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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보공단, '표준 진료지침' 만든다···과잉검사·진료 차단
건보공단, '표준 진료지침' 만든다···과잉검사·진료 차단
  • 홍미현 기자
  • 승인 2023.09.16 06: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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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석 이사장, "건보 재정 누수 막기 위해 최선 다할 것"
공단 특사경 도입도 지속 추진… 전문가평가제와 협업 모색
필수의료 문제 해결 위해 수가 구조 등 보상체계 강화 추진

 

“지속가능한 보험재정을 구축하기 위해 국민들이 불필요한 과잉 검사나 진료를 받지 않도록 ‘표준 진료지침’을 마련해 불필요한 의료비 지출을 줄이겠습니다. 또한 불법개설 의료기관 적발을 강화하기 위해 국민건강보험공단에 특별사법경찰관 제도를 도입해 재정 누수를 철저히 차단하겠습니다.” 

지난 7월 취임한 정기석 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은 15일 서울 광화문의 한 식당에서 의료전문지 기자단과 간담회를 갖고 건강보험 재정 누수를 막기 위해 이 같은 계획을 밝혔다. 

정 이사장은 “초고령사회 진입, 만성질환 증가, 넥스트 팬데믹 등 건강보험의 지속 가능성에 대해 많은 우려가 있는 상황”이라며 “보험재정을 안정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기관장으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건강보험이 20조원이 넘는 적립금을 보유하고 있지만, 한정된 재원의 지출은 지속 가능성에 우려를 가져오고 있다”며 “불필요한 재정 지출을 막기 위해 부정·과다 의료이용이나 과잉검사 방지, 불법 개설기관 적발·환수 강화 등 재정누수를 철저히 관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불필요한 진료 차단… '본인부담률 차등화' 검토

정 이사장은 우선 “과잉진료를 막기 위해선 진료하는 사람이 과잉진료를 안하겠다고 결심하는 게 필요하지만, 인간의 본능이 있어 쉽지 않다보니 행위별 수가 구조에서는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의료진 스스로 현명한 선택을 하고 그 선택에 환자들이 따라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그는 "300만원 상당의 건강검진이 있다는 게 사실일 뿐만 아니라, 1박 2일 입원을 하면서 불필요한 PET-CT를 받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진료를 받는 사람 입장에서는 안심이 되겠지만, 몸에 암이 없다는 말을 듣고 난 다음날 암이 생겨 1년이 지나면 완치 불가 암이 진행될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정 이사장은 "건강검진조차도 어디까지 해야 하는지 현재 국가건강검진 부분도 다시 살펴볼 수 있도록 주문을 해놨다"며 "상대적으로 국가검진이 민간검진에 비해 축소된 것도 사실인 만큼, 가이드라인을 통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특히 그는 “의업을 시작한지 40년이 넘었는데, 그때의 진료 형태와 지금은 많이 달라졌다. 과학과 의학, 경제가 발달하면서 할 수 있는 것들이 아주 많아졌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과거 의사들이 가졌던 철학은 환자들에게 불필요한 검사를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는데, 지금은 많이 희석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의학한림원에서 불필요한 진단이나 검사, 치료 등을 배제해 의료자원의 낭비를 줄이고 의료서비스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추진하고 있는 '현명한 선택' 캠페인을 지속적으로 확산해 적정성 평가 등 성과기반 보상을 통해 적정진료가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또한, “외래 이용량에 기반해 본인부담률을 차등화 하는 제도를 추진하는 것은 물론, 적정 진료를 위한 표준진료지침 마련을 위해 심사평가원과 지속적으로 협력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 필수의료 근본적 문제는 ‘수가 구조’… 보상체계 강화 

이와 함께 정 이사장은 "필수의료라 불리는 소아청소년과, 소아과, 산부인과, 일반외과에 대한 의료가 10년 전부터 침체돼 있다. 젊은 의사들이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변하다 보니 힘든 일은 하지 않겠다는 분위기"라며 "전문의를 따지 않는 의사도 많고, 전문의를 따더라도 풀타임으로 일을 하지 않는 것이 현재 의료계의 분위기"라고 전했다. 

그는 "매년 3000여명의 의사가 배출되고 있는데, 과거 3000명이 일을 했다면 현재는 2700명만 일하다 보니 필수영역 분야 의사들의 숫자는 물론 수익도 부족할 뿐만 아니라 업무 강도도 강하다"며 "자녀에게 외과 등 필수의료를 하라고 다그칠 부모가 얼마나 있을까 싶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근본적 문제인 '수가 구조'와 '의료전달체계'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필수의료분야의 수가 보상체계 개편에 대해 정 이사장은 "환산지수는 모든 행위에 일률적으로 적용돼 행위유형별 수가 불균형을 해소하는데 한계가 있다. 앞으로는 환산지수 인상분 중 일부 재정을 소아진료 등 필수의료 확충을 위해 수술·처치 등 원가 보상이 낮은 '행위유형 상대가치점수'와 '진찰료' 등 기본진료료 조정에 활용하는 방향으로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어 "상대가치 개편 이후에도 수가 불균형이 지속될 경우 의료행위 수가가 적정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상대가치 점수 조정 논의에 적극 참여하는 것은 물론, 공단이 운영하는 의료비용분석위원회의 원가자료를 활용해 원가 보상이 낮은 행위의 상대가치점수 조정 등을 정부에 건의할 예정"이라고 했다. 

◆ 의료계 ‘전문가 평가제’와 공단 ‘특사경’ 협력 방안 모색

아울러 정 이사장은 “특사경은 이사장으로 임명되기 전부터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사무장병원'이었던 밀양요양병원 화재사건이 있었는데, 당시 환자들이 제대로 대피도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며 "의료인이 적법하게 운영했다면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의사들이 잘못하는 부분에 대해 바로잡는 역할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국회를 열심히 찾아다니며 설득하고 있다. 명분이 있는 일은 어떤 일이 있더라도 궁극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며 "의료계의 걱정이 많다는 것도 잘 알고 있지만, 제도를 만들어 놓고 천천히 한걸음씩 뛰어보겠다"고 했다. 

또한, 정 이사장은 공급자 단체와 협업을 통해 불법개설기관을 근절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소개했다. 

의료계의 전문가 평가제 운영과 관련해서도 그는 “사무장병원 단속을 위한 자율징계권 권한 부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공단에서 지원할 방안이 있다면 적극 협조하겠다”고 약속했다. 

다만, "전문가 평가제는 의료인에 대한 시정, 행정처분 의뢰 등 자율규제·관리는 가능하나 일반인인 사무장에 대한 통제 권한이 없는 한계가 존재한다"며 "전문가 평가제 단독 운영보다는 공단 특사경과의 협업을 통해 상호 보완 및 시너지 효과 창출이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의료계의 전문가 평가제와 공단의 특사경이 협업할 수 있는 핵심과제 발굴 및 협업 방안 마련을 통해 의료계와 협력 관계를 증진하고 의약단체와 소통 활성화를 위해 ‘제도개선 실무협의체’를 활용 지속적인 의견 교환 및 조정을 통해 공단 특사경에 대한 쟁점사항이 해소될 수 있도록 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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