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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변화와 감염병은 밀접한 관계···대응 시스템 마련 시급”
“기후 변화와 감염병은 밀접한 관계···대응 시스템 마련 시급”
  • 홍미현 기자
  • 승인 2023.09.27 19:25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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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서울시醫, ‘감염병 대처 방향 설정’ 건강포럼 개최
“기후 변화가 감염병 유행에 영향···예측·경보 시스템 마련해야”
“1차 의료기관 법정 감염병 신고율 높여야···인센티브 지급 필요”

우리나라에서도 지구 온난화 등 기후 변화에 따른 감염병 유행이나 새로운 감염병 출현에 대비해 지속적으로 기후 변화 상황을 감지하고 감염병과의 관련성을 분석하는 대응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서울특별시(시장 오세훈)와 서울특별시의사회(회장 박명하)는 26일 당산동 의사회관에서 ‘감염병 대처 방향 설정 등을 위한 건강포럼’을 공동 개최했다.

‘기후 변화와 건강을 위협하는 감염병 대응 방안’을 주제로 열린 이날 포럼에서 참석자들은 기후 변화와 감염병 유행에는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을 뿐만 아니라, 이에 대비하기 위해 신종 감염병 대응 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기후 변화와 감염병’을 주제로 발표한 김종헌 성균관대 의대 사회의학교실 교수는 ‘엘니뇨(El Niño)’와 ‘라니냐(La Nina)’ 현상에 따른 국내 감염병 환자 증가 사례를 제시하면서 “기후 변화로 인한 아열대지역의 기온·강수 변화가 해외에서 국내로 유입된 감염병 증가·감소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엘니뇨는 적도 부근 동태평양의 해수면 온도가 0.5℃ 이상 상승하는 현상이 5개월 이상 지속되는 것을 뜻한다. 반대로 라니냐는 적도 부근 동태평양의 해수면 온도가 비정상적으로 낮아지는 현상을 말한다.

지구 온난화를 가속화하는 엘니뇨 시기에 동남아시아 지역에서는 기온 상승에 따라 모기 매개체의 성장이 빨라지면서 뎅기열 환자가 늘어나고, 해외 여행 등을 통해 국내 뎅기열 환자 증가로 이어진다는 게 김 교수의 설명이다.

반면 라니냐 시기의 경우 동남아시아 지역에서는 강우량 증가로 세균성 이질 환자가 늘어나게 되고, 결국 우리나라의 세균성 이질 환자도 늘어나게 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의 기온 상승과 모기 개체 수 변화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봤다. 

그는 “폭염 시기에는 모기의 개체 수뿐만 아니라 흡혈률도 줄어드는 반면, 오히려 평균 기온 23~26℃에서 모기가 가장 많아진다”고 설명했다.

진드기도 마찬가지다. 한반도 온난화에 따라 평균 기온이 올라가면서 진드기의 매개체 서식지도 점점 북쪽으로 확대돼 진드기가 매개체인 감염병 위험도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염준섭 연세대 의대 내과학교실 교수는 ‘증가하는 말라리아: 원인과 대책’을 주제로 발표에 나섰다.

모기를 통해 감염되는 말라리아는 주로 삼일열 말라리아와 열대열 말라리아로 나뉜다. 삼일열 말라리아는 주로 국내에서 발생하는 반면 열대열 말라리아는 해외 유입 사례가 대부분이다.

염 교수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는 1993년 휴전선 인근에서 군인 1명이 말라리아에 감염된 것을 시작으로 1990년대 후반부터 환자 수가 급격하게 증가했다. 급기야 2000년에는 환자 수가 4142명까지 치솟았다.

이후 환자 수는 점차 줄어드는 추세이지만, 지난해에도 국내 발생 381명, 해외 유입 34명 등 모두 415명의 말라리아 환자가 나왔다. 올해의 경우 지난해보다 더 늘어나 지난 18일 기준으로 벌써 626명의 말라리아 환자가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염 교수는 “삼일열 말라리아는 열대열 말라리아보다 퇴치가 쉽지 않다”고 진단했다. 삼일열 말라리아는 6~12개월간 긴 잠복기를 통해 뒤늦게 발병하거나, 무증상 감염인 상태에서 말라리아를 전파하는 사례도 많기 때문이다.

게다가 경기도 연천이나 철원 등 말라리아가 많이 발생하는 지역에는 전파 능력이 좋은 모기들이 집중적으로 서식할 뿐만 아니라, 삼일열 말라리아를 퍼트리는 모기는 보다 추운 곳에서도 생존한다는 게 염 교수의 설명이다.

이와 함께 염 교수는 “말라리아 유행 지역은 북한과 인접하고 있다”면서도 우리나라의 말라리아를 북한의 영향으로만 해석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말라리아 발생 지역인 파주 등에는 최근 신도시 개발에 따라 새로 유입되는 인구가 늘어나고 있는 만큼, 말라리아를 퇴치하려면 더 많은 인적·물적 자원 투입과 함께 그동안 시도하지 않았던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다는 게 염 교수의 주장이다.

그는 “말라리아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가 떨어져 있는 상황에서 조기 진단이나 조기 치료 전략만으로는 말라리아를 퇴치하기 어렵다”며 “환자에게 투여하는 약물의 용량이나 치료 후 완치 여부 등을 추적 관찰하는 등 통합적인 세부 전략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좌측부터) 박상협 서울시의사회 총무이사, 김종헌 성균대의과대학 사회의학교실 교수, 염준섭 연세대의대세브란스병원 감염내과 교수, 유진목 서울시의사회 의무·정책 부회장(서울시감염병대비운영위원장), 정진원 중앙대병원 감염내과 교수, 조선영 삼성서울병원 감염내과 교수, 엄중식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교수.

다른 감염병 전문가들도 비슷한 의견을 제시했다.

패널 토론에서 엄중식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우리가 살고 있는 환경이 지속적으로 변화하면서 이런 변화들이 결국 감염병 유행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며 “‘통상적인 예측 등이 더 이상 맞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특히 엄 교수는 “기후 변화와 관련된 예측이나 경보 시스템 등이 제대로 구축되지 않으면 앞으로 곤란한 상황이 많이 발생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관련 주무부처를 지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후 변화 감지와 함께 감염병과의 상관관계를 분석하고 위험성을 평가한 뒤 그 결과를 경보로 내리거나 의료기관·전문가들에게 전달하는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아울러 엄 교수는 “1차 의료기관에서 법정 감염병 신고율을 높일 수 있는 체계가 필요하다”며 “법정 감염병을 신고하려면 신고서 작성에만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들지만, 신고를 했을 때 얻는 이득은 전혀 없는 만큼 인센티브 지급 등을 고민해 봐야 한다”는 의견도 내놨다.

조선영 삼성서울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우리나라는 해외 유입 감염병에 대한 연구나 정보가 상당히 부족한 상황”이라며 “기후 변화를 통해 여러 감염병들의 트렌드를 예측할 수 있는 만큼, 해외 유입 감염병 환자 등에 대처하기 위해 적극적인 예보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진원 중앙대병원 감염내과 교수 역시 “최근에는 여름이 오기 전부터 말라리아 환자가 나타나거나 서울을 벗어난 적이 없는데도 말라리아에 걸리는 등 기존 상식과는 다른 경우가 많이 나타나고 있다”며 언제, 어떻게 유행할지 모르는 감염병을 빨리 진단하고 치료·예방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호흡기·매개체 감염병 등을 상시 예방하고, 관리하는 데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국회에 제출된 내년도 질병관리청 예산안 가운데 감염병 예방 관리·지원 예산은 올해보다 33억원 줄어든 201억원으로 편성돼 있지만, 그 중 ‘말라리아 위험지역 관리 강화’ 예산은 올해 9억원에서 내년도 15억원으로 늘어난 상태다. 

‘해외 유입 모기 관련 검역 단계 환자 조기 발견’ 예산 2억5000만원도 새로 편성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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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진 2023-09-28 02:15:32
의사가 그리로 보낸게 아니라 내가 감염내과가 가까워서 내가 감염내과 선택해서 간 거다 피부과가 아니라,,,

신은진 2023-09-28 02:13:35
나는 대상포진 때도 피부과로 안가고 감염내과로 갔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