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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신문 사설] 필수의료 붕괴를 막을 전방위적 해결책이 필요하다
[의사신문 사설] 필수의료 붕괴를 막을 전방위적 해결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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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3.08.22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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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팔로씨 4주징(Tetralogy of Fallot)이라는 선천성 심장 질환에 대한 수술 직후 대동맥 캐뉼라가 빠져 영구적인 인지장애 및 언어장애 등의 후유증이 남게 된 사건에 대해 고등법원이 의사의 과실을 인정하며 9억원에 달하는 비용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또한 최근 고등법원 형사부는 진료 당시 응급의학과 1년차 전공의가 대동맥박리를 오진했다는 이유로 징역 6개월 및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여, 형이 이대로 확정될 경우 의사면허가 취소될 위기에 처하게 되었다. 

장천공으로 복막염 등의 위중한 합병증의 발생위험이 높아 신속한 수술 결정이 필요한 급성 충수염의 경우 수술 후 충수염이 아닐 확률이 일반적으로 10% 정도이다. 이러한 질환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급성 충수염이 의심되어 수술한 후 충수염이 없었다는 이유로 소송을 당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이처럼 의료행위 과정에서 인간이기에 불가피한 의료과실, 질환의 특성 등을 고려하지 않은 빈번한 의료분쟁과 현재의 낮은 건강보험 수가에 비해 과도하게 책정되는 배상액은 소위 필수의료의 붕괴를 재촉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후 각종 연설에서 자유를 강조해왔다. 하지만 대한민국 의료제도는 1988년 시작된 요양기관 강제지정제를 통해 현재까지 철저히 통제되고 있다. 시대의 흐름에 맞게 국민들에게 의료서비스를 이용할 선택권을 줄 수 있도록 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 무상의료를 제공하는 영국에서 영국인들이 민간의료기관을 선택하는 비율이 14%로 늘고, 영국과 유사한 의료제도를 시행하는 캐나다나 호주에 사는 환자들이 치료를 위해 국내로 들어오는 상황은 공공의료를 지나치게 강조하는 의료제도는 한계에 도달했음을 시사한다. 

건강보험을 의과, 치과, 한방을 분리하여 국민이 선택하여 가입하게 하는 것도 보험재정을 아끼고 의료수가를 현실화할 수 있는 방법이 될 수 있다. 또한 의료전달체계를 강화하여 의료자원배분이 효율적으로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이외에도 선택진료제와 같이 의사의 경력에 따라 진료비를 달리하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

정부는 붕괴되고 있는 필수의료를 살리기 위해 의대정원증원, 필수의료수가인상 등의 대책을 마련한다고 하지만 2023년 후반기 전공의 모집 상황은 처참하다. 응급의학과, 소아청소년과, 외과, 흉부외과, 산부인과 등의 필수의료분야 지원율이 극히 저조하다. 이대로 가면 적절한 치료시기를 놓치거나 치료할 의사가 없어 곤란을 겪을 환자가 갈수록 증가할 것이다. 

위기에 처한 대한민국 의료가 정상화되도록, 필수의료가 붕괴되지 않도록 정부는 의료전문가 단체와 적극적인 협의를 통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의료과실의 불가피성을 이해하고 최선을 다한 의료행위에 대해서는 결과를 받아들이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의료사고에 대한 배상을 위한 공적자금을 마련해야 한다. 의료인이 의료행위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과도한 심리적,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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