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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내시경 뒤 '경과 관찰 소홀'로 숨진 환자… 法 "80% 배상책임"
수면내시경 뒤 '경과 관찰 소홀'로 숨진 환자… 法 "80% 배상책임"
  • 홍미현 기자
  • 승인 2023.06.14 06: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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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포폴, 전신마취에 준해 지속 관찰"… 유족에 2억3000여만원 배상

이른바 '수면 내시경' 검사를 받은 뒤 '프로포폴 진정 부작용'으로 숨진 환자에 대해 병원과 의료진이 의료 과실에 따라 80%의 손해배상 책임을 져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프로포폴 투여나 응급조치 과정에는 문제가 없었지만, 내시경 검사 과정이나 검사 이후 회복 과정에서 환자의 경과 관찰을 소홀히 했다는 이유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북부지법 민사합의12부(재판장 정우정 부장판사)는 숨진 환자 A씨의 유족들이 병원과 의료진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A씨의 배우자에게 1억여원, 자녀 2명에게 각각 6300여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A씨는 지난 2021년 6월 서울 노원구의 B병원 종합검진센터에서 ‘의식하 진정 위·대장 내시경 검사’를 받은 뒤 깨어나지 못했다. A씨의 의식이 돌아오지 않자 의료진은 응급조치에 나섰지만 A씨는 결국 숨을 거뒀다. 

부검 결과 A씨의 직접적인 사인은 '프로포폴 진정 부작용'으로 추정됐다.

이에 A씨의 유족들은 병원 측을 상대로 소송에 나섰다. 의료진이 짧은 시간 동안 프로포폴 400㎎를 과도하게 투여해 호흡억제 증상이 나타났을 뿐만 아니라, 응급조치도 신속하게 하지 못했다는 게 유족들의 주장이었다.

게다가 유족들은 "프로포폴을 진정제로 사용하는 경우 환자의 의식 상태, 호흡·산소포화도 등을 지속적으로 감시해야 할 주의의무가 있는데도, 검사 종료 후 A씨의 얼굴에 청색증이 나타날 때까지 환자의 상태를 제대로 감시하지 않았다"며 병원 측에 경과 관찰상의 과실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법원은 "B병원 측이 경과 관찰상의 과실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며 A씨 유족들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내시경 검사 시행 과정과 검사 종료 후 회복 과정에서 병원 측이 A씨의 활력징후나 임상상태에 대한 경과 관찰을 소홀히 한 과실이 있다"며 "이 같은 과실로 인해 A씨의 호흡억제 증상이 악화돼 사망에 이르게 됐다고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프로포폴은 다른 진정제에 비해 심혈관계 억제와 호흡억제가 강하게 나타나다보니 전신마취에 준해 지속적으로 관찰해야 할 뿐만 아니라, 회복 과정에서도 활력징후와 호흡양상을 일정 간격으로 기록해 환자가 퇴원하기 적합하다고 판단될 때까지 감시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특히 재판부는 "의료진은 A씨의 산소포화도가 저하됐을 때 프로포폴 투여를 잠시 중단했을 뿐 다른 조치는 전혀 취하지 않았다"며 "추후 다시 산소포화도가 떨어져 호흡억제 증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고 이를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던 만큼, A씨의 경과를 관찰하는데 더욱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었다"고 강조했다.

반면 프로포폴 투여 과실에 대해서는 "의학적으로 권고되는 용량 및 방법을 준수해 프로포폴을 안전하게 투여해야 할 주의의무를 위반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이 나왔고, 응급조치 과정상의 과실도 인정되지 않았다.

다만 재판부는 A씨가 고혈압성 심장병 등을 갖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B병원 의료진이 응급상황에서 최선을 다해 응급조치에 나선 점 등을 감안해 병원 측의 손해배상 책임을 80%로 제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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