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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장애, 보험사들이 치료비 지급 줄줄이 거부 ‘논란’
발달장애, 보험사들이 치료비 지급 줄줄이 거부 ‘논란’
  • 배준열 기자
  • 승인 2023.09.14 10: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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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센터 치료를 ‘과잉진료’라고 판단···의료계 “의사 지휘·감독 있으면 정당”
급여화 필요성도 제기돼···근본적 문제 원인 “결국 저수가”라는 지적도 나와
<이 사진은 특정 기사와 관련이 없습니다>

다른 또래 아이들보다 언어나 행동 발달이 늦은 발달장애 환아들은 조기에 전문의와 상담하여 적절한 진단과 치료를 받는 것이 매우 중요하지만 최근 보험사들이 치료비 지급을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논란이 되고 있다.

발달장애는 지속적인 관찰과 반복 검사를 시행해야 해서 치료비가 많이 발생하는데, 의료계에 따르면 보험회사들이 지난 5월부터 발달장애 치료비를 청구하는 가입자들에 대해 줄줄이 지급을 거절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현재 많은 부모들은 한 달에 수백만 원에 달하는 치료비용에 따른 부담을 호소하고 있다.

이처럼 보험사들이 최근 들어 발달장애 치료비 지급을 거절하는 사례가 많아진 이유는 보험사들이 많은 의료기관에서 의료인 자격이 없는 민간 치료사들이 의료행위에 참여해 비급여 진료에 따른 보험금 청구가 남발되고 있다고 문제 삼으며 발달장애 치료에 대한 심사 조건을 강화했기 때문이다. 

보험업계는 전문 컨설팅 업체들이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병원 부설 ‘발달센터’를 개설할 것을 부추겨 현재는 발달장애 주진료과인 소아청소년과·정신건강의학과·재활의학과뿐만 아니라 이비인후과, 안과, 성형외과, 피부과 등 다른 전문 과목에도 센터들이 우후죽순 생겨났다고 판단하고 있다.

의사가 초진만 하면 이후 놀이·미술·음악 치료 등의 민간 자격 치료사가 실질적으로 의료행위를 할 뿐만 아니라 병원의 운영에도 개입하고 있기 때문에 사실상 ‘사무장병원’이나 다름없어 이에 대해서는 보험금을 지급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부모들은 보험사의 요구에 따라 발달지연 판정을 받은 진단서를 보험사에 제출함은 물론이고 여기에 더해 의료자문과 치료사 자격 번호 등 세부 서류까지 요구받아 어렵게 제출하고도 보험금 지급을 거부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업계는 이전에 논란이 됐던 ‘백내장’이나 ‘도수치료’ 등의 행태가 이젠 발달장애로 넘어와 발달장애로 청구된 보험금만 지난해 약 1100억 원에 달하고 있다고 전한다. 

이에 따라 보험사들은 지난해 9월과 올해 2월 아동 발달지연 관련 의료기관 2곳에 대해 의료인 자격이 없는 민간 치료사가 의료행위를 했다는 이유로 공동으로 형사고소까지 진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 국내 어린이 보험 시장에서 가장 큰 점유율을 갖고 있는 현대해상이 지난 5월부터 발달 지연·장애 어린이의 놀이·미술·음악 등의 치료비를 대학병원에서 받은 경우만 인정하기 시작했다. 특히 현대해상은 같은 달 전국의 발달센터에 ‘발달지연 실손의료보험 심사 협조 요청’ 문건을 전송해 “일부 의료기관들이 정상 아이들까지 발달지연·장애로 취급하는 등의 과잉 진단 행태를 고객들에게 상세히 안내할 예정”이라고 밝혀 의료계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이렇게 현대해상을 시작으로 다른 보험사도 줄줄이 치료비 지급 기준을 높이기 시작해 현재에도 발달장애 치료에 대한 보험회사의 치료비 지급 거절 사례가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의료계는 단지 청구액이 늘어났다고 기존에 발달장애 치료를 하던 의료기관을 포함해 모든 발달장애 치료에 대해 치료비 지급을 거부해선 안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 의사의 지휘 감독하에 놀이·미술·음악 등의 민간 자격 치료사가 치료 과정에 참여해 적절한 치료가 이뤄졌다면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손용규 서울시의사회 정보통신이사는 13일 기자와 통화에서 “발달장애 치료를 특정 전문과목 전문의나 특별한 자격을 갖춘 의사만 할 수 있는 게 아니고 관련 지식이 있는 의사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인데, 단지 청구액이 많이 발생했다는 이유로 보험사들이 의료기관에서 이뤄지는 모든 발달장애 관련 의료행위를 무조건 부정한 진료로 판단하고 치료비 지급을 거부해서는 안된다”며 “실손 청구액이 늘어나면 실손 계약 내용을 수정하거나 다른 새로운 상품을 출시해 판매해야지 기존 가입자들에게 계약 내용에도 없는 추가 서류를 요구하며 치료비 지급을 거부해서도 안된다”고 말했다.

박양동 대한아동병원협회 회장은 기자와 통화에서 우선 “의사 지휘 감독이 이루어졌다면 비의료인도 의료행위에 참여할 수 있다는 법원의 판결이 이미 수년 전에 나와 발달장애 치료 과정에 민간 자격 치료사가 참여해 효과가 검증된 치료를 하는 것은 문제가 없다”며 “해외 선진국에서는 이미 발달 치료 과정에 의사의 지휘 감독하에 놀이·미술·음악 등의 치료사가 활발하게 참여해 치료에 도움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법적으론 전문과목에 관계없이 모든 의사가 발달장애 치료를 할 수 있기 때문에 현재 주진료과뿐만 아니라 피부과 등의 전문과목들도 발달센터를 개설하고 있는데, 발달장애 치료를 위해선 관련 분야에 대한 충분한 공부가 필요하다는 점을 반드시 잊지 말아야 한다”며 의료계의 주의와 자정을 당부하기도 했다.

한편으론 우리나라도 해외 선진국들처럼 아동의 생애 초기 발달지연과 발달장애 치료에 대해 급여화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박양동 회장은 “이 모든 문제는 현재 우리나라에 30만여 명에 이르는 발달장애 환아에 대한 초기 발달지연과 발달장애 치료 부담이 온전히 부모와 가족의 몫이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며 이로 인해 가정의 행복이 깨지는 사례도 계속해서 나타나고 있다”며 “초저출산 시대에 하루빨리 발달지연 검사와 중재 치료 등 관련 치료에 대해 건강보험 급여화를 시행해 발달장애 아동들의 성장과 건강을 마땅히 국가가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이 모든 문제는 극심한 저수가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다. 

손용규 이사는 “급여 항목 진료의 수가가 너무 낮아 아무리 진료를 많이 해도 충분한 수익이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의료기관들이 발달장애 치료처럼 비급여 항목이 많은 진료 분야에 집중하다 보니 지금과 같은 문제가 발생한 것”이라며 “하루빨리 비정상적인 저수가를 정상화해 의료기관들이 건강보험 급여진료만 해도 충분한 수익을 내 안정적인 운영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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