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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교수 고발 위해 진료기록 제출한 의사들···무죄 확정
지도교수 고발 위해 진료기록 제출한 의사들···무죄 확정
  • 홍미현 기자
  • 승인 2023.07.21 11: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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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심 유죄→ 2심, "개인정보 유출 맞지만 정당행위" 무죄→ 대법, 상고 기각
'잘못된 관행 방지' 위한 공익적 목적 더 커···위법성 없어“

[알립니다] 본 기사는 언론중재위원회 조정에 따라 수정된 기사임을 알려드립니다.


환자들의 진료기록을 유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의사들에게 무죄가 확정됐다.

개인정보 유출은 맞지만, 이로 인해 침해되는 법익보다는 병원에서 벌어지는 잘못된 관행을 방지해 보호되는 법익이 더 큰 만큼 위법성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의료법 및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 등 의사 6명의 상고심에서 이들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학병원 성형외과 전공의로 일하던 A씨 등은 2017년 9월 변호사를 통해 지도교수 B씨를 검찰에 고발했다. B씨가 수술을 집도하지 않았는데도 마치 직접 수술을 집도한 것처럼 진료기록부를 허위로 작성하는 등 의료법을 위반했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B씨의 의료법 위반 혐의는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됐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A씨 등은 B씨를 고발하는 과정에서 환자들의 개인정보가 담긴 수술 관련 진료기록 사본을 검찰에 증거로 제출했는데, 환자인 C씨가 이를 문제삼아 A씨 등을 의료법 위반 혐의로 고소했기 때문이었다.

검찰은 A씨 등이 허용된 권한을 넘어 C씨의 개인정보를 유출했다는 이유로 의료법 위반 혐의와 함께 예비적으로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 혐의까지 적용해 재판에 넘겼다.

이에 대해 1심은 예비적 공소사실인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진료기록이 제3자에게 유출되지는 않은 점 등을 감안해 벌금 50만원의 선고를 유예했다.

선고유예란 범행이 가벼운 피고인에게 2년간 형의 선고를 유예하는 대신 특별한 사고 없이 지내면 처벌을 면제하는 일종의 ‘선처’다.

1심 재판부는 "A씨 등이 공익신고자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개인정보를 처리하는 자로서 허용된 권한을 초과해 고소인의 개인정보를 유출한 것이므로, 공익신고자 보호법 적용 대상이 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상대방이 공공기관이라도 정보 주체 등의 관리·통제권을 벗어나 권한 없는 자의 접근이 가능하게끔 하는 행위는 유출로 봐야 한다"며 "의료기록을 제출하지 않고도 고발할 수 있었던 점, 수사기관을 통해 관련 의료기록을 얻을 수 있었던 점 등에 비춰볼 때 정당행위의 요건을 갖췄다고 볼 수 없다"고 판결했다.

A씨 등의 의료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법정 고소기간인 6개월을 넘겨 공소를 기각해야 하나, 상상적 경합 관계에 있는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 혐의를 유죄로 인정한 만큼 따로 공소기각 판결을 선고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2심의 판단은 달랐다. 2심은 "A씨 등의 행위는 사회 통념상 허용될 만한 정도의 상당성이 있는 것으로, 위법성이 없는 행위라고 봐야 한다"며 1심 판결을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우선 2심 재판부도 A씨 등의 행위는 공익신고자 보호법 적용 대상이 된다고 보기는 어려울 뿐만 아니라, 개인정보 보호법상 처벌 대상인 개인정보 유출 행위는 맞다고 봤다.

다만 "A씨 등이 공익적 목적으로 고발했을 뿐만 아니라, 수술실 간호기록지 등도 고발대리 변호사와 수사기관에만 제한적으로 제출했다"며 "이들의 행위로 침해되는 법익보다 대리수술 등 병원 내 잘못된 관행을 방지해 보호되는 사람들의 생명·신체에 관한 법익 등이 우월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진료기록 등을 제출하는 것은 의료법 위반 행위를 입증할 수 있는 가장 유효적절한 수단"이라며 "A씨 등의 입장에서 다른 방법을 선택할 수 있었다고 볼 사정이 없고, 이들이 C씨의 수술실 간호기록지 등을 첨부하지 않고 고발했더라도 수사가 개시된 후 해당 자료는 압수 등의 절차를 통해 수사기관에 증거로 제공될 가능성이 매우 컸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상고했지만, 대법원도 "원심의 판단에 정당행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며 상고를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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