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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문인회 수필 릴레이 1] 뉴욕에서 서울을 생각하다
[의학문인회 수필 릴레이 1] 뉴욕에서 서울을 생각하다
  • 의사신문
  • 승인 2023.07.18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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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경 전 수원시 장안구 보건소장

지난 1월 21일 뉴욕에 도착했다. 2020년 오랜 공직생활을 마치고 정년퇴직을 한 후, 전 세계를 휩쓴 코로나19  때문에 올 수 없었던 미국에서  본격적으로 영어공부를 해 보리라 결심했기 때문이다. 

다 늦은 나이에 웬 영어공부? 무엇에 쓰려고? 등등 여러 염려 섞인 만류가 있었지만 다 뿌리치고 용감하게 떠났다. 

32년 동안 열심히 직장을 다녔으니 이 정도의 보상은 받을 만 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서울에 있는 유학원을 통해 미국 뉴욕 카플란 어학원에서 3개월, 캐나다 토론토 카플란 어학원에서 6개월 동안 공부하는 프로그램에 등록하고 뉴욕으로 왔다.

그런데 벌써 이곳에 온 지 3개월이 지나 떠날 때가 다 되었다. 그동안 영어공부 하느라 바빠서 많은 곳을 다녀보진 못했지만, 내 숙소가 위치한 맨해튼 미드타운에서  학원까지 등하교하면서 경험했던 것들을 중심으로, 피상적이지만, 내가 느낀 점들에 대해 써보려고 한다. 

먼저 전 세계의 모든 사람들이 다른 도시가 아닌 뉴욕에 오고 싶어 하는 이유가 뭔지, 즉 뉴욕만이 가진 독특한 매력에 대해 생각해 보고, 그 다음은 비록 짧긴 하지만 뉴욕에서 살면서 느꼈던 문제점과 동시에 우리 서울이 가진 장점이 무엇인지에 대해 알아보고, 마지막으로 서울이 뉴욕에 못지않은 매력적인 도시가 되려면 무엇을 보완해야 할지에 대해 적어 보려고 한다.

뉴욕이 가진 매력

뉴욕은 미국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대도시로 맨해튼, 브루클린, 퀸스, 브롱크스, 스태튼 아일랜드라는 다섯 개의 자치구로 나뉘어져 있다. 내가 지내고 있는 숙소는 이 중 맨해튼에 있고, 어퍼, 미드, 로어로 나뉘는 맨해튼 중에서도 가장 중심이라 할 수 있는 미드타운에 위치해 있다. 

뉴욕은 격자형으로 도시계획이 잘 되어 있는데 남북으로 뚫린 길을 애버뉴라 하고 동서로 뚫린 길을 스트리트라고 명명하고 있어 애버뉴와 스트리트 명만 안다면 어디든 쉽게 찾아 갈 수 있다. 

미드타운은 3번에서 8번 애버뉴 사이, 34번에서 59번 스트리트 사이를 일컫는데, 이곳엔 우리가 잘 아는 타임스퀘어, 브로트웨이 극장가,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록펠러센터, 크라이슬러 빌딩, 센트럴 파크, 명품가로 잘 알려진 5번 애버뉴 등 뉴욕의 관광명소가 가득하다.

내가 영어를 배우는 카플란 어학원은 7번 애버뉴와 8번 애버뉴 사이에 위치한 브로드웨이 애버뉴의  57번 스트리트에 위치해 있어, 6번 애비뉴 44번 스트리트에 위치한 내 숙소에선 이곳까지 걸어서 25분 정도 걸리는데, 나는 요즘 매일 등하교를 하면서 이런 유명한 명소들을 구경 할 수 있는 호강을 누리고 있다.

그 동안 뉴욕에서 살면서 이 도시가 가진 독특한 매력이 무엇일지 무척 궁금했다. 아마도 그건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이유 때문이 아닐까 싶다. 첫째는 문화적 다양성이다. 뉴욕 주민의 3분의 1이 미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 태어났고 뉴욕에서 사용되는 언어가 800종일 정도로 뉴욕은 다양한 인종과 국적을 지닌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는 곳이다. 그뿐만 아니라 거리에는 세계 여러 나라에서 온 관광객들로 가득 차 있어 걷다 보면 사람 구경만으로도 심심할 겨를이 없다.  

두 번째는 세계 경제와 예술의 중심지라는 점이다. 뉴욕에는 금융경제의 중심인 월스트리트가 있고, 뮤지컬의 중심지 브로드웨이 거리, 모마등 세계적인 미술관과, 파슨스, 줄리아드와 같은  명문 예술 대학들이 위치해 세계의 뛰어난 인재들과 예술가들을 불러 모으는 매력을 지녔다. 

세 번째 이유는 다양한 볼거리가 아닐까 싶다. 마천루라 불리는 역사성을 지닌 아름다운 건물들, 현대식 고층건물들이 즐비해 거리를 걸으면서 감탄할 때가 무척 많았다. 

나는 요즘 매일 하교하면서 탐험을 하고 있다. 매일 한 애버뉴를 선택해 어학원이 있는 57번 스트리트에서 출발해 내 숙소가 위치한 44번 스트리트까지 걸으면서 각각의 애버뉴의 특징과 분위기를 직접 느껴보는 것인데, 걷다 보면 그 분위기가 매우 다르다는 걸 알 수 있다.  

결론적으로, 나는 6번 애버뉴를 제일 좋아한다. 관광객들로 가득 차 혼잡한 다른 애버뉴에 비해 이곳엔 큰 사무실들이 많아 상대적으로 조용하고, 세련된 미국인들을 많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뉴욕의 문제점과 서울의 장점

그렇지만 뉴욕이 마냥 좋은 곳은 아니다. 내가 처음 숙소에 도착해 처음으로 느낀 점은 숙박비에 비해 매우 낡고 불편하다는 것이었다. 내가 생활하는 이곳은 그래도 카플란 어학원에서 학생들에게 제공하는 숙소 중 가장 비싸고 좋은 곳임에도 불구하고 한국과 비교하면 살기 좋고 쾌적한 곳은 아니다. 그렇지만 위치가 좋고 시간이 지나 적응이 되다보니 이제는 그럭저럭 지낼 만하다.

다음으로 느낀 문제점은 한국에 비해 안전하지 않다는 것이다. 몇 주 전에 8번 애버뉴의 44번 스트리트 부근에서 총격 사건이 일어나 한 사람이 살해되었다. 요즘 뉴욕의 범죄율이 올라가고 있는데 특히 관광객이 많이 다니는 맨해튼에서 일어난 범죄라 뉴욕 경찰 당국이 더 긴장하는 분위기다. 그래서 나는 저녁 7시 이후에는 되도록 외출하지 않으려 노력 중이다. 총기소유가 자유롭고 마약문제가 크고 인종차별과 빈부격차 등 사회갈등이 요인이 우리나라보다 커서 그런 것 같다. 

마지막은 뉴욕의 물가가 거의 살인적이라는 점이다. 코로나 19로 인해 인플레이션이 전 세계적인 현상이긴 하지만 여긴 서울보다 훨씬 더 심한 것 같다. 맨해튼의 경우 그저 보통 수준의 원룸 스튜디오의 월세가 4천달러에 육박하고, 얼마 전 코리아타운에 있는 북창순두부에서 타이완에서 온 친구와 해물파전 하나와 해물순두부를 먹었는데 파전이 2만1000원, 해물순두부가 1인 당 2만2000원, 세금과 팁까지 더하니 약 7만1200원 정도 들었다. 한인마트에서 파는 작은 반찬 팩 하나도 1만3000원에서 1만5000원은 주어야 하니 정말 돈 생각은 하지 말고 살아야지 만약 신경 쓰기 시작하면 스트레스를 받아서 아무 것도  못 할 정도다.

이곳에서 지내면서 서울 생각이 많이 난다. 서울만큼 살기 좋은 곳이 있을까? 이곳 뉴욕보다 훨씬 깨끗하고, 안전하고, 현대적이라 편리하고, 물가도 상대적으로 뉴욕보다 낮고, 그리고 무엇보다 내 나라이다 보니 친근하고 편안하다. 

이 곳 어학원에서 만난 젊은 친구들도 이구동성 우리나라 만큼 살기 좋은 곳은 없는 것 같다고 말한다. 서울을 떠나 타국에서 살면서 내 나라의 소중함을 더 잘 알게 되는 것 같다. 그동안 서울에서 우물 안 개구리로만 살아서 그런지 이런 서울의 장점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던 건 아닐까? 라는 생각과 함께 한편으론 무척 뿌듯하기도 하다. 언제부터 우리나라가 이렇게 살기 좋은 나라가 되었지? 하는 생각과 우리 서울을 지금보다 더 매력적인 도시로 만들려면 무엇을 보완해야 하나? 라는 고민을 하게 되었다.

서울이 뉴욕에서 배워야 할 점

미국은 이민자들에 의해 성립된 나라다. 그러다보니 다양한 국가 출신의 다양한 인종들이 함께 살아가고 있어서인지 타 인종과 타 문화에 대한 편견과 차별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많이 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미 2021년 1월 현재 외국인 체류자가 201만명에 달해 전체 인구의 약 4%가 외국인이며 앞으로 이 비율은 점점 더 증가될 전망이다. 체류 외국인이 증가한다는 것은 우리와 다른 문화와의 갈등이 초래될 가능성이 있음을 의미한다. 이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서라도 미국의 예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다른 인종, 다른 문화에 대한 포용성을 높이고 편견과 차별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할 필요가 있겠다.

한편 이곳에서 지내다보니 한국은 아직 세계화가 덜 되어 있다는 걸 많이 느낀다. 어학원 숙제를 하려고 위키피디아를 많이 찾아보는데 우리나라의 유명 관광명소, 역사적 위인들, 현대 유명인들에 대한 영어 번역이 매우 빈약하고 심지어 없는 경우도 많았다. 또한 영어판 위키피디아의 많은 자료들이 중국어와 일본어로는 번역이 되어 있는데 반해 한글로는 아직 번역되어 있지 않은 것이 많아 매우 불편했다. 우리나라도 이제 우리의 경제적 위상에 걸맞게  달라질 필요가 있겠다. 우리에 대해 더 널리 알리고 또한 세계 여러 나라의 문물에 대해서도 지금보다 더 많이 알아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에서 영어 번역에 더 많은 투자를 할 필요가 있다는 걸 느꼈다.

맺음말

결론적으로 뉴욕은 멋진 도시임에 틀림없다. 그렇지만 서울 역시 이에 못지 않은 매력을 지닌 도시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안타까운 사실은 우리가 가진 서울의 장점이 외부에 널리 알려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서울이 세계적인 도시가 되어 모두 한 번 쯤 와 보고 싶은 곳이 되려면 지금보다 더 적극적으로 우리를 외부에 알릴 필요가 있겠다. 그리고 이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우리와 다른 타 문화에 대한 적극적인 수용과 다양한 인종과 국적을 지닌 사람들에 대한 편견과 차별을 예방하기 위한 노력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편견 없는 진정한 세계시민이 된다면 서울은 모든 이들에게 더욱 더 편안하고 매력적인 도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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