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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의학계 “日 오염수 안전” 우세···의료계 일부 반대는 “왜?”
핵의학계 “日 오염수 안전” 우세···의료계 일부 반대는 “왜?”
  • 배준열 기자
  • 승인 2023.07.13 10: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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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건욱 대한핵의학회장 “한국에 영향 無···일부 의사들 모르는 분야 발언 자제해야”
의사 출신 이용빈 민주당 의원, 최대집 전 의협 회장 등 반대론자들 활동 주목돼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투기 저지 기자회견야당 의원으로 구성된 후쿠시마 핵오염수 해양 투기 저지 대한민국 국회의원단이 지난 12일 오후 일본 도쿄전력 앞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투기 저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뉴스1)
야당 의원으로 구성된 후쿠시마 핵오염수 해양 투기 저지 대한민국 국회의원단이 지난 12일 오후 일본 도쿄전력 앞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투기 저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뉴스1)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오염수 방류 계획에 대해 국내에서 찬반 여론이 격화된 가운데 의료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어떤 의견을 갖고 있는지 관심이 모아진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지난 4일 최종보고서를 통해 일본 정부의 방류 계획에 대해 국제적 기준에 부합한다는 결론을 내놨다. 한국원자력학회도 오염수 방류로 인한 국내 영향이 무시해도 될 수준이라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국내에선 이에 대한 논란이 줄어들지 않고 정치권을 중심으로 오히려 날이 갈수록 격화되는 모습이다. 

그렇다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가 우리 국민들의 건강과 생명에 실제로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되는지에 대해 의료 전문가들은 어떤 의견을 갖고 있을까?

우선 이 분야에서 최고 의료 전문가라고 할 수 있는 핵의학계도 다른 전문가 단체들과 마찬가지로 오염수가 방류돼도 안전할 것이란 의견이 대체로 우세하다. 

대한핵의학회에서 이 사안에 대해 공식 입장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강건욱 대한핵의학회 회장(서울대병원 핵의학과 교수)은 각종 관련 토론회, 언론 인터뷰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오염수 방류가 한국 바다에 미치는 영향이 거의 없을 것이라는 의견을 거듭 표명하고 있다. 

강 회장은 12일 기자와 통화에서도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검증 종합보고서 내용을 언급하며 “후쿠시마 주민들조차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우리나라에는 영향이 없어 걱정할 일이 아니다”며 “후쿠시마 오염수가 방류돼 우리나라 국민이 연간 선량 기준치인 1m㏜만큼 노출되려면 약 6000억 년의 시간이 걸린다”고 말했다.

강 회장은 이같은 의견을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 주최로 지난 5일 국회의사당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민이 묻고 전문가가 답하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 처리수 국민 대토론회’에서도 밝힌 바 있다. 당시 강 회장은 “(공포심이 조장돼) 국민들이 해산물을 기피하면 대신 육류 섭취가 늘어 오히려 암 발생이 증가할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해 눈길을 끌었다. 

강건욱 회장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문제와 관련해 지난 2015년 직접 일본으로 시찰을 다녀왔으며, 지난 2013년부터 8년 동안 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ICRP) 의료분과 위원으로 국제 방사선 안전기준 및 가이드라인 제정에 참여하기도 한 이 분야 최고 전문가다. 

핵의학과뿐만 아니라 의사들 대부분은 의학적인 관점에서 강 회장과 마찬가지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가 방류돼도 안전할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일부 의사들은 반대 입장도 나타내고 있는 상황이다. 

대표적으로 가정의학과 전문의 출신인 이용빈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야당 의원 10명으로 꾸려진 ‘후쿠시마 핵오염수 해양 투기 저지 대한민국 국회의원단’에 참여해 지난 10일 일본으로 출국해 일본 총리 관저 앞에서 집회와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NAR)에 항의 서한 전달, 국회 앞 연좌농성 등에 참여했다.

특히 이 의원은 일본에 항의 방문한 야당 의원들 중 유일한 의사 출신으로서 “국회의원이기 전 의사이자 과학자로서 내부 피폭에 대한 위험성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일본 정부의 핵오염수 해양투기에 결사적으로 반대한다”며 야당 의원들의 반대 논거에 힘을 실어주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최대집 전 대한의사협회 회장도 오염수 방류 반대 대열에 동참하고 있다. 최 전 회장은 특히 보수 성향이 매우 강한 정치인임에도 불구하고 야당과 마찬가지로 오염수 방류에 대해 반대 입장을 적극적으로 표명하고 있어 더 주목된다. 

최대집 전 회장은 지난 3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정당 정파를 초월해 구성된 ‘후쿠시마 오염수 초당적 국민대책위원회’ 출범 윤석열 정부 규탄 기자회견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일본 원자력학계가 방사성 물질의 인체 내 유입과 암 발생의 인과관계를 검증할 수 없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 “매우 비과학적”이라고 비판하며 “방사성물질에는 가급적 노출되지 말아야 하며, 일본 핵오염수 방출 문제는 다른 대안을 찾을 수 있어 다른 불가항력적인 방사능 피폭 현상과는 다르다”는 의견을 내놨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이언주 전 국민의힘 국회의원, 신인규 전 국민의힘 상근부대변인, 하헌기 더불어민주당 전 상근부대변인, 이연기 민생당 전 비대위원 등이 참가했다.

그러나 이처럼 일부 의사들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출 계획에 대해 적극적으로 반대 목소리를 외치고 있는 것에 대해 비판도 제기된다. 의사들이라도 방사능 피폭에 대해 깊이 연구하지 않았다면 특별한 지식은 없고 일반인과 비슷하기 때문에 관련 의견을 표명하는 데 더 신중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강건욱 회장은 “핵의학과 의사라고 해도 방사능 피폭에 대해 오랫동안 연구하지 않았다면 방사능 피폭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하고, 일반 의사들은 이 분야에 대해 연구하지 않았다면 일반인이나 마찬가지”라며 “그럼에도 일부 의사들이 자신이 잘 알지 못하는 주제에 대해 관련 입장을 표명하면 일반인들이 오해할 수 있기 때문에 극히 자제해야 한다. 저 역시 제가 모르는 의학 분야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을 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계획에 대해 아직까지 핵의학계에서 강건욱 회장을 제외하고 적극적으로 관련 입장을 나타내는 전문가는 없다. 또 다른 국내 의학단체들도 관련 의견을 공식적으로 표명하지는 않고 있다. 하지만 의사 회원들이 다수 참여한 단체에서 머지않아 오염수를 방류해도 국내에 안전하다는 입장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강건욱 회장은 “의학단체인 대한핵의학회와 대한방사선종양학회, 한국의학물리학회 등이 참여한 원자력협의회에서 관련 공식 입장문을 내기 위한 준비 작업을 지금 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 회장이 언급한 원자력협의회는 지난 2006년 결성된 자율적 협의 기구로서 대한방사선방어학회, 대한방사선종양학회, 대한핵의학회, 방사선생명과학회, 한국방사선산업학회, 한국방사선진흥협회, 한국방사성폐기물학회, 한국여성원자력전문인협회, 한국원자력산업협회, 한국원자력학회, 한국의학물리학회, 한국핵물질관리학회 등 12개 단체가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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