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6 20:55 (금)
‘달빛어린이병원’ 적자 감수하며 유지하는 이유는?
‘달빛어린이병원’ 적자 감수하며 유지하는 이유는?
  • 배준열 기자
  • 승인 2023.06.20 19:49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용재 의정부튼튼어린이병원장 “우리가 운영 안 하면 아이들 죽는다”
최고 전문가, 대한민국서 씨말라···수가 인상으로 소청과 위기 해결 가능

의정부튼튼어린이병원은 경기 북부 지역에서 병원급 의료기관으로서 유일하게 ‘달빛어린이병원’을 운영하고 있다. 

달빛어린이병원은 소아청소년과 의료 공백을 해결하기 위해 만 18세 미만 환자를 대상으로 평일엔 오후 11시, 휴일엔 오후 6시까지 운영하는 의료기관으로 보건복지부가 지정한다. 그러나 낮은 수가와 낮은 ‘워라벨’로 인해 참여하려는 의료기관은 부족한 상황이다. 의료계에선 실효성이 없어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의정부튼튼어린이병원도 적자를 감수하며 달빛어린이병원을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최용재 원장(사진, 대한아동병원협회 학술부회장)은 “우리가 아니면 야간에 아동 응급환자들이 갈 병원이 없어 운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 원장은 현재 우리나라에 소아청소년과 전문의가 부족한 게 아니라고 했다. 다만 낮은 보상과 가혹한 진료 환경 때문에 소청과 의사들이 진료 현장을 떠나고 있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소청과 전공의 수급이 막혀 소아청소년과 분야의 Super Expert(최고 전문가)가 우리나라에서 앞으로 더 이상 배출되지 않는 문제에 대해서도 큰 우려를 나타냈다. 최 원장은 “결국 적정한 수준으로 수가 인상이 이루어져야 지금 소청과에 닥친 위기를 타파할 수 있다” 강조했다.

다음은 최 원장과 1문1답.

Q. 경기 북부 지역에서 병원급 의료기관으로서 유일하게 ‘달빛어린이병원’을 운영하게 된 계기는?

A. 대학병원 응급실이 포화상태이기 때문에 우리가 야간에 병원을 운영하지 않으면 아픈 아이들이 갈 병원이 없다. 당장 인근 의정부성모병원 응급실은 포화상태이고, 의정부을지대병원에는 야간에 근무하는 소아과 의사가 아예 없기 때문에 그곳에서 받을 수 없는 환자를 우리 병원에서 받는 것이다. 멀리 서울에 가도 소아과 의사가 없는 것은 마찬가지다. 그렇게 경기 북부에서 강원도 철원 지역까지 우리가 야간 소아환자 수요를 커버하고 있다. 

Q. 운영상 어려움은 없나? 있다면 어떻게 극복하고 있나?

사실 적자 운영을 하고 있다. 오후 6시부터 11시까지 운영을 하는데 병원급의 경우 의사뿐만 아니라 임상병리사, 간호사와 (소아진료 특성상 주사 놓을 때 필요한) 조수, 원무 직원 등이 필요하기 때문에 이 모든 인건비를 감당하면 손실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다른 진료 수익으로 달빛어린이병원에서 발생한 손실을 벌충하고 있다. 의정부 지역에서 의원급은 박승남소아청소년과의원이 달빛어린이병원을 운영하고 있는데 서로 많은 협력을 하고 있다. 사실 아동병원과 소아청소년과의원의 관계가 좋다고만 할 수는 없는데 지금은 비상상황이다. 우리가 싸우면 아이들이 죽어나가기 때문에 최대한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Q. 위기 상황에 놓일 때는 없나?

A. 사실 아동병원이 대학병원이 아니기 때문에 아주 위중한 질환은 보기 힘들다. 그래서 우리는 위중한 상태에 놓이기 일보 직전의 준증증 환아들을 더 위중해지지 않게 만들어 대학병원에 보내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가끔 자가호흡도 힘들 정도로 정말 위중한 아이들이 오기도 하는데 그때가 비상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럴 땐 집에도 못가고 아이를 돌봐야 한다. 며칠 전에도 밤 11시에 그런 환아가 내원해 큰 고생을 했다. 심지어 각종 검사를 통해 맹장염으로 진단하고 대학병원에 환자를 보냈는데 그쪽에서 아니라고 해서 내보내 적절한 후속진료가 이루어지지 않았다가 결국엔 맹장이 터져서 원래 3일이면 입원해도 되는데 일주일이 된 경우도 있었다. 


Q. 소아·청소년과가 큰 위기를 겪고 있는데, 이런 가운데 소아의료전달체계에서 아동병원은 어떤 역할을 하나?

A. 최근 오픈런, 마감런 등의 사태가 연일 보도되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나라 소아의료는 이미 폭탄이 터진 상황이다. 가장 큰 문제는 대학병원에서 할 수 있는 중증소아환자들에 대한 입원 치료를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아동병원은 입원실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개인이 운영하는 병원이기 때문에 중증 전 단계인 ‘준중증’ 환자들을 케어해 중증으로 가지 않도록 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즉, 아직 살아 있는 소아의료 인프라가 남아 있어 비교적 병상이 원활하게 공급되고 있는 것이다. 

Q. 현장에서 직접 병원을 운영하면서 꼭 필요하다고 느끼는 정부의 지원책은 무엇인가?

A. 결국 소아과 의사를 충분히 고용할 수 있도록 수가를 인상해야 한다. 요즘 소아청소년과 전문의가 매우 부족하다고 하는데 ‘허리’ 역할을 하는 아동병원은 더 심각하다. 그 이유는 수가가 인상되지도 않았는데도 정부의 보조금을 통해 대학병원의 입원전담의나 응급실 촉탁의의 임금이 터무니없이 올라가 아동병원에서 일하던 의사가 대학병원으로 인력 유출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면 여기서 하루 100명을 진료하던 환자가 대학병원에서 14명만 진료하게 되니까 그만큼 국민들이 적절한 때 의료서비스를 제공받을 기회를 놓치게 되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사실 소청과 의사가 부족한 게 아니다. 저수가로 인해 소아청소년과 진료를 포기한 전문의가 667명이나 된다. 충분한 수가를 주면 이 사람들이 비만·성형 같은 걸 배울 생각을 하지 않고 다시 본업인 소청과 진료를 할 수 있어 지금의 인력 부족 문제를 자연스럽게 해결할 수 있다. 어차피 이 사람들이 본업을 싫어해서 떠난 게 아니다. 일본 소아청소년과도 지난 2008년 우리와 같은 위기를 겪었지만 오후 6시부터 8시까지 진료수가를 300% 인상해서 해결했다. 

정부가 막대한 건강보험 재정을 투입해 환자본인부담금을 대폭 낮출 필요도 없다고 생각한다. 사람은 의료행위에 대해 자기가 지불한 돈의 가치만큼 생각한다. 환자들에게도 어느 정도는 일정한 책임을 부여해야 한다. 

Q. 대한아동병원협회 자체 조사 결과, 전국 37곳의 달빛어린이병원 가운데 공휴일 야간진료가 가능한 곳이 5곳(13.5%), 토요일 야간진료가 가능한 곳 9곳(24.3%), 일요일 야간진료가 가능한 곳이 5곳(13.5%)에 불과해 ‘무늬만 달빛어린이병원’이라며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A. 제도의 실효성이 없으니 폐지하라는 것인데, 실효성을 갖추게 하면 된다. 과거 일본처럼 특정 시간대에 수가를 대폭 인상하면 야간에 진료하겠다는 의사들이 자연스럽게 나오게 된다. 야간에만 병원을 열어도 운영이 충분히 가능할 수도 있다. 주말·야간 진료를 하는 병원을 꼭 달빛어린이병원으로 지정할 필요도 없다. 충분한 수가를 주고 별다른 신고나 허가 절차 없이 야간이나 주말, 공휴일에 소아청소년과 의료기관을 운영할 수 있도록 문호를 개방하면 소아의료 공백 문제를 자연스럽게 해결할 수 있다.

소아청소년과는 여름에 상대적으로 환자가 적고 반대로 겨울엔 대폭 늘어나 감당이 힘들어진다. 여름에 발생하는 손실 때문에 소청과 운영이 힘들어 포기하기도 하는데 이때 발생하는 손실에 대한 보상금을 주면 계속해서 운영을 할 수 있다. 코로나19 사태 당시 코로나19 전담 환자를 진료하느라 발생한 손실에 대해 보상금을 줬던 것처럼 말이다.

Q.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지원율이 계속해서 역대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이로 인해 어떤 문제가 가장 심각하다고 생각하는가? 

A. 각 진료과마다 슈퍼 액스퍼트(Siper Expert, 최고 전문가)가 있는데, 소청과의 경우 우리나라에서 이런 최고 전문가가 점점 사라지게 된다는 것이다. 가끔 정말 진료가 어려워 치료의 딜레마에 빠지게 되는 경우가 있다. 이럴 때 최고의 실력과 경험을 갖춘 소수의 대학병원 교수들이 교과서에도 나오지 않은 새로운 치료 방법을 제시해 성공한다. 그런 게 다 데이터가 쌓여 논문이 나오고 지침이 되고 교과서에도 실리게 되는 것인데, 이 과정에 한 30년은 걸린다. 그런 슈퍼 엑스퍼트가 배출될 길이 우리나라에선 아예 사라져 의학 수준이 점점 퇴보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대한민국 의학의 어떤 버팀목 같은 분들이 사라지게 된다는 것은 대단히 심각한 문제다.

Q. 정부는 소아청소년과를 비롯한 필수의료 분야 의사 부족 문제를 의대 정원 증원을 통해 해결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A. 전문의 배출에 최소 10년의 과정이 필요하다. 지금의 필수의료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의대 정원을 늘려 해결하겠다는 것은 지금 당장 불이 났는데 새로운 소방차를 만들겠다는 것이나 다름 없다. 다른 과에 비해 보상이 부족해 전공의들이 필수의료를 선택하지 않는다고 하는데 전체 의사 수만 늘린다고 어떻게 이들이 필수진료과를 선택할 수 있을까? 다시 말하지만 지금 필수의료 분야의 의사가 부족한 게 아니라 터무니없이 낮은 수가를 책정해 놓으니 필수의료를 하겠다는 의사가 없는 것이다. 그래서 소아청소년과도 더 이상 적자가 나지 않게 수가를 정상화시켜 달라는 것이다.


Q. 정부에 제안하고 싶은 점이 있다면?

A. 우리가 마트에서 물건을 사려면 물건값은 당연히 마트 주인한테 물어본다. 그런데 그걸 주인한테 물어보지 않고 손님이 마음대로 가격을 책정해서 지불하고 물건을 가져갈 수 있나? 그럼 강도나 마찬가지다. 그런데 지금 그런 일이 소청과를 비롯한 필수의료분야에서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생명이 누구에게나 똑같이 중요하기 때문에 필수의료도 누구에게나 보편적으로 모두 보장해줘야 한다는 이유로 터무니없이 낮은 수가를 책정하니까 왜곡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그래서 결국엔 건강보험 수가는 물가와 연동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의정부애엄마 2023-08-07 14:52:24
병실료 하루에 275000원 받고
의미없는 검사 다 때려하면서 적자라니요..ㅋㅋㅋ
개웃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