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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신장실’ 인력·시설·운영 기준 법제화 요구
‘인공신장실’ 인력·시설·운영 기준 법제화 요구
  • 김동희 기자
  • 승인 2023.09.05 16: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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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투석협회, 말기신부전 환자 증가세 불구 정부 대응 미흡 지적
정부 측 “일단 권고안으로 시행, 무리 없으면 규정화 할 수 있을 것”

투석 전문가들이 환자들의 안전과 질 향상을 위해 ‘인공신장실’의 인력·시설·운영에 대한 법제화를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특히 정부의 ‘의료감염 관련 종합대책’에 상당수의 권고사항이 빠져 있는 만큼 보완이 절실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다만 정부는 인력이나 시설 등 기준에 대해 의료계 내부적으로 상충되는 부분과 권고사항 이행에 대한 현장 상황을 살펴보고 추이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대한투석협회(이사장 김성남)는 지난 2일 더케이호텔에서 ‘인공신장실 시설과 운영기준 마련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한림의대 신장내과 이영기 교수(대한신장학회 재난대응이사)는 주제발표를 통해 인공신장실 기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혈액투석 환자는 2009년 5만6896명에서 2021년 10만4157명으로 1.8배, 진료비는 2009년 1조2414억원에서 2021년 3조5145억원으로 2.8배 늘어났다.

이 같이 말기신부전, 특히 혈액투석 환자 수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고 고령화와 심혈관질환 등 합병증으로 생존율이 낮기 때문에 전문적인 질 관리가 중요하다는 것.

하지만 이러한 상황에서 국내에서는 투석환자들이 C형 간염에 무방비로 노출되거나 일부 비윤리적인 의료기관이나 서비스의 질이 낮은 요양병원 등에서의 피해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는 게 이 교수의 지적이다.

이미 해외의 경우 인공신장실의 인력, 시설, 장비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이나 설치기준을 가지고 있거나, 인증의 형태로 제도적으로 질 관리를 시행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인공신장실 설치기준이나 시설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을 경험하면서 인공신장실 내 감염병 전파 확산 억제와 감염관리를 위해 인공신장실 시설 및 운영기준의 필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상황.

‘인공신장실 설치 및 운영 세부기준 권고안’권고안을 살펴보면 인력의 경우, 인공신장실에 혈액투석 전문 의사를 두도록 했으며, 해당 의사의 자격은 심평원의 혈액투석 적정성평가 기준 상 ‘혈액투석을 전문으로 하는 의사 정의’를 준용하되, 정기적으로 관련 교육을 수료해 혈액투석을 전문으로 하는 의사의 자격을 유지하게 했다.

아울러 의사 1명당 평균 1일 투석 환자 수는 혈액투석 실시기관 요양급여의 인정 등 기준에 의하도록 했으며, 간호사는 혈액투석을 전담으로, 1명당 평균 1일 투석 환자 수는 혈액투석 실시기관 요양급여의 인정 등 기준에 의하게 했다.

시설의 경우, 정수실 및 간호사실, 간호사 스테이션, 세척실, 오물처리실, 환자 탈의실 등은 물론 손씻기 시설, 예비전원설비도 갖추도록 했으며, 병상 1개당 면적은 최소 6제곱미터 이상, 침상 간 이격 거리는 0.8미터 이상으로 권고했다.

문제는 이러한 권고안이 질병관리청에서 진행 중인 의료관련감염 예방관리 종합대책의 일환인 인공신장실 시설기준 계획에 제대로 담기지 않았다는 게 이 교수의 지적이다.

이 교수는 “투석환자의 전문적인 진료를 위해 인공신장실 시설 및 운영기준이 마련돼야 한다”며 “인공신장실 시설 및 운영 기준에는 인력, 시설, 장비, 운영 매뉴얼 및 감염관리 등의 내용이 유기적으로 구성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인공신장실 시설기준 계획은 감염관리 측면 외에도 투석 환자들의 안전한 투석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기준들이 포함돼야 한다”며 “전문 인력과 적절한 기준이 우선되지 못한 투석치료가 이뤄지는 경우, 환자 피해로 이어질 수밖에 없으므로 전문가 집단을 중심으로 한 연구와 관련 단체의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보건복지부 의료기관정책과 박미라 과장은 아직까지 인공신장실에 대한 제대로 된 기준이 없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권고’가 아닌 ‘법제화’를 추진하기에는 어렵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인공신장실 기준에 대한 권고안으로, 바로 시행규칙 등으로 만들어 강제성을 띄게 한다면 예상치 못한 역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박미라 과장은 “인공신장실에 대한 시설기준이 없기 때문에 의원급에서 하던, 병원에서 진료과목으로 하던 시설이나 규제가 작동하지 않는다”며 “현재까지 혈액투석적정성평가의 형태로 질 관리를 하고 있는 것이 전부”라고 밝혔다.

이어 “인력적인 측면에서 투석 관련 분과 전문의가 아니라면 할 수 없는 역차별이나 시설에서 일반병상과 투석실의 기준이 다르기에 총체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며 “일단 권고안으로 시행하고, 부작용 등 현장을 살펴보고, 무리없이 시행되는 것이 확인된다면 규정화할 수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한편 투석협회는 사실상 적정성평가를 통해 지난 15년간 권고안대로 의료기관을 운영해왔고, 문제를 제기한 적이 없었던 만큼 법제화에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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