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품 공급 체계 바로잡는 입법 조속히 시행해야”
대한마취통증의학회와 대한마취통증의학과의사회가 한의사가 봉침액에 국소마취제인 리도카인을 혼합 사용한 불법 의료행위를 했다며 “무면허 전문의약품 사용의 확산을 우려하며 개탄을 금할 수 없다”고 21일 성명서를 통해 밝혔다.
해당 사건은 2021년 11월부터 2022년 1월까지 한의사 A씨가 리도카인 주사액과 봉침액을 혼합하여 환자의 통증 부위에 주사한 행위에 대하여 의료법 위반 혐의를 받아 벌금 800만원 약식 명령 처분을 받았다. 그러나 A씨는 이에 불복하여 정식 재판을 청구해 1심 판결이 2023년 11월 10일에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예정돼 있다.
2017년 3월에도 경기도 오산의 한의원에서 한의사가 리도카인을 투여 후 환자가 사망한 사안으로 당시 큰 사회적 논란이 됐다. 대한의사협회는 한의사를 의료법 위반(무면허 의료행위)및 업무상 과실치사로, 의약품 공급업체를 약사법 위반(의약품 불법 공급)으로 수원지검에 고발했다.
하지만 수원지검은 한의사의 의료법 위반에 대해서는 벌금형 약식기소를, 업무상 과실치사에 대해서는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이와 함께 의약품 공급업체에는 약사법 위반에 대해 증거가 불충분하다는 이유로 혐의가 없다며 불기소 처분을 내려 의료계의 공분을 샀다.
당시 의약품 공급업체에 대한 불기소 처분이 부당하다고 판단한 의협은 항고했으나 이에 서울고등검찰청은 항고를 기각했다. 이후 의협은 재항고장을 제출하고 재기 수사를 강력히 요구하여, 대검찰청이 지난 2월 14일 보완 수사의 이유가 있다고 판단하여 재기 수사 명령(재항고 사건처분통지)을 내렸으나 결국 불기소 처분으로 종료됐다.
이를 계기로 의협과 약사회에서는 의약품 공급업체가 전문의약품을 한방의료기관에 납품하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의 약사법 개정안 입법을 촉구했으나 6년째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관련 법안의 개정이 지지부진한 사이 또다시 한의사의 전문의약품인 리도카인의 불법 사용이 일어난 것이다.
‘리도카인’은 국소마취제이자 부정맥 치료제로 과량 사용하거나 혈관 및 뇌척수 부위로 잘못 투여되는 경우 어지러움, 경련, 서맥, 저혈압 및 호흡억제가 초래되며, 심한 경우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다.
양 기관은 “당국이 한의사의 무면허 불법 의료행위의 처벌을 강화하여 불법 의료행위를 근절하고, 국회가 의협과 약사회의 권고를 받아들여 2017년 사망 사건과 같은 불행한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의약품 공급 체계를 바로잡는 입법을 조속히 시행하기를 강력히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