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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문인회 수필릴레이 8] 남기고 싶은 사연들 
[의학문인회 수필릴레이 8] 남기고 싶은 사연들 
  • 의사신문
  • 승인 2023.09.26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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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성욱 원장(허내과의원)

1. 속상한 거짓말

어제 당뇨병 강의들은 뒤 어떤 환자가 생각이 났다.
당뇨 조절이 안 되어 발목을 절단한 환자다.

경제 사정으로 당뇨약도 안 먹고 식단도 제 멋대로 인 환자다.
무엇보다 노력이 도대체 안 보이는 환자였다.

가끔씩 부인이 와서 몸살치료 받았다.
어느 날 부인이 역시 몸살로 왔길래 신랑은 잘 계시냐고 물었더니 분명히 잘 계신다고 했다.

허지만 거짓말이었다. 주위 아는 분 얘기가 얼마 전 돌아가셨다고 했다.
나중에 왜 거짓말했느냐고 물으니 죽었다고 말하는 것 자체가 속상하다고 했다. ????

2. 얼굴 피하던 요구르트 아줌마

출퇴근길에 마주치는 아주 예쁜 요구르트 아줌마.
병원에서는 아무렇지도 않은데 길에서 마주치면 꼭 얼굴 피한다.

신랑이 부도나서 생업 전선 뛰어든 게 너무 속상하다고….
어느 정도 경제가 호전되어 마트에서 반찬 가게를 한다.
무말랭이가 맛있어 주문하면 부침개도 덤으로 잘 생긴 아들 편에 보낸다. 군에도 다녀온 두 아들이 키가 엄청 크고 참 귀엽다.

하지만 둘째 아들은 얼굴이 어둡다.
어릴 적 고생이 남아 있어서인지…. 혼자 생각해 본다.

3. 노래방 가는 아저씨

식당 일 끝나면 스트레스 해소로 노래방에 매일 간다는 아저씨. 은행에 근무하다가 엄청 돈 벌려고 식당 차렸는데 생각보다 안 되니 항상 스트레스.

돈 대신에 노래 실력이 엄청 늘었다고 자랑한다.
나도 노래방 가고 싶게 얘기 한다….

4. 부동산 한다는 아저씨

위와 간이 안 좋은 아저씨 전화가 왔다.

친구(금전문제) 때문에 속이 너무 상해서 한잔해야 하는데 어느 정도 마셔야 하나요?? 안 마셔야 할 환자이지만….

어느 정도라고 말해도 지켜지지 않을 정도로 속상한 상태인 것 같다. 항상 이론과 현실에서 갈등하면서도 말 한마디 하기도 힘들고…. 한마디 잘 못하면 내 탓 할 것도 같고….

5. 큰 주류 회사 하시던 멋쟁이 아저씨

83세 멋쟁이 테니스 잘 치는 아저씨가 뜸했다.

주류회사 직원이 감기로 왔길래 물었더니 얼마 전 주무시다가 돌아가셨다고 한다.

올 봄에만 해도 항상 아침에 테니스 게임한다고 자랑하시더니….

잘 나갈 때는 애인이 세 명이라고 자랑하던 아저씨(그래서 부인이 먼저 이 세상 떠난 게 아닐까….)

우리 병원 오시는 분 중에 제일 옷도 잘 입었고 깔끔했다. 직원 얘기로 둘째 아들 때문에 힘들었다고 한다.

그래도 복 많은 분이다.

주무시다가 눈 감는다는 것은 남겨진 가족들에게 크나 큰 복이며 본인에게도 좋으므로….

산보 코스에 있는 테니스장 지나치면서도 이 아저씨가 테니스 얘기하면 생각이 드문드문 나는 돌아가신 내과 K총무.

아주 더운 여름 날, 총무의 칠순 모친을 며느리들끼리만 모시고 여행 갔다고 한다. 부인이 없는 사이 너무 심하게 테니스 게임하다가 의식 불명이 되어 버렸다.

고 3 아이랑 다른 식구들 마음 조이며 바라보게 하다가 떠나버렸다. 문병 때 의식 불명이지만 “누구누구 오셨어요” 하니 꿈틀거리던 모습도 생각이 난다.(어느 비오는 날에도….)

예전 가끔 모임 때 보면 혈색이 안 좋아서 오가며 어디 아픈데 없느냐 얘기 한 적도 있는데…..

6. 호텔 매니저로 일하다가 식당 차리다

y&c 부부는 사이가 좋았다.
뜻한 바 있어 목 좋은 곳 식당을 인수했다. 직원이 열 명인데 한 명의 아줌마가 항상 부인의 속을 뒤집어 놓는다고 한다.

일 잘하기 때문에 속상해도 그냥그냥 모시면서 지낸다고 한다.(어느 직장이든 사람 관계가 항상 문제지….)

직원들이랑 회식했더니 두드러기 심해서 부인이 치료받으러 왔다. 그동안 속상해서 술이 많이 늘었단다.

가족력 물으니 아버지도 술 좋아했단다. 요 며칠 감기로 다닌 아들이 엄마 닮아 나중에 술 많이 마셔서 며느리가 괴로워하면 어쩌냐고 걱정했더니 좀 생각해보는 눈치다.

7. 기능 옷 생산하는 당뇨병 사장님

오전에 일찍 병원에 오는 당뇨 아저씨. 때로는 당뇨 조절 약 때문에 티격태격한다. 오신 다음 달부터 운동하겠다고 해서 그럼 약도 다음 달부터 드실건지???

일단 진료실에 들어오면 꼭 말꼬리 잡고서 늘어진다. 하루는 대기실에 아무도 없으니 더 심각했다. 내 머리에 피가 막막 오르는 기분이 심하게 들었다.(아직 수양이 덜 되어서….)

환자에게 양해를 구하고 대기실에 잠시 계신 뒤 더 대화하자고 했다. 이어서 환자가 몇 명오니 슬그머니 처방받고 갔다.

좋은 기능 옷 만들기 위해서 출장도 다니고 노력하시는데 우리도 좋은 처방 위해서 많이많이 노력하는데 따라주시면 얼마나 좋으냐고…. 설득하고 또 설득하지만 인슐린 주사는 절대 거절이다.

부인도 빈혈이 있는데 병원 오는 것 조차 싫어한다. 병은 자기가 만든다는 말이 갈수록 절실히 느껴진다.

8. 아동복 팔고서 감기 걸린 아줌마

큰 딸이 간호사인 예전 중국집 하던 예쁜 아줌마. 막내 딸은 물리치료사라고 한다. 그래서 의료인에 대해서 호의적이며 표정도 부드럽다.

대학병원 근무하던 큰 딸이 아동복 사업하는 사위 때문에 호주로 이민가게 되어서 남은 아동복 팔아준다고 무리했단다.
시골 간다고 감기 약 많이 달라고 한다. 약 많이 달라고 하면 제일 신경 쓰인다…. 의료환경 때문에.

9. 골프 옷 만드는 사장님

항상 골프 친 뒤에 시원한 맥주마시고 장염 때문에 오신다. 중국 출장이 잦은데 중국에서는 덜 아프다고 한다. 중국이 혹시 체질에 맞는 것 아닐까?

아니면 중국에 애인이 있을까? 내가 부인을 알기 때문에 대답하기 곤란….

10. 위(9)의 사장님 회사에 근무 중인 중국인 같이 생긴 젊은이

근무한지 얼마 안 되어 어느 날 심하게 아파서 왔다. 전날 회식해서 술 잘 못 먹어서 배탈 났다.

일주일 뒤에는 감기몸살로 왔다. 아무래도 퇴근 뒤에 다음 날 생각 안하고 무리하는 것 같다.

조용히 수면시간을 물어보니 약간 문제가 있다. 개인의 발전을 위해서 퇴근 뒤 무리하면 안 좋으니 생활습관을 고치라고 했다.

처음 아파서 왔을 때는 아주 도전적인 표정이더니 두 번째는 다소곳했다.(진료하는 보람이 든다….)

11. 퇴직 뒤 댄스홀에서 시간 보내는 고혈압 아저씨

아주 씩씩한 아저씨다. 부인이 장사하는데 외조도 좋은 것 같다.

퇴직 뒤 남는 에너지를 어디에 사용하는지 갑자기 궁금했다. 물 좋은 댄스홀에서 두 세 시간 논다고 했다.

청년 같은 70대.

댄스홀에서 눈 맞는 여인이 생기면 어쩌지요? 적당하게 잘 관리해야 한다고 한다???

12. 제약사 직원과 결혼 한 간호사

할머니가 난소암이던 간호사.
얼굴이 약간 어둡고 팔짱을 잘 끼던 간호사

외래 접수 보다는 뒤에서 묵묵히 일하는 편이 본인에게도 좋은 간호사였다.

약간 장난 끼 있던 제약사 직원과 등산 갔다가 온 뒤로 무척 친해져서 오빠 오빠하며 근무시간에 핸드폰이 울리고 했다. 어떤 일로 근무를 그만 두게 되었다.

제약사 직원은 대놓고 직장에 안 다니는 여자와 사귈 수 없다고 했다. 내가 무척 섭섭했다. 한마디 했다.

어디 아는 곳에 취직시킨 뒤 나중에 결혼해서 아이까지….

13. 약간 비만이던 이국적인 간호사

말이 약간 어둔한 간호사인데 접수에 있으면 원래 근무하던 간호사만 환자들이 찾으니 소외감 든다고 했다, 인물에 비해서 각광을 못 받아서인지 얼마 못 다니고 그만 두었다.

병원 다니면서 연애했는데 요즘 아기 데리고 놀러 온다. 오늘 맛있는 빵을 사서 왔다. 다른 아줌마에 비해서 더 날씬해졌다. 보통 결혼하면 살찌는데….

14. 메뚜기 같은 아저씨

당뇨가 심한 아저씨는 올바르게 치료받을 상태가 아니다. 부인이 노래방했는데 부인이 돈 벌어주니 좋은지 아니면 사업이 문제인지 술이 약간 심했다.

치료 받을 듯 하다가도 안하니 메뚜기처럼 하면 나는 처방 못 한다고 했다.(말하기 거북하다. 싸울까봐….)

부인이 포기한 아저씨인데, 오늘 큰 딸이 아파서 왔다. 아빠 어떠냐고 물으니 모른다고 했다.(아무래도 파탄이….)

딸이 대학 다니는데 저녁에 알바하면서 학비 충당하는 것 같다. 집집마다 오십 보 백 보로 살아간다.

15. 처음 병원 오픈 날부터 다니시던 유치원 기사 아저씨

딸 셋 둔 80세 아저씨. 딸 셋 다 잘 된 것 같다.

하지만 둘째 사위가 일찍 죽었다.

어느 날 사업이 잘되어서 기분 좋게 밤에 드라이브 갔다가 교통사고로 사망했다.(때로는 잘 되도 탈이다….)

이 아저씨의 숨겨진 비밀. 숨겨진 아들이 있는 걸 나도 15년 지난 뒤 알았다. 어느 날 지하철에서 술이 알딸딸한 상태의 아저씨를 본 적 있는데 무척이나 괴로웠겠지….

부부 싸움뒤 팔 등 꼬집혀서 오고 대기실에서 두 분이 오면 티격태격한다.

16. 70세에 부동산 중개사 자격증 딴 아저씨

부동산 가게도 차렸다. 대단한 분이다. 오메가3 간장약의 보험급여 여부에 대해서 질문한다.

검사 한 뒤에 알려 줄 수 있는데. 약, 약, 약 때문에 고통이 많다.(전부의 고통??)

17. 만성감염 환자

방금 전화가 왔다.

어제 의뢰서 가져갔는데 병원 가는 길인데 집에 두고 가니 의뢰서 병원으로 보내달란다. 바쁘게 살아가는 산후조리원 원장님. 복부 CT뒤 알러지가 왔다. 알러지는 겁난다. 얼마 전 5세 아이가 복부 CT로 사망했다.

18. 알레르기비염 아줌마

상가 1층에서 아동복 등 장사 하면서 돈 많이 까먹었다고 한다.
돈 까먹으면서 는 건 술이라고 한다. 피부도 나빠지고 위장도 나빠지는데….

요즘 얼굴 붉어지는 사람이 왜 이리 많은지.

19. 다혈질의 환자

잘 생긴 얼굴이 8개월 만에 아주 엉망이 되어서 왔다.

사업이 문제인지 술 너무 많이 마셔서…. 불쌍하게 됐네. 빨리 빨리 치료해달라고 보챈다. 그러면서 의자에 가만히 앉아있다. 몸이 무거워서. 빨리 나가야 다음 조치가 필요하다 했다.

20. 자살한 환자

개인택시 하시던 이모 아저씨.

부인이 아주 과식 한날 밤에 급사했다.

어느 정도 세월이 지난 뒤 주위 아줌마가 어떤 여인을 소개했는데 경제력을 따지는 듯 해서 사귀지를 못 한 것 같다.

새 마음으로 살려고 차도 바꾸었다고 했는데.

어느 날 아들이 집에 오니 장롱에 목 매 달아 있었다고 한다. 좋은 부인 죽은 뒤 무척 힘든 나날을 견디기 힘들어서….

21. 공무원 했던 김모 아저씨
퇴직 뒤에 투자를 잘 못해서 빚을 많이 졌다.

아들 셋에게 집 한 채씩 사주었지만 부모님 빚 갚아주기는 역부족인 아들들인지라 고민 고민 하다가 산에서 농약마시고 자살했다.

평소에 부인은 아저씨가 독재가 심하다고 싫어했다. 하지만 돌아가신 뒤 어느 비 많이 오는 날 나에게 소식을 알릴 때 아주 미안해했다.(인생무상….)

22. 당뇨병의 아파트 관리소장님

재개발 아파트라 너무 힘들다고 한다. 어떤 사건 생기면 늘 법원에 들락거려야 하고.

23. 할인마트 개장으로 주위가 굉장히 시끄럽다?

지금 주위가 너무 시끄럽다. 식당 하다가 할인마트로 변경하는 곳인데 밴드와서 난리다. 정신이 어지럽다. 하루 종일 어떻게 견디나? 8일간 한다는데.

24. 요즘 젊은 애들 스트레스가 너무 많아서….

가슴 아픈 애들이 너무 많다.

21세의 어떤 애는 여친 임신으로 고통당하고, 23세의 어떤 애는 다이어트로 너무 운동해서 가슴 통증 있고, 어떤 애들은 학비 때문에 과로 과로….

25. 00 간조이야기

오늘은 동네 컴퓨터가게 AS맨이 아파서 왔다.

예전 기막힌 사연의 간호조무사와 이름이 같아서 그 애 생각이 났다. 

어릴 때, 새 엄마로 인해서 고통 받은 아이인지라 사회 적응이 너무 어려웠다. 모르고 취직 시켰는데 근무 이틀 뒤에 비워야 한다고 했다. 이야기 들어보니 계속 비워야 할 사정은 알겠는데 일단 취직해놓고 비울 생각으로 근무 시작했다는 말에 내가 충격 받았다.

여러 곳에 이력서 넣었지만 날라리 머리모양으로 면접했다가 퇴짜 당해서 우리 병원 올 때는 착하게 생긴 얼굴에 얌전하게 해서 왔었다.

계속 거절(10회 이상) 당하다가 취직되니 너무 좋아서인지 아니면 무엇인지 모르지만 하루 볼 일 보고 와서도 티격태격하면서 25일 정도 있었는데 아침 잠이 너무 많아서 언니 간호사가 항상 모닝콜 해주었고 동네 잘 사귄 택시아저씨가 모셔다주고 항상 지각하니 미안해서 스스로 그만 두었다.

개인적으로 너무 아픈 가정이었다.
아빠는 정신요양원에 입원해 있고, 엄마는 다른 사람 만나서 딸에게 핸드폰 사달라고 하고….

본인이 정신 차리면 좋은데 어려서부터 환경이 나빠서 무어라 말하기 무어라 어떻게 고쳐라고 하기 엔 내가 역부족이었다.(도대체 주사 놓는 것을 배우려고 안했다)

다른 병원 근무해보고 놀러 왔다. 새로 근무하고 싶은 눈치지만, 일단 다른 직종 알아보고 병원에 근무하는 게 좋은데….

잊을 만하면 와서 자신에게 필요한 검사하고 간다.

P.S 세월이 어느 정도 지나니 왜 사는지 왜 이렇게 때로는 구질하게 살아야 하는지 등등. 잡념이 많이 든다.

특히 올해같이 유명인이 자살하고 죽은 뒤에는 더 하다. 운동 하고 놀러도 다니고 등등 심신 단련해서 좋은 의사 되고 싶다.

26. 의료보건인들을 위한 기도

건강한 맑은 영원한 의료를 위하여 깨끗한 사람이 되게 하소서
주님을 본받으려는 보건의료인들을 지켜주시어 어느 누구도 그들을 해치지 못하게 하소서
사명에 따라 날마다 환자의 증세와 고통을 들으며 치료학 연구하고 있는 보건의료인들을 언제나 깨끗하고 거룩하게 지켜주소서.
주님의 뜨거운 사랑으로 의사들이 세속에 물들지 않도록 지켜주소서
보건의료인들이 하는 모든 일에 강복하시어 은총의 풍부한 열매를 맺게 하시고 저희로 말미암아 세상에서는 보건의료인들이 다 없는 기쁨과 위안을 얻고 천국에서는 찬란히 빛나는 영광을 누리게 하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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