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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 “의료기관 개설 절차 강화 계획···의료법 개정 필요”
복지부 “의료기관 개설 절차 강화 계획···의료법 개정 필요”
  • 박예지 기자
  • 승인 2023.08.03 17: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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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에 6600병상 공급···요양급여 2.5조, 의사 2.8만명 소요
이종성 의원, 3일 적정 병상 수급 관련 국회 토론회 개최

5년 뒤인 2028년까지 수도권에만 6600개의 대학병원 병상이 쏟아질 예정인 가운데 정부가 병상 수급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예정된 병상이 모두 마련되면 의료비 통제와 의료전달체계 정립 두 가지 측면에서 모두 실패할 것이라는 우려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 연구 결과에 따르면, 수도권 대학병원 분원 병상 6600개가 모두 공급될 시 연간 요양급여비는 2조 4810억원이 증가한다. 병상을 가동하기 위해 불필요한 재원일수가 늘어나면서 의료비 지출이 급증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또 병상을 운영하기 위해 필요한 인력은 약 의사 2.8만 명, 간호사 8.6만 명으로, 수도권 쏠림으로 인한 지방 병원 인력난이 불보듯 뻔하다.

개원가에서도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이필수 회장은 지난달 28일 관련 기자회견을 열어 “수도권 대학병원의 경쟁적 분원 설립은 지역 내 환자는 물론 의사, 간호사, 의료기사 등 인력까지 무분별하게 흡수해 의원급과 중소병원에 막대한 피해를 끼쳐 폐업률을 높이는 등 지역의료체계에 큰 악영향을 끼치게 된다”며 정부의 적극적인 병상 수급 개입을 촉구했다.

이에 3일 국민의힘 이종성 의원이 개최한 병상 수급 관련 국회 토론회에서 병원, 의원, 전공의 측 대표자들은 한 목소리로 적정한 병상 공급을 위한 정부 시책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발제를 맡은 우봉식 의협 의료정책연구원장은 “선택진료비를 폐지하고, 상급병실료와 간병비에 급여를 적용한 문재인 케어의 영향으로 수도권 대학병원의 수익이 늘었고, 병상 확대가 추진되기 시작했다”며 “의료 자원의 핵심은 병상이다. 이미 우리나라는 경상진료비가 고령화와 소득 증가에 대비해서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상황인데도 정부는 제대로 된 병상 대책을 내놓은 적이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 병상은 이미 과잉 공급됐다. 수도권 대학병원은 병상 다이어트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 6600병상 수급을 중단해야 한다”며 “병상 총량을 피라미드식에서 중소병원 기능을 특화하고 안정적인 일차의료기관 수를 가져가는 매트리스식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강민구 대한전공의협의회장은 “의료인력 정책과 병상 정책 간의 연계가 부족하다. 10년 새 의료 이용, 상급종병 이용이 증가했지만 그에 맞는 의사 채용 계획은 없었다”며 “인력 쏠림이 심화되고, 1인당 병상 수가 증가하면 전공의 수련의 질이 악화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이에 “병상 먼저 늘리고 그에 따라 인력을 늘려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지 않을 수 있도록 수급 계획을 잘 짜야 한다”며 “전공의는 전문의 0.5명으로 인정해 전문의 채용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가야한다”고 주장했다.

정부에서도 문제를 인지하고 실제 행동에 나서기 시작했다. 보건복지부는 최근 각 시·도에서 병상관리계획을 수립하게 하는 의료법 규정에 관해 시도공무원 간담회를 개최하고, 전체적인 방침을 시달했다고 밝혔다. 해당 의료법 규정은 지난 2020년 2월 시행됐으나, 코로나19 팬데믹이 겹치면서 현장에 제대로 적용되지 못해왔다.

오상윤 보건복지부 의료자원정책과장은 “코로나 상황이 종식되어 강력한 의지를 갖고 정책을 추진하고자 한다”며 “지역별 병상 관리계획을 수립하도록 하면 의료법에 따라 시책에서 어긋난 신규의료기관 개설은 제한할 수 있다. 지역별로 꾸준히 병상 수급상황을 모니터링하고 가이드라인을 기준으로 억제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의료기관 개설 허가권이 지자체에 있다보니 전체적인 의료전달체계보다 지역적 관점에서 분원 설립이 추진된 경향이 있다”면서 “의료법 개정을 통해 개설 절차를 엄격하게 할 필요성에 공감한다. 법과 제도 개선에 국회와 정부가 머리를 맞대겠다”고 밝혔다.

또 “현재 설립 예정인 대학병원 분원들이 필수의료 체계 안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하반기에 면밀히 살피겠다”며 “병원들의 단계적 병상 추가 확충 요구에 대한 행정절차를 강화해 이미 예정된 분원 수급량을 연착륙 시킬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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