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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신문 사설] 건강보험 급여기준 합리적 개선이 필요하다
[의사신문 사설] 건강보험 급여기준 합리적 개선이 필요하다
  • 의사신문
  • 승인 2023.07.10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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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의 건강보험 급여규정에는 민간 의료기관이 수익을 내면서 경영을 하기 어려운 조건들이 많다. 특히 외과나 필수의료 분야에서는 의료서비스를 제공하여 수익을 발생시키는 것이 더욱 어렵다. 

우선 건강보험 급여기준 혹은 상대가치점수는 의사의 행위료를 매우 낮게 책정해 놓았다. 소위 필수의료 분야는 질병과 이에 따른 의료행위의 발생 빈도가 일반적인 만성질환이나 내과적 질환에 비해 낮다. 의료 서비스 가격이 낮으니 자연스럽게 의료 서비스 이용량이 증가하는데, 그 증가폭도 의료특성상 필수의료분야에서는 그리 크지 않다.

여기에 필수의료 분야를 괴롭히는 악조건이 더 있다. 바로 치료재료 실거래가 신고나 치료재료 상한가 제도다. 치료재료는 의료행위 중에 사용되는 각종 의료소모품들이다. 치료재료 상한가 제도는 건강보험에서 급여해 주는 치료재료의 최고가를 일정기준 이하로 제한해 놓은 것이다. 의료기관들이 이 제도에 적응하기 위해 소모하는 행정력 또한 만만치 않다. 청구 시 잘못하면 삭감이 빈발하고 이것을 정정하려면 이의신청을 해야 하는 번거로운 행정작업이 뒤따르기 때문이다.

국민건강보험법 시행령 제22조(약제·치료재료의 요양급여비용) ①항  약제·치료재료에 대한 요양급여비용에 대해 “요양기관이 해당 약제 및 치료재료를 구입한 금액이 상한금액보다 많을 때에는 구입금액은 상한금액과 같은 금액으로 한다”고 규정하였다. 

이 규정에 의하면 건강보험 급여기준 상한금액 이상으로 고시된 약품이나 치료재료는 의료기관이 그 이상으로 구입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발생해도 상한 금액을 청구할 수 없다. 손실을 입으라는 것이다. 이런 손실은 대형의료 기관보다 의료행위가 적은 중소 의료기관에서 더 자주 발생한다. 봉합수술을 하는 1차 의료기관의 경우 봉합사가 대표적으로 손실을 유발하는 치료재료다.

이 제도는 건강보험재정은 아낄 수 있지만 의료기관에는 적자를 유발한다. 우선, 구입한 치료재료를 이미 결재를 하여 재고가 된다는 점이다. 둘째 치료재료의 가격을 상한가보다 높게 구입할 수밖에 없는 경우도 흔하게 발생한다. 셋째 치료재료는 보통 10~100개 단위로 포장되는데, 유효기간이 지나서 폐기를 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수술이나 시술 중 오류가 발생하여 재료를 폐기하고 새로 사용해야 하는 일도 발생하는데 이 때 청구를 할 수 없으며 의료기관을 폐업하면서 폐기해야 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치료재료 상한금액제도는 건강보험제도가 의료기관의 경영을 악화시키는 원인이다. 그런데 정부는 최근 이 부분을 강화해서 의료기관, 특히 필수의료분야의 운영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약품이나 치료재료비에 대해 정부가 턱없이 낮은 보험가격을 책정해서 문제가 되는 경우는 과거에도 숱했다. 내시경 내시경점막하박리술(Endoscopic submucosal dissection; ESD)에 사용되는 올림푸스사의 내시경칼, 고어 사의 ‘Vascular GORE-TEX Straight Graft’ 등이 사례이다. 

약품도 마찬가지다. 코로나19로 감기약이 품귀현상을 빚은 이유도 감기약을 제조한 뒤 건강보험 급여규정으로 공급하게 되면 제약사에 이익이 발생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건강보험제도를 이용하여 모든 의료기관에게 원가 이하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도록 강제하는 것은 비정상이다. 약품이나 치료재료에 대한 상한금액 제도는 재고나 파손, 망실 등을 고려하여 청구할 수 있도록 개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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