 기본적으로 환자의 건강 회복을 위해 행해지는 만큼 '무죄추정의 원칙'을 가지고 의료감정이 시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 간사는 특히 의료인들이 감정시 쓰는 '상당히' 또는 '충분히'와 같은 일상적인 표현들을 법률가들이 어떤 의미로 받아들일지에 대한 고려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감정서 작성시 주의사항으로는 판사가 의학 전문가가 아니므로 의료감정서의 결과에 따라 판결이 좌지우지 될 수 있고, 잘못된 감정서는 억울한 의료과실 및 형사 책임을 유발할 수 있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간사는 “감정을 할 때 그 결과가 궁극적으로 피고 의료인이 형사적인 책임을 물어줄 수 있는 근거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유념해야 된다”고 당부했다.

김해영 변호사(법무법인 우면, 대한외과의사회 법제이사)는 법관들이 의료행위에 대한 정확한 지식이 없음에도 마치 자신들이 모든 것을 알고 있는 듯 판결을 하는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김 변호사는 “형사법적 관점에서 의사가 결과 발생을 예견하거나 회피할 수 있었음에도 그것을 막지 못한 과실을 '규범적 주의의무 위반'으로 보는데, 사고 당시의 일반적인 의학의 수준이나 제반 사정, 그리고 의료행위의 특수성을 고려하게끔 돼 있다”면서도 “그런데 판사들은 이 특수성에 대해 실제 배운 적도 없다”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의료과실의 민·형사적 인과관계를 구분할 수 있는 법관이 몇이나 되겠느냐”며 “의료과실에서 선택적 과실을 따지는 것도 문제이다. a, b, c, d를 나열해 하나만 걸려도 폭넓게 과실로 간주하겠다는 해석”이라며 과거 대법원 판례를 소개하기도 했다.

법관의 자유심증주의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김 변호사는 “ 감정서가 수십 장이 들어왔는데, 피고 의사에게 불리한 한 장의 증거를 판사 소신대로 선택해도 전혀 문제되지 않는다”며 “과거 대한의사협회가 감정(鑑定)을 통제하고 있던 시절에 법조계의 불신이 있었고 그러한 경향이 남아있다”고 분석했다.

김 변호사는 우리나라의 과도한 의료인 형사처벌 문제를 고치려면 불가항력적인 의료사고에 대한 면책 법안이 고안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의 감정 방식에 의료의 특수성을 고려하는 문화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세라 대한외과의사회장은 “대한의사협회 의료감정원이 2018년부터 체계적으로 교육도 하고 있지만 아직도 미흡한 부분이 많고,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서도 감정을 하고 있지만 역시나 좀 미흡한 부분이 있다”며 “대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사건이 발생하면 1차 중재를 하면서 자문위원회가 해당 사건을 전문가 단체로 문의하고, 또 그렇게 나온 자문을 보험사 등에서 다시 취합하여 각 진료과별로 다시 보내 재검토 하는 과정을 거치자”며 “대한의사협회의 이름을 빼서 중립성을 갖추고 의료뿐 아니라 보험에 대한 자문도 다루는 별도 조직을 만들어서 공정성과 상호 신뢰성을 회복하자”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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