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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실CCTV 의무화 시행, 의사 90% 이상은 여전히 반대
수술실CCTV 의무화 시행, 의사 90% 이상은 여전히 반대
  • 조준경 기자
  • 승인 2023.09.25 15: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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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 법안 위헌성 논하는 헌법 소원 제기하며 자율징계권 요구
이필수 회장 "진료 위축되고 대학병원 과부화로 전달체계 붕괴할 것"

세계 최초로 수술실 CCTV설치를 의무화한 법안이 25일 시행된 가운데 대한의사협회(회장 이필수)가 회원 설문조사 결과 발표 긴급 기자회견을 같은날 서울 이촌동 회관에서 진행했다. 설문에 따르면 이 법안에 반대하는 의사 회원의 비율이  93.2%로 나타났다. 의협은 해당 법안의 위헌성을 지적하는 동시에 필수의료 붕괴 우려를 언급했다.

이필수 회장은 “이 법 시행으로 인해 의료인들의 기본권 침해, 의료인과 환자 간의 신뢰관계 훼손, 외과 의사 기피 현상으로 인한 필수의료붕괴가 심각히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전 세계 어느 나라도 수술실 CCTV 설치를 강제로 의무화하는 국가는 없다”고 비판했다.

이 회장은 “법 시행으로 인한 의료진의 진료행위 위축은 생명이 위급한 환자에 대한 의료진의 최선의 의료 서비스 제공을 어렵게 할까 우려된다”며 “헌법 소원을 통해 수술실에 종사하는 의료인들의 인격권, 개인정보, 자기결정권 및 기본권을 일상적으로 침해하는 이 법안의 위헌성과 부당성 여부를 끝까지 법리적으로 다툴 것”이라고 밝혔다.

의협은 의협신문 닥터서베이를 통해 지난 9월 8일부터 같은 달 18일까지 수술실 CCTV설치 의무화 관련 대회원 설문조사를 진행했고, 1267명이 응답했다.

설문결과 동 법안 찬성 여부는 반대가 93.2%를 기록했고, 찬성은 6.8%로 나타났다. 이는 2021년 7월 조사(반대 90.0%, 찬성 10.0%)와 비교했을 때 반대 의견이 3.2% 증가한 수치이다. 본인과 가족의 수술 CCTV촬영 동의 여부 질문에도 반대가 91.9%를 기록해 2021년 7월 조사(반대 86.5%) 대비 5.4% 증가한 응답이 나왔다.

법안 반대 이유(복수응답)로는 '의료진 근로감시 등 인권침해'가 51.9%, '의료진에 대한 잠재적 범죄자 인식 발생'이 49.2%, '진료위축 및 소극적 진료 야기'는 44.5%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절반 가량이 헌법 기본권 침해 측면을 중대한 반대 이유로 꼽았다.

'원장이라면 법안으로 인해 수술실을 폐쇄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예'라고 답한 비율은 55.7%에 달해 과반을 넘었다. 2021년 7월 조사('예' 49.9%)대비 5.8% 증가한 것이다. 의료계는 수술 시행 의료기관 감소를 우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술실 CCTV 설치 이외 대안으로는 '대리수술 처벌강화 추진'이 64.0%를 기록해 가장 응답률이 높았다. 2021년 7월 조사에서 적절한 행정처벌을 묻는 질문에는 '면허 취소'가 49.9%, '면허 정지'가 44.5%를 차지했다. 적절한 형사처벌은 '징역형'이 39.2%, '벌금형'이 31.3%, '금고형'이 20.9%로 나타난 바 있다. 이는 일탈 행위 의료인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집행하자는 의료계의 '자율 정화 의지'가 나타난 것으로 평가된다.

이 회장은 “소수의 비윤리적 의료인에 의해 다수의 선량한 의사들이 피해를 입고 있다. 의협 차원에서도 중앙윤리위를 통해 비윤리 회원을 적발하지만 징계권이 없다. 자율징계권이 있어야 문제에 대응할 수 있다. 문제 회원을 처벌하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대부분 의사들의 정서”라고 설명했다.

기본권 침해 여부에 대해서는 91.2%가 침해가 있다고 봤고, 8.8%는 없다고 봤다. 외과의사 기피로 필수의료가 붕괴될 것이라는 의견에 대해서는 66.5%가 '매우 동의'에 답했고, 24.2%가 '동의'를 응답해 모두 90.7%가 필수의료 붕괴 우려를 나타냈다.

법안 시행을 앞두고 가장 우려되는 사항(복수응답)은 '설치·운영 기준 모호함으로 인한 의료법 위반'이 75.5%, '안전관리조치 모호함으로 인한 의료법 위반'은 62.0%, '영성정보 열람 또는 제공에 따른 행정업무 과중'은 41.8%로 나타났다.

이성필 의무이사 겸 보험이사는 “수술실에서 일하는 의사 외 직원들도 법안을 걱정하고 있다. 수술 전 환자와 관련해 확인해야할 사항이 많다. 그런데 CCTV스위치 작동 업무가 늘어난 것”이라며 “또 자신의 근로 환경이 녹화된다는 부담감에 수술실에서 일하는 것을 기피하는 직원들도 생길 것이다. 현재도 수술실에서 일할 간호사를 구하기가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정근 상근부회장은 “주변 외과 전문의 동료들에게 들어보면 전신마취는 상급의료기관으로 보내고 국소마취만 하겠다는 의견이 나온다”며 “가장 걱정하는 것은 해킹 문제이다. 만에 하나라도 환자 수술장면이 유출되면 뒷감당을 어떻게 할지 모르겠다는 의견도 나온다. 많은 기존 수술실들이 전신마취를 포기할 것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과거에는 수술 성공률이 10%만 있었어도 의사들이 사명감을 가지고 최선을 다했다. 그러나 이제는 누가 소신껏 적극적으로 수술을 하겠는가”라며 “1, 2차 병원들이 감당해왔던 전신마취 수술들이 대학병원으로 몰리게 되면 의료전달체계가 무너질 것이다. 결론적으로 필수의료가 더 어려워질 전망”이라고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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