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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업법 개정안, 기존 법안들과 충돌하는 체계정당성 문제 많아"
"보험업법 개정안, 기존 법안들과 충돌하는 체계정당성 문제 많아"
  • 조준경 기자
  • 승인 2023.07.07 15: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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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의협 주최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를 위한 바람직한 방향 토론회
최청희 법제이사 "시스템 운용 일체 행정비용 보험사가 부담해야"
안상호 환자단체 이사 "청구권 소송 불사 보험계 주장 어찌 믿나?"

대한의사협회가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를 위한 바람직한 방향’이라는 주제로 의료·법률전문가 및 환자단체 대표들이 참석한 토론회를 7일 개최했다.

이번 토론회는 실손보험금 청구 간소화를 담은 보험업법안(이하 보험업법)이 법제사법위원회 심사를 기다리는 가운데, 법안의 불합리성을 알리기 위해 마련됐다. 이 법은 실손의료보험 청구 절차가 불편하여 환자 요청에 따라 요양기관에 보험금 청구와 관련된 서류를 보험회사에 직접 전송토록 함으로써 국민의 편의성을 제고하고자 함을 제정 이유로 들고 있다.

그러나 의료계를 비롯한 환자단체 측은 보험업법으로 인해 환자의 민감한 의료정보가 보험사로 유출될 위험성을 우려하고 있다.

주제발표를 맡은 최청희 의협 법제이사 겸 보험이사는 ‘보험업법 개정안의 문제점 및 개선안’이라는 발제에서 해당 법안의 ‘과잉입법’ 문제점을 거론했다.

최 이사는 보험업법과 의료법 제21조 제2항과의 체계정당성 문제에 대해 설명했다. 의료법에 따르면 의료인 등은 환자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환자에 대한 기록을 열람하게 하거나 사본을 내어주어서는 안된다. 그런데 보험업법은 이러한 의료법이 존재함에도 ‘의료법 제21조에도 불구하고’라는 문구만을 넣는 방식으로 예외를 허용해 의료법과 충돌을 일으키고 있다.

두번째 지적 사항은 전송요구권과 체계정당성 문제이다. 개정안 제106조의6 제1항이 피보험자가 요양기관에 보험금 청구에 관한 서류를 제3자인 보험회사로 전자적 형태로 전송을 요구할 수 있도록 규정한 점도 지적했다. 이때 전송의 대상이 되는 것은 ‘진료비계산서, 영수증, 진료비 세부산정내역 등’ 보험금 청구에 필요한 서류이다. 이는 개인정보 보호법상 개인정보(민감)정보에 해당한다.

개인정보를 다루는 신용정보법 제33조의2 제3항에 따르면 정보주체가 본인의 정보에 관한 전송요구권을 행사하는경우 ‘지체없이 본인에 관한 개인 신용정보를 컴퓨터 등 정보처리장치로 처리가 가능한 형태로 전송하여야’라고 규정하고 있다. 개인정보 보호법 제35조의2 제2항에 따르면 ‘시간, 비용, 기술적으로 허용되는 합리적인 범위에서 해당 정보를 컴퓨터 등 정보처리장치로 처리 가능한 형태로 전송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한다. 그런데 보험업법은 ‘보험회사 또는 보험회사가 위탁하는 전송대행기관’의 전산시스템만을 통해야 한다는 제한을 두고 있다.

최 이사는 “요양기관의 전송대행기관 선택권이 없다”라며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당국의 개입을 배제하고 다수의 전송대행기관을 구성·운영해야 하며, 요양기관이 자율적으로 구체적인 전송방법, 전송대행기관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라고 말했다.

이 외에도 필요 서류를 전송하는 시스템을 구축·운영·이용함에 있어 소요되는 일체의 행정비용 부담의 주체는 보험회사로 명확하게 명시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전송대행기관에 대한 관리·감독의 근거나 법령 위반에 대한 제재수단의 근거 등을 법률에 직접 규정해야 한다고도 요구했다.

서인석 대한병원협회 보험이사는 “보험업법은 모든 요양기관이 참여를 해야하고, 보내는 서류의 범위를 대통령령 또는 금융위원회가 고시하는 자료로 정할 수 있다. 향후 의료에 관한 정보가 확대될 수 있고 그러므로 환자의 자기결정권이나 권한이 침해될 수 있다”라고 경고했다.

서 이사는 “금융위에서는 단순하게 종이를 전자로 바꾸는 것이라 말하지만, 현재 건강보험, 민간보험 정보는 모두 보험신용정보통합조회시스템(ICIS)에서 지급된 정보들이 모든 보험사에 공유되고 있다”라며 “현재는 전산화가 어려워 영수증 정도를 전산화하고 민감정보는 저장되지 않고 있지만, 향후 막대한 세부 정보들까지 포함되면 결국 민간보험 가입자들의 피해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정혜승 법무법인 반우 변호사는 “과연 실소보험이 정리가 가능한지 생각을 해봤으면 좋겠다”라며 “실손보험은 보험사마다 이름도 다르고 범위도 다르다. 실무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을 어떻게 갖출 것인가를 해결해야한다. 이 상황에서 의료기관에 의무를 부과할 수 있을지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정 변호사는 “실손보험은 기업이 자신의 이익에 맞춰 만든 상품이기 때문에, 그 점에 기초해 법을 만들어야 한다”라고 제언했다.

안상호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이사는 “실손보험 가입의 주된 목적이자, 환자들이 간절하게 매달릴 수밖에 없는 고액의 청구권은 소송을 통해서라도 지급하지 않으려는 행태를 보면, 환자를 위해 보험업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보험업계의 주장은 신뢰할 수 없다”라고 불신을 드러냈다.

안 이사는 “청구 간소화로 진료비 계산서, 영수증, 진료비 세부 산정 내역 등 환자의 모든 진료 정보가 담긴 서류가 체계적으로 전산화되어 보험회사로 정해진다면, 향후 가입자들에게 보험금 지급 거절이나 갱신 거절, 가입 거절 등을 위한 내부 자료로 악용될 가능성은 불보듯 뻔한 일”이라며 “보험업법 개정안을 통해 전 국민의 약 80%에 육박하는 가입자들의 민감한 의료 정보를 전자적 형태로 영리 기업인 보험회사로 보내는 것에 반대한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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