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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신문 사설] 의료문제, 대개혁이 필요하다
[의사신문 사설] 의료문제, 대개혁이 필요하다
  • 의사신문
  • 승인 2023.06.19 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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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팬데믹 사태가 어느 정도 해결되자마자, 의료문제를 둘러싼 사회적 논란이 일고 있다. 최근 간호단독법 및 의료인 면허취소법과 관련된 야당의 입법 독주 사태를 비롯하여, 필수의료, 지역의료 붕괴 및 소아과 폐과 선언, 소위 응급실 뺑뺑이 사태 등 대한민국 의료체제의 지속 가능성을 염려할만한 심각한 문제점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에 대한 정부, 정치권의 대응은 그야말로 미봉책에 불과하다. 대표적으로 의대 정원 확대안이다. 의대 신입생을 늘린다 해도 이들이 사회에서 활동하기까지는 10년 이상 소요된다. 여론 무마용이거나 의대 정원 관련 이권 다툼 가능성이 제기될 정도다. 

필수의료와 관련해서는 이렇다 할 대책도 없거니와, 필수의료 종사자에게 혜택을 주기보다는 규제 일변도의 법안들이 발의되고 있어 오히려 종사자들의 사기를 저하시키고 있는 현실이다.

국민건강보험제도를 위시한 대한민국 의료제도는 전 세계에 자랑할 만 하다. 선진국이라고 일컬어지는 여러 나라에서도 앞 다퉈 한국 의료를 칭송할 정도다. 평균수명, 영아 사망률 등 국민건강지표 또한 세계 최상위 수준이다. 해외에서 거주하는 재외동포들 중 대한민국의 의료제도의 우수성 때문에 다시 고국으로 돌아오는 경우가 많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러한 대한민국 의료제도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해온 것은 두말할 것 없이 대한민국 의료진의 희생이다. 소위 ‘3저’, 저부담-저급여-저수가 의료보험 제도의 도입부터 현재의 국민건강보험제도로 발전하기까지 의사들의 헌신이 있었기에 국가 단일보험자 체제를 지탱해올 수 있었다. 위헌 시비가 끊이지 않는 ‘요양기관 강제지정제’로 대표되는 단일보험자 제도의 모순이 총체적으로 드러난 것이 현재의 상태이다.

단적인 예로, 국민건강보험 국고보조금 비율은 13.2%로 대만 23.1%, 일본 27.4%, 프랑스 52.3%에 비해 대단히 낮다. 급여 중 건강보험료 비율도 2020년 기준 6.12%로 일본 10%, 독일 14.6%, 프랑스 13% 등보다 매우 낮다. 한마디로 건강보험제도를 만들어놓고, 국가와 사회가 저수가를 방치해 의료 공급자에게 부담을 고스란히 떠넘겨 온 것이다. 필수의료는 공평하게 공급되어야 한다며 낮은 가격을 강제하였으며, 추가적인 보상 기전도 마련해놓지 않고 민간 공급자에게 책임을 전가해왔다. 

지역의료도 마찬가지다. 지방 소멸이 우려되는 시대에 열악한 인프라에도 불구하고 사명감과 지역에 대한 애정으로 지역의료를 지키는 공급자들을 장사치로 매도했다. 공공의료라는 미명하에 공급자간 경쟁을 부추기는 듯한 정부와 정치권의 위선적인 행태가 오늘날의 고질적인 병폐를 낳았다.

우리는 이에 다음과 같이 고(告)한다. 

현재의 대한민국 의료체제는 더 이상 존속이 불가능한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의료 공급자로 일컬어지는 대한민국 의료진의 희생을 더 이상 요구할 수 없다. 보험자-가입자-공급자의 3축이 상생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일방의 희생을 강요해 왔다. 

그 대표적 사례가 허울뿐인 건강보험 수가협상과 필수의료 붕괴현상이다. 먼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와 같은 낡은 체제를 벗어 던지자. 의료전달체계를 개편하자. 의약분업을 재평가하고 지속적인 협의를 통해 비대면진료의 합리적인 방안을 도출해 내자. 정체되어 있는 지역 돌봄 사업도 새로운 발전 방향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져야 한다. 

정부와 정치권 그리고 의료계 모두 당리당략과 포퓰리즘, 직역 이기주의에 매몰되지 않고 통렬한 반성과 함께 국가의 미래를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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