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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의료원 노조 “미래병원? 시설에만 '투자' 말고 '사람'에게도 하라”
고대의료원 노조 “미래병원? 시설에만 '투자' 말고 '사람'에게도 하라”
  • 배준열 기자
  • 승인 2023.07.18 18: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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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의료노조 총파업 철회 불구 서울 상급종병 유일 파업 유지···19일 총파업대회
임금인상안 등 놓고 평행선 사측 “올해는 코로나19 지원금 없고 예상 실적도 저조”
노조 "임금 높다는 것도 옛말, 인력 부족에도 시달려 간호사 1명이 환자 11명 케어"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이 총파업 돌입 이틀 만에 종료를 선언했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병원들이 계속해서 파업을 이어 나가고 있다.

보건의료노조에 따르면 고려대의료원(안암·구로·안산)과 부산대병원(부산·양산), 아주대의료원, 조선대병원, 국립교통재활병원, 성가롤로병원, 광주기독병원 등 전국의 총 17개 사업장이 현재까지 파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총파업에 참여한 서울 지역의 상급종합병원 노조 대부분은 사측과 교섭 타결 단계에 접어들어 현재 노조원들이 업무에 정상적으로 복귀한 상태다.

하지만 고려대의료원 노조만이 서울 지역 상급종합병원 중에서 유일하게 사측과 합의점을 찾지 못해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며 7일째 파업을 이어 가고 있어 주목된다. 이번 파업은 고대의료원 노조가 지난 2021년 11년 만에 파업을 진행한 데 이어 2년 만이다. 

급기야 고대의료원 노조는 파업 8일째인 7월 19일 오전 11시 안암병원 로비에서 총파업대회를 진행하고 고려대 재단본부까지 행진할 계획이다.

고려대의료원 노조는 안암·구로·안산 3개 병원에서 가입한 조합원이 총 4500여 명에 달해 전국의 사립대의료원 중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고대의료원 노조는 현재 사측에 △환자안전을 위한 비정규직 정규직화 △직종별 인력 기준 마련과 중증질환에 맞는 숙련된 간호인력 및 보조인력 배치 △각 병원 증축과 리모델링에 따른 인력충원 △코로나19로 고생한 직원들에게 합당한 대우와 전년도 의료원 이익에 맞는 적정소득분배 등을 요구하고 있다.

현재 산하 3개(안암·구로·안산) 병원을 운영 중인 고려대의료원은 오는 2028년 개원을 목표로 경기도 과천과 남양주 두 곳에 제4, 제5 병원 건립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노조는 의료원이 이러한 눈부신 성장을 거듭하면서도 ‘사람’에 대한 투자는 충분히 하지 않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고대의료원 노조 관계자 A씨는 고대의료원의 직원 임금 수준이 높다는 이야기도 이미 '옛말'이 돼버렸다고 했다.

A씨는 18일 기자와 만나 “의료원이 지난 2018년 의료수익 1조 클럽 시대를 열었고, 2022년에는 1조 4200억 원, 당기순이익 760억 원, 경상이익 1590억 원을 기록했다. 이러한 눈부신 성장을 토대로 (서울대병원·세브란스병원·서울아산병원·삼성서울병원·서울성모병원과 함께) 빅6를 넘어 이제는 세상에 없는 ‘미래병원’을 만들겠다고 하면서도 정작 직원들은 건물, 시설, 장비에 밀려 여전히 열악한 노동조건에 허덕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A씨는 또 “(과거에 높다고 알려진) 임금 수준도 현재는 이미 연세의료원이나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 등에 비해 떨어지고 있다. 더 이상 시설에만 투자하지 말고 사람에게도 투자하라”고 말했다.

노조에 따르면 고대의료원의 비정규직 비율도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엔 15%였지만 2022년 12월 기준 22.46%(1700여 명)일 정도로 비정규직 비율이 급격히 높아진 상황이다. 인력 부족도 심각해 간호사만 해도 의료원이 간호등급제 1등급을 유지하고 있음에도 실제 현장에선 만성적인 인력 부족을 호소하고 있는 실정이다.

A씨는 “특히 비실적 부서인 시설팀, 영양팀, 안전관리팀 등은 퇴직자들이 발생해도 대부분 비정규직으로 충원해 비정규직 비율이 타부서의 2배 수준이고, 간호사 충원도 부족해 간호 1등급임에도 실제론 간호사 1명이 무려 11명의 환자를 맡고 있어 간호서비스 질 하락까지 우려되고 있다”고 말했다. 

임금 협상과 관련해서도 A씨는 “우리가 제시한 임금 인상안에 비해 사측이 턱없이 부족한 인상안을 제시했다”며 “19일에 개최가 예정된 총파업대회에서 전년도 의료원 이익에 부합하는 인상안을 비롯해 우리가 제시한 각종 요구 사항들을 사측이 받아들이도록 강력히 촉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조 측의 요구와 관련해 고려대의료원 사측은 난색을 표하면서도 노조 측과의 협상에 최대한 성실한 자세로 임하겠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사측 관계자 B씨는 18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올해는 정부의 코로나19 지원금도 없고, 예상 실적도 좋지 않다. 악재가 많아 노조 측의 요구를 모두 받아들이기는 매우 곤란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노조와 임금인상과 인력을 포함한 직원 복지와 관련해선 최대한 실현 가능한 방안을 구상해 성실히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더 나아가  “물론 노사 양측의 입장에 차이가 있긴 하지만 최대한 지속 가능하고 경영의 건전성을 유지하는 선에서 직원들이 요구하는 방안이 관철될 수 있도록 신중히 검토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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