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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보건법 개정안, 무면허 불법 의료 조장”
“지역보건법 개정안, 무면허 불법 의료 조장”
  • 배준열 기자
  • 승인 2023.06.05 18: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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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의연, 법안 제정되면 공무원 무면허 의료행위 읍면까지 확산 우려
“군의관 제도 없애고 각 지역의료센터 설립해 의사가 근무하게 해야”

보건진료소는 물론이고 보건지소에서도 의사가 아닌 공무원이 무면허 의료행위를 할 수 있게 한 ‘지역보건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발의돼 논란이 되고 있다.

바른의료연구소(이하 바의연)는 5일 성명서를 통해 “무면허 불법 의료행위를 조장하는 지역보건법 개정안은 의료 취약지역 국민들의 건강을 포기하는 무책임한 법안”이라고 지적했다.

윤준병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공중보건의사가 감소함에 따라 지역 의료 공백을 해소해야 한다는 이유로 보건진료소와 보건지소에서 공무원의 의료행위를 가능하게 한 ‘지역보건법 일부법률개정안’을 지난 1일 발의했다. 

이와 관련해 바의연은 “모든 의료행위의 문제는 의사가 직간접적으로 관여하고 있음에도 대한민국에는 아주 예외적으로 보건진료소에서 의사가 없음에도 의사가 아닌 공무원에게 제한적인 의료행위를 허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여기서 언급된 보건진료소는 병의원은 물론이고 공중보건의가 근무하는 보건지소도 설치하기 어려울 정도로 의료 인프라나 교통 접근성이 떨어지는 지역에 간호사 또는 조산사 면허를 가진 사람에게 24주 이상의 직무교육을 실시한 이후 보건진료 전담공무원 자격을 부여해 의료행위를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전담공무원들에게 허용된 의료행위의 범위는 △질병·부상 상태를 판별하기 위한 진찰ㆍ검사 △환자의 이송 △외상 등 흔히 볼 수 있는 환자의 치료 및 응급 조치가 필요한 환자에 대한 응급처치 △질병ㆍ부상의 악화 방지를 위한 처치 △만성병 환자의 요양지도 및 관리 △정상분만 시의 분만 도움 △예방접종 △제1호부터 제7호까지의 의료행위에 따르는 의약품의 투여 등이다.

사실상 의사가 하는 거의 모든 의료행위를 할 수 있어 공무원의 실력과 성향에 따라 지역주민들의 건강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 산간 및 도서 지역 등 보건지소조차 설치하기 힘든 지역 주민들에 대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라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그동안 의료계에서는 보건진료소에서 이루어지는 의료행위에 대해서 크게 문제 삼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윤준병 의원이 발의한 지역보건법 개정안은 지역보건의료기관에 보건진료소를 추가하고, 지방자치단체에서 사정에 따라 보건지소나 보건진료소를 통합해서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포함시켰다. 또 보건진료소뿐만 아니라 보건지소의 경우에도 공중보건의가 없는 경우에는 보건진료 전담공무원이 의료행위를 할 수 있도록 법에 규정했다. 

이에 바의연은 “만약 이 법안이 제정되면, 산간 및 도서 지역 등에서 거주하는 소수의 주민만을 대상으로 이루어졌던 보건진료 전담공무원의 무면허 의료행위는, 수만에서 수십만 명이 거주하는 읍ㆍ면 단위로 광범위하게 확산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특히 “보건지소에서 주민들이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라는 명목으로 이번 개정안을 발의했겠지만, 이는 의료행위의 개념과 위험성, 그리고 그로 인한 책임의 문제까지 많은 것을 간과한 어리석은 대책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남자 의사들의 대체복무로 충당되고 있는 공중보건의사의 배출이 감소하고 있는 이유는 의과대학 내 여학생 수의 증가, 군필자의 입학 증가, 의대 재학 중 복무기간이 절반 정도인 현역병으로의 입대 비율 증가, 군의관 선발 인원 유지 등의 원인 때문이다. 

바의연은 “여학생 수, 군필자 수, 현역병 입대 등을 강제적으로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없기 때문에 만약 정부가 지역 내 공중보건의사의 수를 현실적으로 유지하려면, 해결 방법은 의사 병역 제도를 개편하여 군의관과 공중보건의사를 통합 운영하는 방법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불필요하게 많이 배치되어 있는 군의관 제도를 없애고, 각 지역 및 권역별로 의사 대체복무 요원들을 적절히 배분하여 지역의료센터(가칭)의 형태로 통합 운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역 주민들의 건강을 위해서라면 주민들이 읍ㆍ면에 위치한 보건지소에서 무면허 의료행위를 받도록 할 것이 아니라, 읍·면에 위치한 병의원급 의료기관으로 쉽게 이동할 수 있도록 교통 인프라를 확충하고, 응급 이송 인프라를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끝으로 바의연은 윤준병 의원에 대해 “즉각 해당 법안을 철회하고, 자신의 무지와 부주의함에 대해 반성하고 사죄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며 국회에 대해서도 “국민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질 좋은 의료를 적절하게 이용하는 것이지 저질 의료나 무면허 의료를 이용하는 것이 아님을 깨닫고, 해당 법안이 언급조차 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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