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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의협 "간호사 골막천자는 불법행위···사전에 불법성 인지 했을 것"
병의협 "간호사 골막천자는 불법행위···사전에 불법성 인지 했을 것"
  • 조준경 기자
  • 승인 2023.09.06 15: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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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사건 상고한 A재단 의견에 반박
정재현 부회장 "골막천자는 단순검사가 아닌 수술의 영역"

대한병원의사협의회(병의협)가 간호사 골막천자 사건 관련 A재단이 상고한 이유에 대해 반박하는 성명을 6일 발표했다.

병의협에 따르면 A재단은 상고이유서에 협의회를 개원의사들로 구성된 단체라고 설명했다. 협의회는 이를 ‘허위 사실’이라며 “의도적으로 해당 고발이 적격하지 않은 고발자에 의한 고발이었던 것처럼 재판부에서 인식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하지만 본 회는 해당 의료행위를 직접 수행하거나 목격한 의사들의 단체이므로, 고발의 적격성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병의협에 따르면 지금까지 골막천자라는 의료행위는 그 위험성과 중요성 등의 이유로 의사인 내과 및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또는 전문의(교수)들이 주로 직접 시행해왔다. 내과와 소아청소년과 의사가 아닌 대부분의 의사들도 골막천자를 당연히 의사가 하는 것으로 생각해왔으며, 실제로 의과대학 교육을 통해서도 그렇게 배우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정재현 병의협 부회장은 “A재단 측은 정맥 주사나 채혈도 간호사가 하는 게 합법인데 왜 골막천자는 안되냐고 주장한다. 의료를 조금만 아는 사람이면 말도 안되는 주장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아무래도 재판관들을 능멸하려는 느낌이 든다”며 “주사나 체혈은 단순히 검사의 범주에 들어간다. 골막천자는 시술이다. 여러군데 골막천자를 할 경우는 수술이다. 그 정도로 위험하고 난이도가 높은 일”이라고 설명했다.

병의협은 A재단이 마치 골막천자가 합병증 발생 가능성이 없으며 안전한 검사인 것으로 호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협의회는 골막천자가 의사에 의해 행해지지 않으면 위험하다고 보고 있다. 침습적 의료행위를 의사만이 하도록 하는 이유는 숙련도 여부와 관계없이 만약 해당 행위 이후 부작용이나 합병증이 발생하였을 경우, 의사가 아니고서는 즉각적이고 올바른 대처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합병증이나 부작용이 발생하였을 경우 어떻게 대처해야 하고 어떤 검사를 추가로 진행할지 여부 등의 판단은 매우 종합적이고 학술적인 영역으로, 의학을 체계적으로 배우고 수련 받은 의사가 아니라면 할 수가 없다는 것이 병의협의 설명이다. 또 책임소재의 문제도 있다. 처방을 의사가 했는데 간호사가 책임을 질 수 있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병의협은 “A재단은 A병원의 경우 일반 간호사가 아닌 종양전문간호사가 골막천자를 했으므로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지만, 이전 판례나 보건복지부 유권해석 등을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전문간호사의 업무범위도 어디까지나 간호사의 업무범위를 벗어날 수 없다”라고 지적했다.

정 부회장은 “A재단은 외국 사례를 들먹이며 간호사가 골막천자를 한다고 주장한다. 정확하게 말하면 외국에서는 간호사가 아닌 진료보조인력(PA)이 한다. PA가 합법화된 나라의 얘기이다. 그리고 그러한 나라는 PA정규교육과정이 있다. 우리나라는 PA가 합법도 아니며 교육과정도 없다”고 지적했다.

또 A재단이 간호사에게 골막천자를 지시한 의료진과 골막천자를 수행한 간호사 모두 해당 행위가 불법행위였다는 사실을 사전에 인지하지 못했으므로 처벌할 수 없다고 주장하는 것에 대해선 “사실일 가능성이 희박하다”라고 봤다. 일부 병원에서 간호사가 골막천자를 수행하고 있다는 정보를 접한 일반적인 의사들은 그 사실을 듣자마자 그 불법성을 바로 인지할 수 있고, 이러한 불법성 인지는 일반적인 간호사들에게 질의해도 다르지 않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정 부회장은 골막천자에 관한 구체적인 위험성을 설명하는 복수의 해외 논문 번역본을 대법원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번 사건은 그 판결에 따라 대한민국 의료인 업무 범위와 관련된 문제에서 중대한 변화를 만들어 낼 수도 있다”며 “재판부가 올바른 판결을 내려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이 사건은 2018년 4월부터 11월까지 A병원 혈액내과, 종양내과, 소아종양혈액과가 골수 검체 채취를 위한 골막천자를 종양전문간호사가 시행한 것에 관한 것이다. 1심 재판부는 2022년 8월11일 무죄를 선고했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지난 7월7일 원심 판결을 깨고 2000만원의 벌금형을 부과했다. 현재 상고심이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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