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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서울시의사회 황규석 부회장의 쉽게 쓰는 건보 이야기(19)
[칼럼] 서울시의사회 황규석 부회장의 쉽게 쓰는 건보 이야기(19)
  • 의사신문
  • 승인 2023.08.08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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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규석 서울시의사회 총무·법제부회장(옴므앤팜므 성형외과의원 원장)
‘환산지수 쪼개기 정책의 문제점’

※우리나라 공보험 제도의 역사는 한 마디로 규제의 강화라는 도전과 자율성을 지키려는 의료계 응전의 역사이다.

쉬운 건보 이야기 19번째 이야기는 최근 복지부에서 제안한 ‘환산지수 쪼개기 정책의 문제점’에 대해서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제11차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내년도 의원과 약국 환산지수를 최종 결정했습니다. 환산지수는 매년 5월 31일 건강보험공단과 공급자단체 사이 협상을 통해 결정되는데, 의원과 약국은 2024년도 환산지수 협상에서 건보공단 수가협상단이 제시한 최종 수치를 받아들이지 않고 협상 '결렬'을 선택하였고, 이후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최종적으로 확정된 인상률은 수가 협상 당시 건보공단이 최종적으로 제시한 수치와 동일하게 약국이 1.7%, 의원이 1.6%로 확정되었습니다. 

그리고 현재 복지부에서는 5년 주기의 중장기 건강보험 구조개혁을 위한 '제2차 국민건강보험 종합계획'을 수립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지난 5월 추진단을 구성하여 행위별 수가제를 기본으로 하고 있는 현재의 지불제도 변화 및 전반적인 건보 정책의 전환을 위한 여러 가지 방안들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건강보험 종합계획의 내용 중에서 지불제도 다양화는 복지부가 가장 신경 쓰고 있는 부분으로 현재의 지불제도는 행위별 수가제를 기반으로 포괄수가제, 신포괄수가제, 요양병원 일당정액제가 일부 운영되고 있으며, 행위별 수가제가 93.4%(86조7000억 원), 포괄 수가제와 신포괄수가제가 2.1%(1조8000억 원), 일당정액제가 4.5%(3조9000억 원) 수준입니다. 그리고 진료량을 연동해 보상하는 가치기반 지불제도 비중은 1% 수준에 그치고 있으며, 의료질 평가지원금, 가감지급사업, 신포괄 정책가산, 간호간병 정책가산 등이 있습니다.

또한, 복지부에서는 이러한 기존의 제도 이외에 새로운 지불제도를 마련하고 있는데 일괄 사후보상, 네트워크 보상 등과 같은 새로운 지불제도 역시 고려하고 있으며, 현재 추진 중인 ‘어린이 공공전문진료센터 사후보상 시범사업’이 그 대표적인 예로서 복지부는 전국 9개 어린이병원을 대상으로 기관의 성과평가를 통해 진료과정에서 발생하는 의료적 손실을 보상하는 시범사업을 시행 중입니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우리나라의 건보 지불제도의 전반에 대해서 말씀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다만, 현재 모든 수가가 상대가치와 환산지수 계약으로 모든 행위의 가격을 일괄 인상하는 행위별 수가제 체재하에서, 최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보건복지부가 ‘의원 유형 환산지수를 행위별로 달리 적용하는 정책(일명 환산지수 쪼개기 정책)’을 적용하려는 움직임이 있어서 그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고자 합니다.

또한, 현재 행위별수가제 아래 의료행위는 크게 검체, 기능, 영상검사, 수술, 처치 등 5개로 나뉘어 있습니다. 그리고 의료계에서는 전반적으로 저수가라고 주장하지만, 검체, 기능, 영상검사 영역 원가 보상률은 100%를 약간 상회 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으며, 수술, 처치 영역은 원가에 한참 미치지 못한다고 합니다. 이에 복지부는 원가 보상률이 100%를 넘는 영역의 수가 인상을 억제해서 수술, 처지 영역과 최근 논란이 되는 필수의료 재원으로 투입하겠다는 것인데, 원가 보상률 200% 300%도 아니고 10% 좀 넘는 것을 깎는 정책에는 절대로 동의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복지부는 지난 제11차 건정심 회의에서 의원급 환산지수 1.6% 인상 재정 범위 내에서 특정 부분에는 환산지수 인상분을 차등하는 방안을 전격 제안하였으며, 그 내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의원급 소아 진찰 가산은 200%로 확대하는 대신 의원급 초진 진찰료 상대가치 점수는 1% 인상하고 추가로 검체‧기능‧영상 환산지수는 세분화해 동결하거나 낮추어서 확보한 재정을 의원급 소아‧필수의료 분야에 투입하는 2024년도 환산지수 결정안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좀 더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1세 미만 및 1세 이상 6세 미만 초진과 재진 진찰 가산을 200% 높여 538억 원을 투입하는 반면, 의원급 초진 진찰료 상대가치점수는 1% 인상을 위한 242억 원 투입에 그치겠다는 것입니다.

이와 같은 소아청소년과 인상안에 관하여 일부 언론기사 등에서는 소아청소년과 초진과 재진의 상대가치점수를 200% 높인다고 알려지기도 하였으나, 사실은 상대가치점수가 아니라 가산점수에 대한 200% 인상을 하는 것이므로 실질적으로는 200%가 아니라 고작 25.5% 정도 인상에 그치는 것입니다. (2023년 소아 초진 : 188.11점 + 26.45점(가산점수) = 214.56점 X 92.1점(2023년 환산지수) / 이번 복지부 안 : 189.99점 (초진료 1% 인상) + 79.35점(가산점수) = 269.34점 X 93.6점(2024년 환산지수) / 결국 25.5% 인상에 그침) 

즉, 복지부는 의원급 환산지수를 1.6% 인상하되 검체와 기능, 영상 환산지수 동결하고, 동결에 따른 약 780억 원을 의원급 소아 진찰 가산에 투입하는 방식을 내놓은 것입니다.

이는 복지부가 그동안 수가를 구성하는 요소인 상대가치점수 조정을 통해 수가를 차별화하던 원칙을 깨고 나머지 요소인 환산지수도 행위별로 차이를 둘 수 있다는 원칙을 새롭게 만든 것입니다.

이에 관하여 복지부 정윤순 국장은 “같은 재원이라도 가능하면 더 필요한 부분에 쓰는 게 맞지 않나”라고 반문하며 “올해는 의원 유형만 대상으로 행위별 환산지수 차등을 적용하려고 한다. 올해 말까지는 확정해야 하기에 건정심에서 계속 논의해 나갈 것”이라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비록 이러한 내용이 최종적으로 결정한 사안은 아니며 단지 제안을 한 사안이라고 하더라도 이러한 ‘환산지수 쪼개기 정책’은 건보 정책의 틀을 송두리째 뒤흔드는 행위로써, 이러한 중요한 정책을 건보 정책의 가장 중요한 공급자단체인 의료계와 단 한 차례의 논의도 없이 발표한 것은 지난 30년 이상 의사들의 희생으로 유지되어온 대한민국의 건보제도를 의사들의 의견과는 전혀 상관없이 자신들 마음대로 결정하겠다는 오만함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사건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이러한 정책을 제안한 재정운영위원회는 환산지수 총액에 관해 이야기하는 논의체이지 의료행위별 배분에 대해서는 건정심 산하 상대가치점수기획단에서 논의 할 부분으로서 재정위가 개별 의료행위 영역에까지 환산지수 차등을 이야기할 권한이 없으므로 그러한 제안은 지나친 월권이자 절차상에 문제가 있으며, 근본적으로 ‘환산지수 쪼개기 정책’은 우리 의료계의 분열을 초래할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건보 정책의 근본 틀을 바꾸는 정책으로써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작금의 심각한 필수의료 및 특정 진료과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돌려막기식 정책이 아니라 근본적인 건보 정책의 변화와 국고 지원 등 별도 재정을 통해 개선책을 마련하여야 하며 이러한 ‘환산지수 쪼개기 정책’은 의료계의 분열을 초래하고 대한민국 의료를 더욱 망가트리는 정책으로 다음에 복지부에서 또다시 이러한 정책을 들고 나온다면, 의료계에서는 강제지정제와 의약분업 등 기존의 건보 정책 자체를 전면 재검토하자고 주장하며 강력하게 거부하여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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