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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크 수술 후 신경 손상된 환자···法 "병원에 손해배상책임"
디스크 수술 후 신경 손상된 환자···法 "병원에 손해배상책임"
  • 홍미현 기자
  • 승인 2023.07.05 09: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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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발에 족하수 증상··8500여만원 배상 판결

의료진이 허리 디스크 수술 과정에서 수술 기구를 섬세하게 조작하지 못하는 등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아 환자의 신경이 손상됐다면 해당 의료진을 고용한 병원 측이 손해배상 책임을 져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은 환자 A씨가 B병원을 운영하는 C학교법인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C법인은 A씨에게 8546만여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엉치통증 등을 앓던 A씨는 2020년 12월 B병원에서 ‘요추 제4-5번 추간판 탈출증’ 진단을 받았다. 약 한 달간의 약물 치료에도 별다른 호전이 없자 A씨는 이듬해 1월 B병원에서 '양방향 내시경적 추간판 제거술'을 받았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수술 직후부터 A씨의 오른쪽 발목과 발가락은 잘 움직이지 않았고, 이는 오른쪽 발 부분의 '족하수' 증상으로 이어졌다. 족하수는 근육의 이상이나 신경의 압박·손상 등으로 근육이 약화돼 발목을 들지 못하고 발등을 몸 쪽으로 당기지 못하며 발이 아래로 떨어지는 증상을 말한다.

그러자 A씨는 C법인을 상대로 "1억6365만여원을 배상하라"며 소송을 냈다.

이에 대해 법원은 의료 감정 결과 등을 토대로 "A씨의 증상은 시술 중 신경근의 견인 또는 기구 조작상의 잘못으로 인해 신경근이 손상된 탓일 개연성이 크다"며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의무기록에 의하면 A씨는 B병원에 입원한 당시 신경학적 이상 소견이 없었던 것으로 보일 뿐만 아니라, 신경근 손상이 양방향 척추 내시경적 추간판 제거술의 합병증 중 하나인 점을 고려하면, A씨의 족하수 증상 등은 시술로 인해 발생했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진료기록감정의가 '시술 중 어떤 원인으로 신경 손상이 발생해 족하수가 발생됐는지는 알 수 없으나, 신경근의 견인 또는 수술 중의 조작에 의한 신경근 손상일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을 내놓은 점도 이 같은 판단의 근거가 됐다.

특히 재판부는 "탈출된 추간판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신경근의 견인이 필요하다는 점이 인정되므로, 수술 방식 자체에 잘못이 있다고 볼 수는 없다"면서도 "A씨의 신경근 손상은 의료진이 시술 당시 신경근을 당겨 젖힌 상태에서 추간판을 제거하는 과정에서 시술기구를 섬세하게 조작하지 못하는 등 주의의무를 게을리 해 신경근이 과다 견인된 탓에 발생했다고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시술을 한 의료진도 A씨에게 '시술 과정에서의 신경근 견인으로 인해 신경근이 손상됐을 것'이라는 취지로 설명했다"며 결국 의료진의 주의의무 위반이 인정되는 만큼, B병원의 운영자이자 해당 의료진을 고용한 C법인이 민법 제756조 1항에 따라 사용자로서 손해배상 책임을 져야 한다고 판단했다.

다만 재판부는 "시술 당시 A씨는 추간판이 심하게 튀어나와 척수 부위의 반 이상을 차지하는 상태여서 일반적인 경우보다 신경근을 더 많이 견인해야 해 신경근 손상 위험이 상대적으로 매우 높았다고 보인다"며 C법인의 책임을 60%로 제한했다.

이에 따라 법원은 A씨의 일실수입(잃어버린 장래의 소득) 6777만여원과 기왕 치료비(이미 들어간 치료비) 269만여원 등 7046만여원을 재산상 손해액으로 산정했다. 위자료는 1500만원으로 책정됐다.

한편 A씨와 C법인은 모두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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