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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스로이스男’ 다니던 병원, 3년새 향정 처방량 4배 늘어
‘롤스로이스男’ 다니던 병원, 3년새 향정 처방량 4배 늘어
  • 박예지 기자
  • 승인 2023.09.04 18: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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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방량 2020년 1655개에서 2022년 6622개로 급증
1년동안 환자 1명에게 프로포폴 47개, 13회 걸쳐 처방
인재근 의원 “선량한 의료기관 위해서라도 일벌백계 해야”

일명 ‘롤스로이스남’에게 향정신성의약품(향정)을 처방해왔던 모 성형외과의 향정 처방량이 최근 3년새 4배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롤스로이스남’으로 불리는 가해자 A씨는 지난 8월2일 압구정역 인근에서 약에 취한 채 운전하다 인도로 돌진해 20대 여성에게 중상을 입혔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조사 결과, A씨에게서는 케타민을 비롯해 7가지의 향정이 검출됐다.

보도에 따르면 A씨는 사고 당일에도 해당 병원에서 향정을 처방받은 것으로 밝혀졌으며, 같은 병원에 방문한 또 다른 환자도 비틀대며 나와 운전대를 잡는 모습이 언론에 포착된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 인재근 의원은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A씨가 사고 당일 향정을 투약한 이 병원에서 최근 3년간 향정 처방이 늘어난 특이 정황이 발견됐다고 4일 밝혔다.

처방 현황을 살펴보면 2020년 790명이었던 향정 처방 환자는 2022년 1593명으로 약 2배 증가했다. 게다가 처방 건수는 2020년 1078건에서 3746건으로 약 3.5배 늘어 더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처방량 증가는 이보다 더 심했다. 2020년 1655개였던 처방량은 2022년 6622개로 약 4배 급증했다. 올해 상반기만 해도 처방 환자가 1433명, 처방 건수는 3058건, 처방량은 9140개로 이미 예년 수준을 한참 뛰어넘었다.

연도별 향정 처방량 상위 환자 20명을 분석한 결과, 환자 1은 지난해 13회에 걸쳐 총 47개의 프로포폴을 처방받았다. 이 병원에서 프로포폴을 12개 이상 처방받은 환자는 2020년 2명뿐이었지만 2021년엔는 7명, 2022년에는 16명, 2023년에는 상반기에만 18명으로 증가했다.

환자 2는 지난해 졸피뎀 280개를 처방받았다. 2022년 이 병원에서 처방한 졸피뎀 560개의 절반이 이 환자에게 처방된 것이다.

환자 3은 지난해 향정을 총 82건, 월 평균 약 7건 처방받았다. 상세하게는 프로포폴 12건, 케타민 21건, 미다졸람 24건, 디아제팜 25건이다.

인재근 의원은 “최근 의료기관이 마약류 투약과 유통의 창구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 많이 제기되고 있다. 합법적으로 환자를 진료하는 대다수의 선량한 의료기관을 위해서라도 향정을 오남용하는 의료기관과 의료인을 일벌백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식약처가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지만 매년 1억 건 넘게 쏟아지는 보고 내용을 모니터링하기에는 인프라가 불충분하다. 인력과 예산 확충이 필요하다”면서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으로 모든 실태를 파악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향정 오남용 처벌 수위를 높여 의료기관과 의료인의 경각심을 일깨우는 방법도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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