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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서울백병원' 철거해도 상업시설 못 세워"
서울시, "'서울백병원' 철거해도 상업시설 못 세워"
  • 박예지 기자
  • 승인 2023.06.20 15: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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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오후 3시 인제학원 이사회 '폐원안 상정'
이사회 앞두고 '교직원·서울시·국회'까지 폐원 철회 요구

서울시와 서울백병원 교직원들이 인제학원 이사회에 서울백병원 폐원 결정을 재고해달라고 요청했다. 

인제학원은 20일 오후 3시 이사회를 개최하고 서울백병원 폐원안을 상정한다. 이 안이 통과되면 81년간 서울 중심부에서 감염병과 응급의료를 전담해 온 서울백병원은 오는 8월 말 폐원하게 된다. 재단 측이 밝힌 폐원 이유는 '만성 적자'다.

이에 서울시는 이날 오전 서울백병원 부지를 상업적으로 활용할 수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중구청에서 서울백병원 부지의 도시계획시설(종합의료시설) 지정 결정안을 제출하면 주민 의견에 따라 즉각적인 지정 절차를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또 이러한 사태가 다시 생기지 않도록 서울 도심 일대에 위치한 서울대병원, 적십자병원, 강북삼성병원, 세란병원에 대해서도 모두 도시계획시설 결정을 검토할 예정이다.

오세훈 시장은 "서울백병원처럼 시민의 생명을 책임지는 사회적 책무가 따르는 의료기관은 지역사회에 대한 소명을 갖고 그 역할을 지속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시가 이렇게까지 나서는 이유는 최근 사립대학 재단이 보유한 유휴재산을 수익용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부의 규제 완화책이 이번 사태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기 때문이다. 

지상욱 국민의힘 중구성동구을 당원협의회 위원장은 20일 오전 백병원 사태 관련 국회 기자회견에서 "일각에서는 인제대의 글로컬대학 사업 공모 신청이 폐원 결정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고 보고 있다"고 발언했다. 

지 위원장에 따르면 최근 부산일보의 한 기사에서는 '인제대는 글로컬대학 사업 공모 계획서에 서울백병원 부지 매각 뒤 활용방안을 담아 교육부의 눈길을 끈 것으로 알려졌다'는 내용이 실렸으나 삭제됐다. 

지 위원장은 "이사회를 거치기 전에 매각 계획을 적시한 것은 도덕적, 행정적으로 하자가 있다"며 "폐원 결정이 정말 적자를 견디기 힘들어 나온 고육지책인지 재단의 진정성이 의심된다"고 말했다. 

조영규 서울백병원 교수협의회장은 "재단은 지난 2년간 병원 구조조정과 리모델링을 끊임없이 해왔다. 와중에 직원들에게는 '너희가 게을러서 환자가 떨어졌다'며 리모델링이 끝나면 수익 활성화 방안을 마련하라는 압박을 계속 해왔다"며 "그러나 리모델링이 끝나기도 전에 폐원을 결정하는 것은 직원들을 우롱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지금이라도 폐원 결정을 철회하고 대화를 하기 원한다면 응할 준비가 되어있다"며 "당장 오늘 이사회에서 폐원 결정을 철회하고 만나주실 것을 요청한다"고 했다.

오행진 서울백병원 외과 교수는 "80년 넘게 운영된 병원이 단순히 경영논리로 폐원되는 것이 안타깝다"며 "적어도 폐원 결정에 있어 심사숙고하고 공감대를 이끌어내는 과정이 필요했다"고 지적했다. 

김동민 서울백병원지부 노동조합 지부장은 "환자들을 바라보는 직원들의 눈이 불안해보인다"며 "병원을 운영하는 운영진들의 마음이 그래야 하지 않나 싶다. 오늘 이사회에서 현명한 선택이 있기를 바란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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