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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급해 준다며?"···VAN업체와 연장계약 맺은 다수 의료기관 피해
"환급해 준다며?"···VAN업체와 연장계약 맺은 다수 의료기관 피해
  • 조준경 기자
  • 승인 2023.10.12 14: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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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료 면제 미끼로 단말기 계약 연장했으나 '환급' 깜깜 무소식
서울 소재 피해 주장 의료기관 100여 곳···고소 진행 의원도 생겨

의료기관과 카드결제 VAN(Value Added Network) 서비스 계약을 맺은 업체와 렌탈계약에 의한 채권을 양수한 금융기관이 사기 혐의 등으로 고소를 당하게 됐다. 또 이와 관련해서 다수의 서울 소재 의료기관이 피해를 입은 것으로 알려져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A업체는 지역 의사회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복수의 의료기관에 카드결제 단말기를 설치해 VAN사 업무를 수행해 왔다. A업체는 해당 단말기의 사용료를 그간 면제해왔다. 그러나 서울 은평구 소재 이비인후과를 개원해 운영 중인 B원장에 따르면 “(A업체가)여신전문금융법 개정으로 더 이상 사용료를 면제해 줄 수는 없다”면서 “단말기 가격에 따라 매월 할부금 9만9000원을 지급해 준다면 우리가 그 금액을 다시 B원장님께 돌려드리겠다”고 7월 초에 안내한 것으로 전해졌다.

B원장은 “그러나 7월29일에 약속과 다르게 (A업체가)9만9000원을 계좌 이체하지 않아서 수일 동안 매일 전화로 독촉한 끝에 지난 8월2일 계좌이체 지급을 받았다. 하지만 8월29일에도 입금이 되지 않아 경위를 알아보게 됐다”며 “본인 외에도 동일한 내용의 약속을 받은 원장들이 여럿 있다”고 설명했다.

B원장의 설명에 따르면 A업체는 여러 의료기관 원장들로 하여금 C업체와 '렌탈계약서'에 전화상으로 서명하도록 했다. B원장이 서명한 '렌탈계약서'는 단말기 2대의 가격을 무려 356만4000원으로 설정한 후 36개월 간 대여하는 조건으로 매월 9만9000원을 지급하는 내용이었다. 또한 렌탈계약에 따른 채권은 D금융기관에 양도까지 된 상태였다.

B원장은 “VAN단말기 가격은 50만원도 되지 않으며, 단말기 사용료를 할부로 납부하더라도 매월 1~5만원 가량일 뿐”이라며 “무엇보다 C업체가 체결한 렌탈계약에 따라 새로운 단말기가 도입된 것도 아니고, 그동안 본인이 사용해온 단말기를 그대로 사용했기 때문에 단말기의 가격은 신품이 아닌 중고를 기준으로 산정돼야 함에도 단말기 가격이 터무니없이 책정됐다”고 주장했다.

B원장은 해당 사실을 인지하고 A, C업체에 사실 확인을 했으나 이들은 아무런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고 전했다. B원장이 업체들에 계약해지를 통보하고 렌탈비를 납부하지 않으려 해도 이미 채권이 D금융기관에 양도된 상태여서 렌탈비 미납 시 B원장은 신용도에 타격을 입게 된다. B원장은 이들 업체를 사기죄 등의 혐의로 지난 4일 관할 경찰서에 고소했다.

피해를 주장하는 이들은 B원장 뿐만이 아니다. 서울시에서 개원 중인 100여명의 의료인들이 A업체의 이러한 계약 안내로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10월11일 현재까지 80여명의 소위 피해자 단체 채팅방이 운영되고 있다.

E원장의 경우, 은행 이체로 환급을 5월부터 7월까지 세 차례 받은 후 8월부터는 환급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B원장이 피해를 입은 시점과 비슷하다.

E원장은 “이미 계약이 성립돼서 어쩔 수 없이 3년간 매달 돈을 내야 한다. 만약 계약을 취소하려면 남아있는 금액의 50%를 일시불로 내야 한다고 안내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아직도 A업체 단말기를 사용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고, 올해 겨울이나 내년 초에 계약 연장을 할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라며 추가적인 피해가 일어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진 서울시의사회 법제이사는 “의료기관 원장들이 주장한 내용대로라면 사기 가능성이 보여진다”라며 “얘기한 내용과는 다르게 환급이 이뤄지지 않았고 단말기 가격도 말도 안 되는 금액으로 뻥튀기가 됐다. 또 그렇게 만들어진 채권을 제3자에게 양도까지 시킨 상태니 기망행위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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