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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청과 전공의 지원자 0명···의료계 “정부 필수의료 대책 실패”
소청과 전공의 지원자 0명···의료계 “정부 필수의료 대책 실패”
  • 배준열 기자
  • 승인 2023.08.02 18: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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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년 하반기 전공의 모집에서 8개 전문과목 606명 정원 중 지원자 단 3명
“현장서 체감할 만한 실효성 있는 대책 없어”···“당장 '아동병원'이 의료공백 막아야” 의견도
대한아동병원협회는 지난 6월 9일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소아 환자 ‘오픈런’과 ‘마감런’ 등이 이슈화되고 있는 가운데 전국의 아동병원장들이 이러한 위기를 타파하기 위해 현행 ‘어린이 진료 체계 시스템’을 전면 재개편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대한아동병원협회는 지난 6월 9일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소아 환자 ‘오픈런’과 ‘마감런’ 등이 이슈화되고 있는 가운데 전국의 아동병원장들이 이러한 위기를 타파하기 위해 현행 ‘어린이 진료 체계 ’를 전면 재개편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올해 하반기 전공의 상급년차 모집에서 외과·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 등 8개 전문과목 지원자가 거의 없었던 것으로 나타나 정부의 필수의료 대책이 실패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달 27일 종료된 2023년 하반기 상급년차(2~4년차) 외과·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 등 8개 전문과목 전공의 모집에 전체 병원의 총 모집 인원 606명 중 단 3명이 지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대병원, 삼성서울병원, 서울아산병원, 세브란스병원, 서울성모병원 등 일명 ‘BIG 5’라 불리는 유명 대학병원들도 마찬가지로 지원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앞서 지난해 12월 2023년도 상반기 전공의 1년차 모집에서도 빅5 병원을 비롯한 전국의 수련병원들은 전공의 확보에 큰 어려움을 겪어 소아청소년과의 경우 총원 199명 중 33명이 지원하는 데 그쳐 역대 최저인 16%의 지원율을 나타냈다. 

하반기 상급년차 전공의 모집은 이렇게 전반기에 전공의 모집 정원을 채우지 못했거나 중간에 수련을 포기한 이유로 부족한 인원을 채우기 위해 시행하는 것이다. 

작년 ‘서울아산병원 간호사 사망 사건’으로 인해 정부도 필수의료 공백 문제에 위기를 느껴 대책을 내놓겠다고 밝혔고, 올해에도 ‘응급실 뺑뺑이 사망 사건’ 등이 연달아 터지고 소아청소년과의 경우 환아들이 치료받을 수 있는 의료기관이 부족해 ‘오픈런’ 등이 발생하면서 필수의료 위기에 대해 전 사회적으로 위기감이 팽배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결국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12월 ‘필수의료 지원대책’을 발표했다.

지원대책은 지역을 고려한 필수의료 제공, 공공정책수가를 통한 적정 보상, 인력 확보 방안 등을 중심으로 권역심뇌혈관센터 재평가 후 재지정, 병원 간 순환교대 당직, 모자의료센터 운영, 분만 관련 수가 정비 등의 방안이 담겼다.

그러나 정부 정책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나타내는 바로미터라 할 수 있는 필수의료 전공의 모집이 여전히 ‘폭망’에 가까울 정도로 어려운 것으로 나타나 정부가 내놓은 필수의료 대책이 사실상 실패했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회장은 정부가 대책을 내놓았을 당시 “정부가 필수의료 대책을 내놓았지만 오히려 소청과를 죽이는 정책을 발표한 것이나 다름없다”며 특히 경증질환의 아이들이 야간에 이용할 수 있는 ‘달빛어린이병원’을 현재 34곳에서 100곳으로 늘린다는 대책에 대해 “현재도 소청과 의사들은 낮은 수가 때문에 다른 과 의사들에 비해 근무 시간이 많고 일부 의원들은 토요일은 물론 일요일 진료까지 하고 있는 마당에 ‘신안염전노예’도 아니고 지금보다 근무 시간이 더 늘어난다면 지금도 역대 최저치인 소청과 전공의 지원율은 더 떨어질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임 회장은 또 “정부가 필수의료 대책을 세우겠다고 공언했지만 막상 효과 있는 대책을 뚜렷하게 내놓은 것이 없다”며 “현장에서 활동하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경청해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부족으로 인해 대학병원이 담당하는 중증·야간 소아진료에 더 큰 공백이 우려되기 때문에 당장은 전국의 아동병원들을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최용재 대한아동병원협회 부회장(의정부튼튼어린이병원장)은 “대학병원 응급실에만 소아청소년 환자들이 몰리고 있지만 전공의가 부족해 도저히 병원들이 돌아갈 수 없는 상황에 직면했다”며 “소청과 전공의 자격을 취득해도 세부 전공을 하려면 최소 2~3년은 더 교육을 받아야 하는데 전공의 지원자가 부족해 이러한 교육은커녕 소청과 운영조차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 부회장은 “현재 전국의 아동병원들은 경증에서 준중증환자들을 커버해 중증으로 진행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손해를 감수하면서도 자체적으로 야간진료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사실 아동병원들이 가장 두려워 하는 것은 중증환자를 후송할 대학병원이 없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어렵게 야간·응급환자를 진료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용재 부회장은 “만약 아동병원들이 야간·응급진료를 포기하게 된다면 그때는 정말 더 큰 ‘의료 대란’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막기 위해 하루빨리 전국의 아동병원들을 중증·야간·응급 소아의료체계에 정식으로 편입시켜 제 역할을 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최근 대한아동병원협회(회장 박양동)가 117곳 아동병원을 대상으로 지난 7월 3일부터 7월 5일까지 한국형 응급환자 분류도구(KTAS)를 통해 설문 조사를 진행한 결과, 10곳 중 8곳 정도가 중증응급환자 진료가 가능한 것으로 분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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