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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에 필러 맞고 실명한 미성년 환자···法 "병원에 90% 손해배상책임"
코에 필러 맞고 실명한 미성년 환자···法 "병원에 90% 손해배상책임"
  • 홍미현 기자
  • 승인 2023.06.30 10: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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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억여원 배상 판결 확정···2심, 1심보다 7000만원↓
"미성년자에 필러 시술 금지···보호 차원에서 엄격하게 지켜야"

코 필러 주입술 이후 합병증으로 한쪽 눈을 실명한 미성년자 환자에 대해 병원 측이 의료 과실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을 져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확정됐다. 

현재 의료계에서 미성년자에 대한 필러 주입술이 광범위하게 행해지고 있다거나 성형용 필러 사용으로 인한 실명 사례 등이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졌다는 사실만으로는 미성년자에게 사용이 금지된 필러를 시술한 의료진의 책임이 정당화될 수 없다는 것이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민사9부(재판장 성지용 부장판사)는 환자 A씨와 A씨의 어머니인 B씨가 성형외과 원장 C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C씨는 A씨에게 3억1623만여원, B씨에게 10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1심보다는 A씨에 대한 손해배상금 액수가 7000만원가량 줄었다. A씨 측과 C씨 모두 상고하지 않아 판결은 그대로 확정됐다.

A씨는 2016년 1월 C씨 병원에서 쌍꺼풀 수술과 코 필러 주입술을 받은 뒤 이듬해 2월 쌍꺼풀 재교정 수술과 코 필러 추가 시술을 받았다. 코 필러 주입술은 콧대를 높이거나 코 끝을 올리는 등 미용적인 목적으로 코에 필러 물질을 주입하는 성형술이다. 추가 시술 당시 A씨는 만 17세로, 미성년자였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수술 이후 3일 만에 A씨는 코 부분의 피부색 변화 및 염증, 오른쪽 눈 시력 저하를 호소하면서 병원을 다시 찾았고, 의료진은 부랴부랴 후속 조치에 나섰다. 급기야 A씨는 다른 병원 응급실로 이송됐지만, 결국 망막혈관 폐쇄로 인한 오른쪽 눈 실명과 함께 오른쪽 눈 사시, 피부 괴사에 따른 얼굴 흉터가 남게 됐다.

그러자 A씨와 B씨는 병원 측을 상대로 각각 4억4801만원과 2000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나섰다.

A씨 측은 "미성년자에게 필러 사용이 금지돼 있는데도 의료진이 필러 주입술을 시행했을 뿐만 아니라, 시술 전 미성년자에 대한 필러 사용이 금지돼 있다거나 실명 등 부작용을 설명하지 않아 자기결정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1심은 "의료진의 과실과 A씨의 손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면서 "C씨에게 진료계약상 채무 불이행이나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며 A씨 측의 손을 들어줬다.

1심 재판부는 "C씨 병원 의료진은 미성년자에게 사용이 금지된 필러 물질을 당시 미성년자인 A씨에게 사용하면서 사전에 '필러 물질이 미성년자에게 사용이 금지돼 있고, 망막혈관 폐쇄로 인한 실명, 사시 및 피부 괴사 등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설명하지 않아 A씨가 합병증 발생 가능성을 인식조차 하지 못한 채 필러 주입술을 받게 했다"며 의료진의 수술시행상 과실과 설명 의무 위반 등을 모두 인정했다.

여기에 의료진이 수술 과정에서 필러 물질이 망막혈관에 유입되지 않도록 해 합병증 발생 위험을 최소화시킬 수 있는 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술기상 과실과 수술 이후 합병증을 의심할 수 있는 증상이나 응급처치 등 대응 방법에 대한 설명·지도를 제대로 하지 않아 적시에 치료받을 기회를 잃게 했다는 A씨 측 주장도 모두 받아들였다.

이에 따라 1심은 일실수입(잃어버린 장래의 소득) 2억9507만여원과 기왕치료비 1217만여원, 향후치료비 1076만여원 등 A씨의 재산상 손해를 3억1801만여원으로 책정했다. 다만 병원 측 책임을 90%로 제한했고, 위자료는 1억원으로 산정해 C씨가 A씨에게 모두 3억8621만여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B씨에 대한 위자료는 1000만원으로 정해졌다.

그러나 양측이 모두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하면서 재판은 2심으로 이어졌다.

2심 과정에서 C씨는 "미성년자를 상대로 필러 주입술이 금지된 이유는 시술 자체의 위험성 때문이 아니라 관련 규정상 18세 이하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할 수 없기 때문"이라며 "A씨는 수술 바로 다음 날 18세가 됐고, 18세 이상에 대해서는 필러가 금지되는 것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한 "미성년자에 대한 필러 주입술은 현재 의료계에서 실제로 광범위하게 행해지고 있다"며 "의료진은 성년에 매우 근접한 A씨의 요청으로 수술을 결정했고, 용량도 통상적인 경우에 비해 적게 사용하는 등 A씨에 대한 필러 주입술 시행이 의사의 합리적인 재량 범위를 벗어났다고 보기 어렵다"는 주장도 내놨다.

하지만 2심도 "미성년자를 상대로 필러 주입술이 광범위하게 행해지고 있다거나, A씨의 이전 시술에서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는 시술상 주의사항을 다르게 보기 어렵다. 오히려 신체적·정신적으로 아직 성숙하지 못한 미성년자를 보호하는 차원에서도 시술상 주의사항은 엄격하게 지켜져야만 한다"며 A씨 측의 손을 들어줬다.

다만 2심 재판부는 A씨의 재산상 손해를 일실수입 2억2461만여원, 기왕치료비 1225만여원, 향후치료비 338만여원 등 1심보다 7700여만원 적은 2억4026만여원으로 산정했고, 병원 측 책임은 1심과 마찬가지로 90%로 제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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