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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 "악결과만을 문제 삼은 의사 실형 확정 판결에 강한 유감"
의협 "악결과만을 문제 삼은 의사 실형 확정 판결에 강한 유감"
  • 조준경 기자
  • 승인 2023.09.04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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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수의료 붕괴-방어진료 일반화로 국민건강과 생명 골든타임 놓치게 돼

대한의사협회(회장 이필수)가 대법원의 외과의사 형사처벌 확정에 대해 유감을 나타냈다. 최근 대법원은 소장폐색환자의 수술 지연에 따른 악결과를 이유로 외과 의사에게 업무상과실치상죄를 인정하여 금고 6개월과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최종 확정했다. 의협은 4일 성명에서 “이번 대법원 판결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며 강한 유감의 입장을 밝힌다”라고 전했다.

이 사건의 피고인이 된 외과 전문의는 지난 2017년 갑작스런 복통으로 병원 응급실을 내원한 환자를 진찰한 후 장폐색이 의심되지만 환자의 통증이 호전되고 있고 6개월 전 난소 종양으로 인해 개복수술을 받은 과거력이 있음을 감안하여 우선 보존적 치료가 적절하다고 의학적 판단을 내렸으나, 7일 후 상태가 급격히 악화되자 응급수술을 시행하여 소장을 절제했다. 환자는 괴사된 소장에 발생한 천공으로 인해 패혈증과 복막염 등이 발생하여 2차 수술을 하게 된 사건이다.

이에 대해 서울중앙지방법원은 “당시 해당 환자의 상태를 감안하면 즉시 수술을 실시하는 것이 가장 적절한 치료 방법이었으며 주의의무 위반으로 수술이 지연되었다”고 판단한 후, 환자에게 장천공, 복막염, 패혈증, 소장괴사 등이 발생한 것을 의사의 과실에 의한 것으로 인정하여 의사에게 금고형을 선고했다.

의협은 “그러나 이번 대법원 확정 판결로 인해 환자의 치료방법 선택에 대한 전문의의 의학적 판단이 사법적으로 부정되고 추후 환자의 상태 악화에 대해서는 다시 개별 의사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한다면, 우리나라 모든 의사들은 의식적으로 보다 강화된 방어진료를 할 수밖에 없으며, 미래 한국의 의료현장에서는 매사 법적 단죄를 상정하여, 환자에게 최선이 될 것으로 판단되는 치료 방법을 선택하고 권유하는 소신진료를 할 의사들을 만나기 어렵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종국에는 국민의 건강과 생명에 심각한 위협과 의료 수준의 질적 저하를 초래하게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의협은 “또한 현재도 외과, 흉부외과, 산부인과 등의 전공의 정원모집이 지속적으로 실패하여 필수의료 분야 수술이나 진료 자체의 붕괴가 우려되고 있는 상황에서, 의사의 의학적 판단을 경시하고 악결과에 대한 형벌의 대상으로 삼는 이러한 판결이 반복된다면, 의료진의 방어진료 일반화와 필수의료 기피 현상을 가속화하여 결국 그 피해는 우리 국민들에게 돌아갈 것임을 엄중히 경고한다”라고 밝혔다.

의협은 “이번 대법원 판결에 대해 다시 한번 깊은 우려를 표하며, 의료분쟁으로 입은 국민의 피해를 신속히 보상하고 필수 의료서비스를 안정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의료환경을 조성하여 국민 생명 건강을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해 국회와 정부가 의료분쟁특례법 제정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고 시급히 추진할 것을 촉구한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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