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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의료기술 통합심사, 취지와 달리 또 ‘규제’로 작용
혁신의료기술 통합심사, 취지와 달리 또 ‘규제’로 작용
  • 박예지 기자
  • 승인 2023.08.23 09: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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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성 의원, 22일 혁신의료기기 산업 육성 관련 국회 간담회 개최
“안전성·잠재성 인정 받은 신기술들, 거듭 검증에 발목 잡혀”

정부가 혁신의료기술, 의료기기의 빠른 시장 진입을 위해 지난해 통합심사·평가 제도를 도입하는 등 정책적 노력을 다하고 있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혜택을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당초 취지는 각 부처의 혁신의료기술 평가 및 심사 제도를 통합해 산업계의 편의를 도모하기 위해서였지만, 이 제도가 새로운 규제로 작용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고령화로 인해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원격 의료 모니터링 기술 또한 상위법인 의료법에서 원격의료를 제한하고 있어 시장 진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산업계에서는 의료법을 우회할 수 있는 시행규칙, 행정고시 도입에 대한 요구 또한 높아지고 있다.

22일 국민의힘 이종성 의원이 개최한 혁신의료기기 산업 육성 관련 국회 간담회에서 휴이노 길영준 대표는 “원격 의료 모니터링에는 진단과 처방 행위가 제외되어 있다. 원격 모니터링은 환자의 의료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 위급 상황에 병원 내원을 안내하는 등 급사율과 응급실 방문 빈도를 줄여 사회적 의료비용을 감소시킬 수 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련 최상위법인 의료법상 ‘원격’ 행위를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어 관련 부처에서는 원격 모니터링 기술의 상용화를 검토조차 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현장의 고초를 토로했다.

길 대표에 따르면 원격 의료 모니터링 산업은 미국에서 수십조원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미국을 비롯해 의료비 절감 기조를 공유하고 있는 독일, 프랑스, 영국에서도 관련 기술 도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원격 모니터링 환경 세팅, 혈압 측정 등 원격 생체 데이터 수집 및 피드백 등에 대해 수가를 부여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의료법의 장벽에 부딪혀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길 대표는 “신의료기술, 혁신의료기기의 시장 진입을 촉진하기 위한 정책은 주기적으로 나오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법률상 문제로 실효성을 보지 못하는 업체들이 있다”며 “상위법을 건드리지 않고 시행규칙이나 간단한 행정고시를 활용해 산업이 촉진될 수 있도록 논의가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연세의대 의료기기산업학과 서화석 교수는 “통합심사제 도입 자체에 대해서는 높이 평가한다. 하지만 혁신의료기술 지정 이후에도 사용 신고, 근거 창출, 보고, 심의 등 과정에만 3~5년이 걸린다. 이후 또 다시 신의료기술평가 검토를 받는다”며 “이미 지정 자체로 안전성과 잠재성을 인정받은 지정 기기와 기술에 대해 유연한 기회를 창출해 줄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혁신의료기술 근거를 축적할 수 있는 기관이 기관생명윤리위원회(IRB)를 보유한 곳으로 제한되어 있다보니 사실상 3차의료기관 이상에서만 근거 창출이 가능하다”라며 “이 때문에 특히 스타트업 기업들이 근거 창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라고 짚었다.

이러한 업계의 요구에 보건복지부 오상윤 의료자원정책과장은 “느리지만 꾸준하게 신기술에 대해 수가를 적용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원격 의료 모니터링 분야에서는 재택의료 시범사업 등을 통해 복막투석, 심장질환자, 가정용 인공호흡기 사용 환자에 대한 수가를 적용하면서 제도 범위를 단계적으로 넓혀왔다”고 말했다.

이어 “좀 더 빠른 산업계의 시장 진입을 위해 관련 제도 개선을 조만간에 발표할 계획”이라면서 “그러나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기술이나 기기가 활용되어 환자 민원이 발생하면 보상이 쉽지 않다. 산업 촉진을 위해 시장에 진입시켰던 기술 중에 환자 민원을 받은 뒤 기업이 사라진 사례도 있다. 안전성과 유효성 검증 과정은 절대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 신채민 신의료기술평가사업본부장은 “당초 취지는 규제가 아니었지만 결국 규제로 작용하게 된 통합심사제도에 대해서는 개선을 준비 중”이라며 “이달 말 관련 공청회를 통해 현장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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