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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강현의 만파식적(萬波息笛) 1] '시니어 의사 지역공공의료기관 매칭사업'
[김강현의 만파식적(萬波息笛) 1] '시니어 의사 지역공공의료기관 매칭사업'
  • 의사신문
  • 승인 2023.09.19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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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강현 전 서울시의사회 정책·법제·대외협력이사

서울시의사회 의사신문은 제5513호(2023년 9월 18일자)부터 김강현 전 서울시의사회 정책·법제·대외협력이사를 역임하고 현재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광고자문특별위원회 위원장(신경외과 전문의)의 원고를 게재합니다.

김강현 전 이사는 기고 이유를 의료계의 현안에 대해 새로운 각도에서 좀 더 디테일하게 분석하고 이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는 의견을 내고자 한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보건복지부도 이웃 중국·일본 등의 나라와 관련 업무에 대해 국제적 공조를 꾸준히 하고 있는 중으로, 이런 국제적인 일련의 흐름에 서울시의사회 등에서도 관심을 가지고 대처할 수 있는 다양한 자료를 생산할 수 있도록 조금이나마 노력하겠다고 덧붙였습니다. 

독자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과 호응을 부탁드립니다.                                     <편집자주>

 

최근 의료계의 현안인 지역 필수의료를 살리기 위하여, 대한의사협회는 ‘시니어 의사-지역공공의료기관 매칭사업’을 보건복지부와 국립중앙의료원이 함께 추진하고 있다. 

현재는 활동하고 있는 의사들이 필수의료분야를 기피하는 현상이 심화되어, 수술을 할 수 있는 병원을 전전하는 어려움이 발생하고 있다.

수도권이 아닌 지역의 필수의료 시스템을 확보하기 위한 여러 대안 중에서 의사인력의 양적 확대인 의대 증설 등을 검토하고 있지만, 1명의 전문의를 양성하려면 최소한 10년의 기간이 필요하다. 따라서 현재 시점의 지역의료의 공백상태에 대한 실효적인 대책은 아니라는 비판은 당연한 것이다.

현실적 대안으로 ‘시니어 의사-지역공공의료기관 매칭사업’이 성공적으로 이루어 진다면, 현재 인력부족으로 힘든 지역의료기관으로서는 좋은 해결책이 될 것이다.

지난 8월31일 의협은 “전국 지역공공의료기관의 39개소에 171명의 의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기관별로 보면 △지방의료원 26곳 △적십자병원 6곳 △보훈병원 2곳 △산재병원 4곳 △보건의료원 1곳에서 의사가 필요하다고 되어 있다. 지역별로는 다음과 같다. △강원특별자치도 3곳 8명 △경기도 5곳 31명 △경상남도 3곳 11명 △경상북도 5곳 20명 △대구광역시 2곳 7명 △부산광역시 1곳 2명 △서울특별시 2곳 7명 △인천광역시 4곳 23명 △전라남도 3곳 8명 △전라북도 4곳 20명 △제주특별자치도 1곳 8명 △충청남도 4곳 20명 △충청북도 2곳 6명이다. 전문과목과 의사인원은 △내과 53명 △신경과 10명 △비뇨의학과 9명 △소아청소년과 8명 △정형외과 8명 △영상의학과 8명 △이비인후과 8명 △피부과 8명 △응급의학과 7명 △신경외과 6명 △외과 6명 △정신건강의학과 6명 △가정의학과 6명 △마취통증의학과 6명 △안과 6명 △산부인과 4명 △재활의학과 4명 △일반의 3명 △진단검사의학과 2명 △병리과 1명 △직업환경의학과 1명 △흉부외과 1명이다. 

아마도 시니어 의사들은 이곳에서 중증입원진료와 응급진료를 하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상대적으로 많은 급여에도 지방근무는 기피하고, 더욱이 필수의료는 꺼리는 실정인데, 60대 이상의 시니어 의사들이 얼마나 지원을 할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은퇴한 시니어 의사들이 현재 살고 있는 곳이 아닌 낯선 지방에서, 육체적 또한 정신적으로 진료 결과에 대한 여러 가지의 부담이 크고, 게다가 법적 책임마저도 큰 필수의료 분야에 노년의 나이에 선뜻 나설지 의문스럽다.

설령 이런 어려움을 극복 한다 손 치더라도, 지역의료기관이 그간 중증 응급 필수 진료를 하고 있지 않고 있었다면, 응급진료시스템, 중환자실과 수술실 운영이 순조롭게 운영되게 하려면 다소간의 교육이나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그리고 시니어 의사가 진료한 중증환자를 24시간 병동에서 진료해 주던 전공의 수련 등의 시스템이 근무하였던 의료기관에 비해 그 차이가 크다면, 유능한 시니어 의사들이라도 그 역량을 충분히 발휘하기가 쉽지 않을지도 모른다.

의협은 지난 6월에 회원 2,01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은퇴 후 선생님의 진로 선택은?’ 이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63.1%가 의료 취약지에서 근무할 의향을 보였고, 특히 공공보건의료기관의 선호도는 77%로, 민간의료기관 취업 선호도인 67.9%보다 10% 정도 높았다.

그러나 ‘은퇴 후 희망 근무 지역’으로 수도권(36.7%)을 선택하였다. 이는 현재 살고 있는 수도권에서 계속 근무하길 바란다는 시니어 의사의 속내를 엿볼 수 있다.

즉 실제로 은퇴 의사의 희망과는 이 매칭사업 간에는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게다가 연봉 외에도 지방이 아닌 수도권, 전일근무(full time job)이 아닌 주 3일 근무, 필수의료나 중증의료가 아닌 일반 진료 등을 선호 하였다. 

이외에도, 은퇴 후 주당 ‘근무 일수’도 주 3일(44.7%), 주 4일(28.6%) 등을 선호하였고, ‘일 평균 근무 시간’도 4~5시간(28.1%), 5~6시간(26.6%), 6~7시간(16.7%) 등 순이었다. ‘은퇴 후 희망하는 근무 분야’도 일반진료(45.1%), 건강증진(9.6%), 건강검진(8.5%), 보건교육(6.1%) 등으로, 응급실 등 필수진료는 선택하지 않았다. 따라서 시니어 의사는 노년에 여유롭고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은 진료 분야를 선호함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희망 월 보수’는 700만 원 이상(38.1%), 600만 원 대(12.8%), 500만 원 대(34.2%) 등으로, 급여보다는 적절한 근무 정도를 희망하는 것으로 보였다.

일본 사회는 우리보다 먼저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하여 전대미문의 여러 다양한 문제를 겪고 있는데, 그중에서 노년의사의 재취업의 경우를 살펴본다. 

2016년 9월에 실시하였던 ‘의사의  Second Career에 관한 의식 앙케이트’에 대하여 Recruit Doctors Career회원(182명 회답, 남 82.4%, 여 17.6%)이 응답한 자료에 따르면, 노년의사들이 선호하는 근무기관은 일반병원이외에 요양병원이나 시설 그리고 검진클리닉이다. 그리고 외과계 의사는 50세 전후에 내과 계열로 전과하는 경향이 많다고 한다. 구체적으로는 소화기 외과에서 소화기 내과, 심장 외과에서 순환기 내과 등으로 전과를 고려한다고 하며, 수술 후에, 자택 요양으로 이행한 환자를 돌보는 방문 진료의  분야도 고려하고 있으나, 단 하루의 방문 건수가 많아, 지방에서는 이동 거리가 길어서 체력적으로 힘든 경우도 있다고도 한다. 연령별 특징을 보면, 50대에는 병원을 희망하기도 하지만, 60대에서는 그다지 많지 않고, 70대에서는 요양병원이나 요양시설을 주로 희망한다. 근무 형태에 대해서 50대 이상에서는 여유 있는 근무를 희망하고, 의료기관은 50대 의사에게는 주 4일 이상 상근, 60대 이상에서는 주 2, 3일의 part time과 같은 근무 체계를 제시하는 경향이 많다고 밝혀졌다.

우리의 경우도, 은퇴 후 공공 의료기관에 근무를 하게 된다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항목에 대해 25%가 ‘적정 급여’, 25.2%가 ‘근무 지역’, 24%가 ‘근무 시간’, 15.6%가 ‘전문과 진료(수술 등 포함)’, 10.1%가 ‘거주 공간(관사)’라고 답변했다. 그리고 지역 공공의료기관에서 근무하게 된다면 지역 필수의료 부족 문제가 해소될 것이라고 보는 질문에 대해 49.3%가 ‘해소될 것이다’라고 응답하였으나, 국립중앙의료원 특정 진료과가 전공의 수련지정을 받지 못한 뒤에 일어난 일련의 흐름은 기대와 달리  진행할 수도 있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다고 보여 진다.

의사는 왜 상대적으로 많은 급여를 준다고 해도 지방 의료기관에서 진료를 하고 싶어 하지 않을까?

근본적인 이유는 단지 근무지가 지방이라서가 아니고, 진료업무에 대한 정신적, 육체적 그리고 법적 부담감 때문일 것이다. 30년 진료 경력에서 1년에 1건의 근접오류를 겪었다고 해도 30건에 이를 정도로 다양한 경험이 많고, 지방 의료기관의 경우는 대체로 근무할 진료과가 신설되었거나, 이전에도 있다 하여도 같은 진료과에서 함께 근무하는 의사는 없거나 있어도 몇 명에 불과하여 진료업무의 효율성 등에서 어느 정도의 차이가 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따라서 외래 진료,  입원환자와 중환자실 진료 그리고 주야간 응급 호출,  응급실 호출, 그리고 응급 또는 정규 수술 등을 혼자서 수행하는 부담에 주저하게 된다. 

이런 다양한 업무를 도와주던 전공의도 없어서, 그간 직접 하지 않고 대체로 지시하던  여러 진료 업무도 당연히 낯설고, 야간에도, 휴일에도 병동환자, 중환자실환자 그리고 응급실환자에 대한 호출에 심지어 잠을 자면서도 늘 대비하여야 한다.

설령 휴가를 갈 경우도 다른 과의 전문의는 이를 대신 진료할 수도 없기에 워라밸(work-and-life balance)은 지극히 낮을 수 밖에 없다. 한마디로 업무의 부담은 이전보다 더 많고, 협력해 줄 의사는 오히려 부족하거나 없으니 근무여건에 대한 부담감은 클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니 이를 보상할 방법으로 급여 인상만을 제시하고 있으나, 이는 지방 의료기관을 기피하는 진정한 속내에 대한 정답이 아닐 뿐만 아니라, 오히려 이를 잘 모르는 국민들에게는 지나치게 부풀려진 급여액수가 의사를 탐욕스런 존재로 비춰지도록 매도할 우려도 크다.

설사 이런 조건에 어떤 의사가 근무를 한다 하여도 얼마나 오래 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경희대병원에서 정년퇴직하고 중앙보훈병원 신경외과에서 주 3일제 근무를 하는  전직 교수의 사례가 아마도  가장 바라는 근무형태가 아닐까 한다.

그렇다면 최소한 10년 이상의 시간을 들여서 전문의  배출을 늘리면, 미래에는 저절로 기피하던  지방 의료기관에 의사들이 많이 근무를 하게 될 것인가? 

현재와 같은 여건이 지속된다면 미래의 신규 전문의들도 오늘날 의사와 크게 다르지 않는 선택을 할 것 같다. 물가까지는 당나귀는 끌고 갈 수는 있어도 억지로 물을 마시게는 할 수 없다는 옛 속담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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