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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병협 "수술실 CCTV설치 의무화는 위헌" 청구서 제출
의협-병협 "수술실 CCTV설치 의무화는 위헌" 청구서 제출
  • 조준경 기자
  • 승인 2023.09.05 10: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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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필수 회장 "의사를 잠재적 범죄자 취급해 환자와의 신뢰 관계 훼손"
윤동섭 회장 "해킹 통해 환자가 원치 않는 신체 정보 외부 유출 가능"
'외과 의사 기피 현상' 부채질해 필수의료 붕괴 가속도 우려도 나와

대한의사협회(회장 이필수)와 대한병원협회(회장 윤동섭)가 오는 25일 시행을 앞두고 있는 '수술실 CCTV설치 의무 법제화'에 대한 헌법소원을 5일 제기했다.

의료기관의 수술실 내부에 폐쇄회로 텔레비전(CCTV)을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하는 이 의료법 조항은 지난 2021년 9월24일 신설됐다. 의료계는 수술실에 CCTV를 의무적으로 설치하게 하는 것은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사안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특히 의사의 원활한 진료행위가 위축되고 최선의 의료서비스가 제공되는 것을 막는 것이 큰 문제점으로 꼽힌다.

이필수 회장은 이날 헌법재판소 정문 앞에서 입장문을 발표하며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는 의사 등 의료인의 직업수행의 자유, 인격권 등 헌법상 기본권을 일상적으로 침해하여 각종 폐해를 야기하고, 궁극적으로는 환자에게까지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라고 경고했다.

이 회장은 “이 법이 시행된다면 의사를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함으로써 의사와 환자와의 신뢰관계가 심각하게 훼손될 것이다. 특히 상시 감시 상태에 놓인 의료진에게 집중력 저하와 과도한 긴장을 유발하여, 수술 환경이 악화되고, 결국 의료진으로 하여금 방어진료까지 야기하게 된다”라고 예견했다.

이어 “CCTV 촬영은 수술을 시행하는 의사가 가지고 있는 고유의 수술 술기나 노하우를 노출시키고, 불가피하게 환자의 신체를 접촉하는 것임에도 성범죄로 오인하게 만들 수 있다. 그리고 수술 중 파악한 환자의 상태대로 적극적으로 치료를 해도 오히려 의료과실로 잘못 비칠 우려가 크다”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결국 의료인은 후유증 등의 발생 위험을 염려해 소극적으로 치료할 수밖에 없고, 환자들은 그만큼 건강을 회복하거나 생명을 구할 수 있는 기회가 박탈된다고 본 것이다.

의료계는 또 이러한 부담이 수술을 하는 '외과의사 기피 현상'을 초래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현재도 필수의료로 불리는 외과, 흉부외과, 산부인과 등은 전공의 지원자가 정원에 미달하는 사태가 지속되고 있다. 그런데 수술실 CCTV의무 설치로 이러한 악순환에 가속도가 붙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윤동섭 회장은 “환자들 또한, 밝히고 싶지 않은 자신의 건강과 신체에 관한 민감한 정보가 녹화되어, 인격권,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의 침해가 발생한다. 더구나 ‘해킹범죄’에 의하여 환자의 민감정보, 수술을 받는 환자의 신체 모습 등이 외부로 유출될 가능성이 존재한다”라고 지적했다.

윤 회장은 “이에 의협과 병협은 수술실 CCTV 설치 등을 의무화하는 개정 의료법 조항의 위헌성과 부당성을 알리고, 무책임한 입법을 바로잡고자, 청구인들을 중심으로 오늘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심판청구서 및 효력정지가처분신청서’를 제출한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수술실 CCTV 의무 설치는 의료인들뿐만 아니라, 수술을 받는 환자의 기본권을 침해하고, 우리나라 필수의료체계와 보건 의료를 붕괴시키며, 궁극적으로 국민의 건강권까지 위협한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라고 강조했다.

양 협회장은 기자회견을 마치고 헌법재판소 문건 접수처로 이동해 헌법소원심판청구서를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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