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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방전 위조·지침 위반’ 비대면진료 부작용 속출···의약계 “사업 확대 경계”
‘처방전 위조·지침 위반’ 비대면진료 부작용 속출···의약계 “사업 확대 경계”
  • 박예지 기자
  • 승인 2023.10.13 14: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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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국감에서 “‘산업계 살리기’ 아니냐” 복지부 비판 쏟아져
이정근 의협 부회장 “‘재진·의원급 중심’ 비대면진료 대원칙 지켜라”
김대원 약사회 부회장 “사업 확대, 시범사업 1년은 해보고 논해야”

비대면진료 시범사업이 국감에서 뭇매를 맞았다. 지침 위반, 처방전 위변조 등 다양한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이를 모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문제 속출에도 불구하고 비대면진료 시범사업을 오히려 확대하겠다는 것은 플랫폼 산업을 위해서가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15일 비대면진료 대상과 시간대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지난 12일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국감 질의에 따르면 인천에서 한 55세 남성이 하루 9건의 비대면진료를 받았다. 위장관 장애라는 같은 증상으로 서울, 경북, 부산 등 전국 의원에서 비대면진료를 보며 의료쇼핑을 한 것이다.

소아과에서도 지침 위반 사례가 쏟아졌다. 현재 지침상 휴일과 야간에는 의학적 상담만 가능하고 처방이 불가능하다. 그러나 1500여건의 초진 상담에서 처방이 이루어졌고, 90일을 초과하는 장기처방도 다수였다.

비대면진료 처방전이 이미지 파일로 오가고 있어, 손쉽게 위변조한 뒤 약 쇼핑을 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참고인으로 출석한 권영희 서울시약사회장은 비대면진료가 의약품 오남용의 온상이 되고 있다고 고발했다.

권 회장은 “대리처방, 대리수령을 비대면진료 처방전으로 대체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그런데 비대면진료 처방전은 JPG나 PDF 등 이미지 파일로 전송되고 있어 위변조가 얼마든지 가능하다”며 “정부 주도의 공적전자처방전 시스템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비대면진료 처방 중 고위험 비급여 의약품이 다수다. 탈모약, 여드름약, 응급피임약, 비만치료제 처방이 59% 정도다. 부작용이 심한 약들이어서 오남용 방지를 위해 처방금지의약품 지정을 건의했지만 개선되지 않고 있다”며 “비급여 처방전은 위변조해도 점검할 수가 없어 다량 비급여 의약품 구매를 통해 음성적 불법시장이 만들어질 수 있다”고 짚었다.

실제로 탈모약 처방 투약일수를 1년으로, 비급여를 급여로 변조해 싸게 많은 양의 약을 구입한 사례가 있었다. 탈모약을 전립선에 처방하면 급여 적용이 된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권 회장은 “코로나19 팬데믹이 남긴 교훈은 비대면진료가 아니라 공공의료 강화다. 방문진료, 공공심야약국 등을 통해 비대면진료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을 충족할 수 있다. 공공의료 확충 요구가 높은데 복지부가 왜 비대면진료에 열을 올리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전혜숙 민주당 의원도 “국회에서는 비대면진료 시범사업을 안전장치를 마련한 뒤 해야한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국회를 무시하고 밀어붙인 결과, 마약류 및 비급여 의약품 오남용 등 우려했던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며 “플랫폼 산업 살리기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이정근 대한의사협회 부회장은 “비대면진료 논의에 있어 산업의 경제성과 편의성을 논하기보다 안전성과 유효성 검증이 선행되어야 한다”며 “비대면진료는 대면진료의 보조 수단으로, 재진 환자 중심으로, 의원급 중심으로 이뤄져야 하며, 비대면진료 전담의료기관은 금지해야 한다. 정부가 합의한 이 대원칙들을 지켜달라”고 강조했다.

김대원 대한약사회 부회장도 “1년은 해보고 사업 보완이나 확대를 논해야 한다”며 “계도기간 이후 실제 시범사업이 실시된 기간은 1개월여에 불과하다. 더 지켜봐야 한다. 최근 비대면진료 건수가 줄었다고 해서 국민 불편이 커졌다고 보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비대면진료에 대한 지적에 수차례 “비대면진료 시범사업은 국민 건강권과 접근성 제고를 위한 것이지, 플랫폼 산업 육성 목적이 아니다”라며 “단속을 강화하겠다”고 답변했다.

한편 참고인으로 출석한 장지호 닥터나우 대표는 “비대면진료 처방일수를 제한하는 정도의 규제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의원급 중심 원칙은 현재 플랫폼 제휴 병원의 99.9%가 의원급으로 잘 지켜지고 있다”며 “소수의 극적인 부작용 사례들을 기반으로 비대면진료가 전면 재검토되거나 논의를 다시 반복하게 되는 것에 대해서 우려가 크다. 정부 자문단 회의 등을 통해 현장 이야기를 수렴하고 책임감 있게 임하겠다”고 비대면진료 사업 축소나 중단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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